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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2022시즌 KBO리그 '멀티 포지션' 유감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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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5. 17

 

최근 몇 년간 KBO리그에 멀티포지션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꽤나 오래전부터 이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도 그런 단어들이 귀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 한화에서 외야 연습을 하던 시절. 지금도 살짝 땀이난다. /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꽤나 매력적이다. 물론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멀티포지션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앞서, 메이저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금 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정답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현재 가장 근사치에 가깝지 않을까 해서다.

 

메이저리그가 멀티포지션을 써야 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플라이볼 혁명' 때문일 수 있다. 타자들이 투수를 압도하기 시작했고, 투수들은 '하이 패스트볼'을 무기로 삼았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구종을 더 배우게 하는 것 보다, 빨리 승격을 시켰고, 실전에 써먹기에 바빴다.

 

결국 불펜 투수 한 명을 더 추가해야 하기에, 야수 한 자리가 줄어든 셈이다. 그래서 줄어든 야수 한 명의 자리를 누군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준다면, 빈 자리가 메워 질 수 있다는데에서 나쁜 발상이 아니었다.

 

가장 주목 할 점은, 멀티포지션을 소화 할 선수를 어떻게 키워내느냐다. 메이저리그는 신인지명 이후에 포지션을 정하기 시작한다. 그 선수의 운동 능력에 따라 가능한 선수를 찾아내는거다.

 

중요한 점은 또 있다. 멀티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를 만들어낸 후 그 선수를 어떻게 쓰느냐다.

▲ LA 다저스 크리스 테일러. 좋은 타격의 기본은 수비다. /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LA 다저스의 크리스 테일러가 그 본보기 일 수 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테일러는 한 시즌에 많으면 500타석도 보장 받는다. 우리가 과거에 생각하던 백업과는 개념자체가 다른거다.

 

다시 KBO리그로 와보자.

 

멀티포지션을 말하지만, 그 선수들은 잘해야 스프링캠프에서 다른 포지션을 몇 차례 해봤을 뿐이다. 그런데 내야를 넘어 외야까지도 본다. 내야와 외야는 정말 다르다. 실제 해봤을때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은 거리감이었다.

 

외야를 처음 나갔을때 놀랐던 것은, 타석에서 바라보던 그 거리가 아니라고 느껴진다는데 있다. 외야에서 홈을 바라보니, 멀어도 너무 멀어 보였다. 펑고와 실제 경기에서의 타구는 질이 다르다. 연습을 좀 하면 펑고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에서 긴장된 상황에서 첫 발을 제대로 떼는 것도 어려웠다.

 

외야에서 내야로 들어가면 역시나 쉽지 않다. 이젠 너무 가까워 보인다는 문제가 생겼다. 타구가 두렵다의 문제가 아니라, 내야와 외야의 수비는 그만큼 이질적이라는거다.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른다? 좋은 경기력이 나오기 어려워진다.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연습량을 채우지 못했는데, 포지션만 변경하면, 선수들의 두려움이 얼굴에 드러난다. 경직된다. 결과가 좋을리 없다. 그라운드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려면 적절한 긴장과 편안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많이 해본 적 없는 일을 잘 하라고 하면, 잘 해낼리가 있을까?

 

그래서 현재 KBO리그의 '멀티포지션'은 요행을 바라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거의 매일 경기를 한다. 연습 할 시간은 부족하다. 그런데, 그래도 해야한다. 시켜주지 않으면, 선수 스스로가 연습을 할 수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는 신인시절부터 여러포지션을 경험한다. 우리와는 절대적인 연습량의 차이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도 내야와 외야를 넘나드는 선수는 메이저리거라도 불안함이 생긴다.

 

무조건 많은 양의 연습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연습은 자신감이 생길 수 있게 해준다.

 

여러 선수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들의 불안한 얼굴이,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곳에서의 실수로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안타깝다.

 

야구는 3할의 예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비는 9할 이상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팀도 살고 선수도 살 수 있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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