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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축탁축(淸蹴濁蹴)] 산투 내친 레비의 격장술, '콘테 영입 + 투자' 전략과 맞물려 승산

--최규섭 축구

by econo0706 2022. 9. 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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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03. 

 

심리 전술은 상당히 유용한 방책이다. 심리적 자극과 압력으로 뜻한 바를 이룰 수 있다. 예로부터 군사 면을 비롯해 정치ㆍ외교 면에서도 전술 또는 책략으로서 각광받아 왔던 배경이다. 병가의 으뜸으로 손꼽히는 손자도 “성나게 해 흔들어 놓으라[怒而撓之·노이요지].”라고 역설해다.

전형적 군사 모략의 하나인 격장술(激將術)은 이런 심리 전술의 하나다. 인간의 주요 속성인 자존심을 이용한 술책이다. 자존심을 건드려 분노 또는 격정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열기로 변환시켜 목적을 이루려는 방략이다.

격장술은 적군에겐 물론 아군에게도 운용할 수 있다. 적군에게 시도했을 땐 평정심을 흐트러뜨려 승기를 잡는 묘책으로 발현을 꾀할 수 있다. 아군에 활용했을 땐 전투욕을 고취시켜 전세를 뒤집을 고육책으로 작용을 노릴 수 있다.

물론, 격장술은 스포츠에도 맥이 통한다. “현대 스포츠는 전쟁의 축소판이다.”라는 비유가 금언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더욱 설득력 있게 마음속을 파고드는 계책이다. 즉, 한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단이 곧잘 전가의 보도인 양 단행하는 ‘충격요법’인 감독 교체는 이 책략의 대표적 보기다.

 

▲ 토트넘 신임 사령탑에 선임된 콘테 감독 / 토트넘 SNS


예견된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산투 감독 중도 퇴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토트텀 홋스퍼가 또다시 극약 처방을 단행했다.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감독을 중도 해임하는 결단을 내렸다. 꼭 4개월 전인 7월 1일, 사령탑에 산투 감독을 앉혔던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은 124일 만에 표변해 그를 내쳤다.

레비 회장이 산투 감독 퇴진 단안을 내린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고비를 헤쳐 나가려는 데 있다. 토트넘은 PL 9위(5승 5패·승점 15·11월 2일 기준)로까지 추락하며 명가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언제 두 자릿수 순위로 밀릴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다.

한국의 토트넘 팬들로선 ‘설마!’ 할 수도 있겠다. PL에서도 손꼽히는 월드 클래스 공격수로 성장한 손흥민이 버티고 있는데, 어찌 그럴 리가 하는 마음에서일 듯싶다.

그러나 최근의 토트넘 성적을 보면 상당히 근거 있는, 우려 섞인 예측이다. PL에서, 토트넘은 9월 3전 전패→ 10월 4전 2승 2패로 극히 부진했다. 2승 5패로 허덕이는 동안 6득점 16실점이라는 극도로 불균형을 이룬 공수 전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연장선 위에서, 산투 감독의 시즌 중 퇴진은 예견돼 왔다. 약육강식의 철칙(鐵則)이 지배하는 프로 세계, 그것도 세계 축구 으뜸의 치열한 적자생존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PL에선,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단지 그 시기만이 언제일까에 초점이 모였을 뿐이었다.

더구나 레비 회장은 시즌 중 감독 교체 단행을 서슴지 않는 냉혹한 CEO다. ‘온리 원(Only One)’이라 자부하던 천하의 조세 무리뉴 감독(현 AS 로마)조차도 지난 4월 계약 기간(~2023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임의 칼날에 스러졌을 정도다.

레비 회장이 얼마나 해임 카드를 남발해 왔는지는 역사적 사실로도 입증된다. 레비 회장이 토트넘 수장에 취임한 2001년부터 산투 감독 이전까지 20년 동안 감독 대행 체제가 무려 네 차례나 있었다. 레비 회장에게 사령탑 해임은 결코 신중하게 단행하는 충격요법이나 비장의 카드가 아니었다는 점이 확실히 엿보이는 기록이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사령탑 퇴진의 강수를 뒀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대행 체제 운용이 불가피했다.

/ [사진] 다니엘 레비 회장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포츠에서 격장술은 과감한 투자 전략과 어우러질 때 효과 배가

자애이며 자아 존중인 자존심은 타인·집단·사회로부터 존중을 받고자 하는 감정이다. 자존심 격발에 바탕을 둔 격장술을 스포츠에서 자신의 팀에 운용할 경우, 흐트러졌던 정신력을 가다듬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격장술은 홀로 쓰일 때보다 다른 책략과 어우러져야 한결 배가된 효과가 나타난다. 사기를 앙양하는 동기 유발책을 병행하거나 혁신을 꾀하는 과감한 투자를 곁들일 때 ‘1+1=2+α’의 시너지 효과 등식이 창출된다.

유태인인 레비 회장은 ‘수전노’라는 별명답게 투자에 인색하다. 유망주를 길러 성장하면 높은 몸값을 받고 타 구단에 판 뒤 그 수익금 중 일부만을 재투자해 토트넘 팬들에게 원성을 살 정도다.

사실 산투 감독은 비록 정식 사령탑으로 계약하고 취임했으나, 언제 독약이 든 성배의 운명을 맞아들여야 할지가 관심거리였다. 그만큼 앞길은 불투명했다. 당초 라이언 글렌 메이슨 감독 대행의 뒤를 이을 사령탑으로는 안토니오 콘테 전 인터 밀란 감독이 유력시됐다. 그렇지만 팀 리빌딩을 원한 콘테 감독의 뜻을 수용하기엔 레비 회장의 투자 의욕이 아주 많이 모자랐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그 결과로, 산투 감독이 실질적으로는 시한부 사령탑에 앉았다. 그리고 화력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한 산투 감독이 밟아 갈 행보는 뻔히 내다보이는 수순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레비 감독은 전쟁 중에 말을 갈아탔다. 묘하게도 새 사령탑은 콘테 감독이다. 영국 현지 언론 매체들은 “레비 회장이 콘테 감독을 영입하며 그의 뜻을 수용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들은 “레비 회장이 돈주머니를 열었다. 콘테 감독이 사령탑 응낙 조건으로 내건 팀 재건안을 받아들였다. 레비 회장은 팀을 혁신키 위해 이적 시장에서 1억 5,000만 파운드(2,400억여 원)를 풀 용의를 콘테 감독에게 밝혔다.”라고 덧붙였다.

과연 레비 회장이 다시금 꺼내든 시즌 중 사령탑 교체 처방은 주효할까? 약속대로 적극적 투자가 이뤄지면 효력이 높을 듯싶다. 예상대로 토트넘을 맡은 ‘우승 청부사’ 콘테 감독이 또다시 마법의 지휘봉을 휘둘러 나락에 빠진 팀을 구할 수 있을지는 PL 2021-2022시즌을 지켜볼 또다른 묘미 거리다.

 

최규섭 /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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