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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공기부터 다른 플레이오프, 신인들이 조심해야 할 것은?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1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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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4. 08

 

드디어 6개월간의 정규리그가 마무리 됐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는 서울 SK였다. SK뿐 아니라 10개 구단 모두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싸워 왔을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모든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 역시도 시즌 시작을 기대하며 첫 칼럼을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정규리그가 끝나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제는 플레이오프다. 주말부터 6강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은 기쁨도 잠시, 정규리그와는 다른 전술을 준비하며 상대를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플레이오프는 이미 노출된 전술을 가져가기도 하지만, 새로운 전술을 준비해서 대비하기도 한다. 특히 수비에서 좀 더 많은 준비를 한다. 상대팀과 최소 3번 이상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수비 전술로 상대를 괴롭히기 위함이다. 그리고 특정 선수의 장점을 무력화 하기 위해 거기에 맞는 수비 전술을 만들어서 나오기도 한다.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당시, 동부(현 DB)는 상대 윤호영 선수로 하여금 나를 맨투맨으로 막는 수비 전술을 준비해서 나왔는데 적지 않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나보다 15cm 이상 큰 선수가 앞에서 있으니 그 상황이 어색하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상대의 예상치 못한 수비 전술이 팀 승리로 연결될 때도 있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되면 어떤 팀이 어떤 수비 전술로 상대를 괴롭힐지 지켜보는 것도 플레이오프를 즐기는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 첫 플레이오프가 내게 남긴 교훈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도 첫 경험을 맞는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정규리그와는 또 다른 분위기일 것이기에 설레기도 하고 기대감도 있을 것이다.

나도 첫 플레이오프는 잊을 수 없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7-2008시즌에 SK에서 첫 플레이오프를 맞았는데 당시 상대는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였다.

 

사실 당시 나는 컨디션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잘 할 자신도 있었고, 우리가 이길 거라 생각했다.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아마 플레이오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용감했던 것 같다.

그 시기 6강 플레이오프는 3전 2선승제였기 때문에 1차전이 굉장히 중요했다.

실제로 경험해본 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와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무겁게 느껴졌다고 해야 할까. 작은 것 하나에도 더 집중해야 했고, 한 번 흐름을 넘겨주면 다시 뒤집기 어려웠다.

하지만 경험이 없었고, 경기를 읽는 눈이 부족했던 터라 침착하지 못하고 급하게 경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조금만 더 경기 운영을 잘 했더라면 충분히 이길 수도 있었는데 그저 급하기만 했던 첫 플레이오프가 아니었나 싶다.

그렇다. 플레이오프는 경기 운영에 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어느 팀이든 정규리그보다 더 집중하는 시기인 만큼, 포인트가드가 냉정하게 리듬을 유지해줘야 한다.

동료들의 컨디션이나 몸 상태도 체크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패턴을 어떤 식으로 운영 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잘 되는 패턴이 있는가 하면, 선수들이 골고루 볼을 만질 수 있는 패턴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잘 선택해서 운영을 한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신인 선수들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흥분한 상태로 경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옆에서 더욱 자제를 시켜줘야 한다. 내가 신인 때 그랬었다. 흥분한 상태에서 경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경기를 했다.

그리고 혼자서 해결 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경기를 뛰면 나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팀원들과 같이 싸워야 한다.

경기에서는 각자가 맡은 역할들이 있다. 어시스트를 잘 하는 선수가 갑자기 득점에 욕심을 낸다면 팀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부분들을 계속해서 지적해주고, 이끌고 나가야 하는 포지션이 바로 포인트가드다. 멋진 경기운영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 선배들의 여유를 훔쳐라!

이번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는 젊은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를 것 같다. 이우석(현대모비스), 하윤기(KT)를 비롯해 이정현(오리온)도 신인이지만 팀에서 남다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학 때 큰 경기를 치러봤겠지만, 그래도 프로에서는 첫 경험이고 정규리그와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기 때문에 많이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할 것 같다. 그런 설레임을 적절한 긴장감과 섞어서 경기를 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너무 들 떠 있기만 하다보면 흔히 정신없이 플레이를 하기 마련이다.

내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뭔가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 이미 경기가 끝나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좀 더 긴장감을 가지고 경기를 하기를 바란다.

이번 플레이오프 때 기대되는 신인선수가 몇 있다. 앞서 언급한 이우석, 하윤기, 이정현 등은 누가 신인상의 주인공이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장차 한국농구를 이끌고 나갈 선수들이기에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잘 하고 싶은 마음도 클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플레이오프를 뛰면 큰 부상이 있지 않는 이상 아마 몸이 날아갈 듯 가벼울 것이다. 흔히 아드레날린이 과다분비 되었다고 할 정도로 심장도 빨리 뛰는 것 같고, 점프도 평소보다 20cm는 더 뛰어 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들것이다.

코트에서 다른 선수보다 더 빠르고 높이 뛸 수 있는 능력은 분명히 장점이지만 농구는 단체 운동이고 팀 선수들과의 합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절제하지 못하는 플레이는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각 팀의 베테랑 선수들의 플레이 리듬을 잘 봤으면 좋겠다. 베테랑 선수들의 개인 능력을 따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언제 힘을 쓰고 언제 절제를 하는지를 봤으면 좋겠다.

내가 선수 때는 양동근 코치의 플레이를 유심히 봤다.

동근이 형은 플레이오프에 가면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았다.

 

또, 상대 심리를 읽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천히 할 것 같은 타이밍에 갑자기 대담한 플레이로 상대 기를 누른다거나, 양 팀이 굉장히 정신없이 주고받는 상황에서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플레이를 했다.

이기는 방법을 제일 정확히 알고 있는 선수가 아니었나 싶다. 심리 싸움을 잘 했다고도 생각한다.

양동근 코치와 ‘여우’는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상대해본 내 입장에서 동근이 형은 여우가 따로 없었다. 흔히 말하는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아닌가 싶다.

또, 농구는 심리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종목이기 때문에 선배들과의 심리싸움에 말려들지만 않아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배들은 특히 플레이오프에 어린 선수들이 나와서 흥분해 주기를 바란다. 결국 그 상황을 이용해 중요한 순간에 파울을 얻어내 자유투 득점을 올린다거나, 공격자 파울을 유도해 경기 흐름을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경기에 임하기를 바란다.

큰 경기 일수록 확실히 경기는 더 재미있어 진다. 팬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배가 되어 보는 이들을 더 짜릿하게 해준다.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모든 팀들이 부상 없이, 모두 멋진 플레이를 통해 즐거움을 선사해주길 기대한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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