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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휴가 끝, 지옥훈련 시작! 농구선수들의 비시즌은?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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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01

 

콩닥콩닥 심장이 뛰는 소리가 귓가에 계속해서 들렸다. 해설자로 데뷔했던 6월 17일, 내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뛰었다.

처음 도전하는 일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도 하고, 두렵게도 만들지만 그날은 유독 긴장이 됐던 것 같다.

 

집에서 안양체육관으로 가는 길은 KGC시절 늘 다니던 길이었지만, 마치 처음 가보는 곳처럼 새로웠다. 하지만 안양체육관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농구선수였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익숙한 것들이 내 오감을 자극했다.

코트 냄새, 코트 마찰음, 음료수, 농구공…. 모든 것들 보면서 내 몸은 지금 당장 코트로 들어가 드리블을 해야 할 것처럼 꿈틀거렸다. 코트 위 모든 것들이 그대로였다. 단지 내가 유니폼이 아닌 정장을 입고 마이크를 들고 있다는 것만이 달라졌을 뿐이었다.

사실, 첫 해설을 국가대표팀 경기로 시작하게 되어 부담이 되긴 했다. 중계 경험이 없던 나는 시청자들이 어떤 해설을 좋아할지, 어떤 포인트를 짚어주면 경기를 더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무엇보다 경기는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에 맞춰 적절히 상황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용은 머릿속에 다 있는데 입으로 간결하게 풀어서 말하는 과정이 어려웠다.

정말이지 등이 땀에 다 젖었을 정도로 긴장했던 것 같고, 집에 와서는 마치 내가 경기를 뛴 것 마냥 진이 다 빠졌다.

물론, 어떤 일이든 처음부터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부족하고 그 일이 편하지 않음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는 의미도 된다.

지금은 어색하고 부족할지 몰라도 선수시절처럼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한다면 결국 더 나은 해설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신없던 것만큼 재미도 있었던 첫 해설 ! 그리고 두 경기 모두 우리 선수들이 필리핀을 멋지게 이겼기에 그날의 추억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제 두 달의 달콤한 휴식을 마친 팀들은 비시즌 훈련에 돌입한다.

선수들은 적어도 두 달 넘게 이어질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뎌야 하는 압박감에 두려움도 생기겠지만, 또 훈련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나라도 더 배우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릴 것이다.

시즌이 끝나면 선수 구성이 달라지는 팀도 있고, 그렇지 않은 팀도 있지만 적어도 1~2명씩은 팀 구성원이 바뀐다.

군대에서 제대해 합류하는 선수, 트레이드와 FA로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 한 팀이 되어서 새롭게 시즌을 준비한다.

새로운 팀에 온 선수들은 낯선 환경에 여러모로 굉장히 어색할 것이다. 나 역시 프로에서 5개 팀에서 선수생활을 했지만, 새로운 팀에 갈 때마다 어색한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어색함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운동한 선후배 친구들이 어느 팀이든 있을 것이고, 없더라도 새로운 선수들이 팀에 잘 섞일 수 있도록 기존 선수들이 잘 대해 줄 것이기 때문에 적응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매일 거친 숨소리를 몰아붙이면서 힘든 과정을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금방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 준다.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 더 힘들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선수들끼리는 금방 친해지고 적응문제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이 된다.

보통 휴가가 끝나고 운동이 시작되면 체력 만들기 위주로 훈련 스케줄이 만들어진다. 곧장 연습게임이나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을 심하게 했다가는 부상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우선은 몸을 잘 만드는 운동이 주를 이룬다.

지금 생각하면 농구코트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체력운동은 왜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어쩜 그리 체력 프로그램들을 잘 만들었는지 신기하다. 선수들이 체력운동을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체력운동이 빠져서는 절대 안 된다.

농구는 숨이 항상 턱 끝까지 차 있는 상태에서 플레이를 할 때가 많다. 때문에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

고등학생 때는 선(先)기술 후(後)체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프로에 와서는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선체력 후기술로 말이다.

둘 다 너무 중요한 부분이지만, 먼저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학생 선수들의 경우는 기술연습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시즌을 치러야하는 프로선수들에게는 체력운동이 굉장히 중요하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재활 훈련을 소홀히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렇게 몇 주간 똑같이 운동하고, 밥 먹고 좀 쉬었다가 운동하고, 밥 먹고 또 쉬었다가 운동하는 반복적인 일상이 선수들의 멘탈을 나가게 하기도 한다.

정말 눈만 뜨면 운동을 해야 하는 시기다.

선수들 말로 ‘몸이 올라온다’라고 표현한다. 그때가 되면 힘든 운동도 거뜬하게 소화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정말 죽을 맛이다.

그래서 팀들은 국내 전지훈련을 가기도 한다. 늘 하던 곳에서의 연습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운동을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리프레쉬 할 수도 있고, 새로운 환경에서 오히려 실력이 늘어 자신감을 찾는 선수들도 종종 있다.

새로운 환경은 또 다른 기회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산악 훈련을 가기도 하고 백사장이 있는 곳으로 체력훈련 겸 전지훈련을 떠나기도 한다.

 

거의 대부분 오전에는 체력운동을 하게 되는데, 이 운동들은 체력을 올리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기에도 좋다.

난 어려서 부터 체력운동을 하면 항상 선두 그룹에 있었다.

중학교가 바닷가 근처에 있었고 고등학교는 산을 깎아서 만든 곳에 위치해서 나의 중,고교 시절은 늘 체력운동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들과 함께 했다.

사실, 체력운동 전에는 늘 두렵다. 숨이 넘어 갈 것 같은 두려움도 있고,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선두 그룹에 있었던 이유는 나한테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지금을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훈련을 했다. 오래 달리기를 할 때면 내 옆 동료의 숨소리도 귀 기울이며 뛰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진다는 것은 내가 지금 이 친구보다 더 빨리 뛰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 작은 경쟁에서도 지기 싫어서 나는 더 독하게 뛰어다녔다.

 

그래서일까 예전 코치님께서 우리 아버지께 “태술이는 참 독해요”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한다. 그때는 정말 어떻게 그 훈련들을 다 견디고 이겨냈는지 모르겠다.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하하.

전지훈련 기간 중에는 회식자리도 한 번 갖게 되는데, 그동안 힘들게 운동을 했던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그동안 얘기 못했던 고민들도 털어놓으면서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나도 그런 시간이 선수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어떤 성격인지, 코트에서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 지금 고민이 뭔지 듣다보면 특히 포인트가드 입장에서는 그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감을 얻게끔 도와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지금은 군대에 가 있는 김훈 선수가 시즌 중에 방에 찾아온 적이 있다. 경기 전날이었는데 신인으로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다가 약간의 슬럼프가 와서 힘들다는 얘기였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이 선수가 3점슛 몇 개만 넣으면 금방 컨디션이 회복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 내가 내일 너랑 같이 뛰게 되면 책임지고 슛 찬스 만들어 줄게”라 말하고 돌려 보냈다. 다음날 경기를 같이 뛰게 되었고 김훈 선수가 찬스가 날 수 있는 패턴 그리고 슛 찬스를 봐 주면서 경기를 운영했다. 다행히 김훈 선수는 그 날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훈 선수가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마치는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나도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다, 물론 김훈 선수가 잘해서 만들어낸 경기지만, 이렇게 선수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코트에서 경기력을 같이 끌어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전술이 될 수가 있다.

지금 선수들은 다가올 시즌을 준비하고, 또 그 안에서 본인들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힘든 과정을 수없이 겪어본 프로선수들이지만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되는 몸만들기 운동은 늘 처음 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시즌에 멋진 퍼포먼스를 내기위한 지금의 과정을 잘 이겨내고, 무엇보다 부상 없이 비시즌 훈련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기를 바란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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