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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프로선수가 여름휴가와 대인관계를 대하는 자세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4.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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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29.

 

어느덧 시계는 7월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일찍 비시즌을 시작한 팀들은 짧지만 꿀맛 같은 휴가를 맞이한다. 보통 주말을 포함해서 5일정도의 여름 휴가가 주어진다.

프로선수들은 그동안 쌓인 피로도 풀고, 뜨거운 더위를 피해 시원한 물놀이를 떠나기도 한다. 선수들의 SNS를 보면 저마다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보기만 해도 덩달아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휴가라고 해서 온전히 즐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5일이라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동안 힘들게 만들어온 몸 상태가 행여나 망가질까 봐 휴가를 가서도 웨이트 트레이닝 장소를 찾는 선수들도 있고, 아예 휴가 자체를 즐기지 않는 선수들도 꽤 있다.

 

나 역시 현역시절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물론 물놀이를 간 적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 온종일 있어야 쉬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뭐가 그렇게 불안했는지 모르겠다. 물놀이도 다니고 휴가를 즐겼어도 되는데 말이다.

여기 나 같은 선수가 또 있다.

며칠 전, LG 이관희 선수가 휴가를 받아서 서울에 온 김에 우리 집에 잠시 놀러 왔다. 늘 밝고 거침없는 선수이지만, 그날따라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지난 시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올 시즌에는 주장까지 맡으면서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민을 털어 놓았다

그러면서 휴가 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매일 한다고 했다.

‘쉴 때는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얘기를 했지만, 이관희 선수는 “남들과 똑같이 쉬어서는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없다. 휴가지만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준비하는지 엿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지도 느낄 수 있어서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지금의 이관희를 만들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늘 그랬던 것처럼 거침없이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기를 응원한다.

 

휴가 기간을 맞은 농구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쉬는 것도 운동의 일부다. 잠시 내려놓고 재충전을 갖길 바란다. 나처럼 집에서만 뒹굴지 말고,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농구 얘기가 아닌 다른 주제의 대화도 하면서 짧지만 의미 있는 하계휴가를 보내면 좋겠다.

휴가 중에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지인을 통해서 만나기도 하고 어떤 모임을 통해서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꼭 휴가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숙소에서 생활하지 않고,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운동을 마치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생겼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해왔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다 보니 가끔 좋지 않은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의 현역 시절에도 나와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사람,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 내가 가진 것을 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먼저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팬으로서 좋은 의도로 선물을 해 줄 수도 있고, 술을 한 잔 살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면 결국 나의 판단력이 흐트러지고, 어느 순간 나에게 상처로 돌아온다.

나도 아찔한 경험이 있다.

공익근무를 마친 뒤 치른 첫 시즌 중이었다. 그동안 알던 형에게 좋지 않은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단칼에 거절을 했다. 그 전에는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화려한 불빛에 가려져 숨은 의도를 볼 수 있는 눈이 나에게 없었다. 그때 사람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사람은 늘 경험에서 배운다.

아마도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완벽하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게 되고 또 그런 사람들로 인해 상처도 받아보니, 어느 정도 사람을 만날 때 나만의 기준 같은 것이 생겼다.

예의가 없는 사람, 남을 깎아 내리는 사람, 가진 것을 과시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만나지 않는다. 특히 거친 말투로 약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최대한 멀리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를 좋아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나에게 무언가를 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을 대하면 그 사람의 본 모습을 볼 수 있기도 하고 내 가치는 올라간다.

 

DB 시절이 그랬다. 당시 나는 농구 선수로서의 목표 외에도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나오자’라는 목표도 있었다. 후배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었고 후배들이 앞으로 선수로서 더 많은 성장을 하고, 본인들이 목표한 것들을 모두 이루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었다.

은퇴 후 주변 분들을 통해서 선수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저 후배들에게 내 것을 나눠 주고 싶었을 뿐인데, 오히려 내가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 이었다. 이 자리를 통해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상대에게 최대한 예의를 지켜 대하려 한다. 나이를 떠나서 친절함은 아무리 넘쳐도 과하지 않은 것 같다.

본인의 화려한 불빛을 자랑이라도 하듯 뽐내는 사람이 있고,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묵직한 아우라가 있는 사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후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또 막상 화려함에 눈이 멀어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그렇게 눈이 먼 상태로 사람을 만나고 판단하기 때문에 실수가 이어지고, 결국 내가 받는 상처와 불이익도 커지기 마련이다.

나는 우리 후배들이 상대가 뿜는 화려함을 쉽게 얻으려 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빛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노력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결국 화려함 뒤에 의도를 볼 수 있는 선글라스와 은은하게 오래 빛날 수 있는 아우라를 가지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부디 오래 빛날 수 있는 등불 같은 존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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