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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드래프트 전 마지막 MBC배… 4학년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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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15

 

‘이제 1년 뒤면 대학교 졸업이구나.’

나는 1년 뒤 프로팀에 입단해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운동을 해 나갔다. 남들보다 더 많은 운동과 노력으로 4학년 마지막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고 싶었다.

 

그렇게 대학 마지막 동계훈련은 시작되었다.

3학년 겨울방학의 동계훈련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던 시간이다.

새벽-오전-오후-야간으로 이어지는 훈련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간들이었다.

어느 팀이나 동계훈련은 굉장히 힘들다. 그 중 제일 힘든 것은 바로 새벽 운동이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체육관에서 얼음덩어리 같이 차가운 농구공을 만지는 일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행여 손가락 부상을 당하게 되는 날에 그 고통은… 상상에 맡기겠다.

쉬는 시간에 잠시 눈을 붙이면 금세 체육관으로 떠미는 알람소리가 나를 괴롭혔다.

체육관으로 가는 길에 나는 ‘조금만 더 자고싶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되뇌고 있었지만 어느새 내 손은 농구화 끈을 조여매고 있었고, 연습이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최선을 다해 연습에 임했다.

굉장히 힘든 동계훈련 이었지만 1년뒤면 프로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정신무장을 하고 연습에 임했다.

4학년이 되니 그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팀의 주장을 맡은 탓이기도 했지만, 프로팀에서 드래프트에 나올 선수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렇게 기나긴 동계훈련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면, 어느덧 교내에는 예쁜 꽃들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노란색, 분홍색 옷을 입은 채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이 왔다는 신호, 동시에 곧 MBC배 대회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나의 대학시절만 해도 MBC배 대회는 봄에 개최됐다. 그 해의 첫 대회였기에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는 1, 2, 3학년 모두 MBC배의 우승을 맛보았다. 훌륭한 선배님들 덕분에 우승도 많이 경험했고, 더불어 농구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그렇게 4학년이 된 나도 후배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해 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4학년때는 아쉽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드래프트를 1년 앞두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나는 첫 대회부터 순조롭지 않았고 경기력도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에 참 걱정이 많았다. 동시에 왠지 다른 팀 동기들은 다 잘 하고 있는 것만 같아 불안하기도 했다.

 

사실 03학번 선수들은 ‘황금세대’라 불리며 굉장한 관심을 받았고, 실제로 농구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각 팀마다 포진해 있었기에 팬들도 관심이 뜨거웠다. 게다가 그 황금세대 선수들 중 몇몇은 아직까지도 각자의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은퇴한 선수들 중에서도 현역 때 대단한 커리어를 보낸 이들이 있었다.

대학 시즌의 전반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면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많이 한다. 연습경기를 하는 날이면 프로팀의 버스가 대학선수들을 태워 연습경기장으로 이동한다.

프로팀의 버스를 타면 마치 프로선수가 된 것처럼 들뜨고, ‘나도 언젠가는 여기에 프로선수가 되어 앉아 있겠지’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두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하.

그렇게 기분 좋은 상황도 잠시.

프로팀 연습코트에 들어가면 왠지 모를 엄숙한 분위기와 그동안의 역사를 알려주듯 천장에 달려있는 우승 배너가 대학선수들의 기를 죽인다.

그리고 TV에서만 보던 선배님들께서 하나둘씩 아우라를 풍기며 코트에 등장한다.

연습경기는 상대가 안 될 때가 많다. 이미 실력과 힘 그리고 경험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때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어차피 실력이 모자라다는 것을 알고 시작된 경기이니, ‘못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1학년 때만 해도 프로와의 연습경기는 늘 새롭고 기대가 많이 됐다. 하지만 4학년이 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만약 내가 프로에 가게 된다면 경기장에서 ‘적’으로 만날 수 있는 선수일수도 있기에 쉽게 보이고 쉽지 않았다.

패스미스도 많이 했지만 자신있게 패스를 뿌리려고 노력했다. 힘에서도 많이 밀렸지만 조금이라도 더 괴롭히겠다는 마음으로 선배들을 수비했다. 늘 경기가 끝나면 나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그 부족함은 결국 연습으로 채울 수 밖에 없다는 나의 다짐을 더 단단하게 했다.

 

그렇게 4학년의 시간은 점점 끝나가고 매체에서는 ‘황금세대 드래프트’라는 제목 아래에 드래프트 참가자들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드래프트가 코앞에 다가왔을 때는 ‘누가 전체 1순위가 될 것인가’를 두고 예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운 좋게 1순위 후보에 내 이름이 들어갔다. 사실 그때 내색은 많이 안했지만 이왕가는 거 1순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선수들끼리는 1순위 경쟁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팀마다 필요한 포지션에 뽑아야 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어떤 팀의 구슬이 먼저 나오느냐가 중요했다.

순위보다는 내가 가게 될 팀에서 1분이라도 더 많이 뛰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리고 나는 동기들과의 경쟁을 그렇게 많이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월등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네가 프로에서 성공하려면 위로 10년, 밑으로 10년 선수들을 잡아먹어야 한다”라는 농구원로 선생님의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선배님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사실 동기들은 어렸을 때부터 농구를 다 잘했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존재만으로도 많은 동기부여가 되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했다.

지금 대학교에 있는 4학년 선수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선배로서 두 가지 조언을 하자면 드래프트에서 좋은 순위로 프로에 입단을 하는 게 중요할 수도 있지만, 결국 내가 프로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어떻게 하면 내가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프로에 대한 고민이 들 때면 당장 체육관으로 달려가 연습을 하기를 바란다. 그 노력들이 여러분을 프로선수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조언이다.

이 칼럼을 처음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도 후배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작은 도움을 주고, 프로에서 겪은 내 경험들을 간접적으로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 후배들의 고민에 명쾌한 대답을 주지 못해 한편으로 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선수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운동을 했고, 또 그 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을 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진심으로 다 잘 됐으면 하나는 바람이 크다.

지금 상주에서는 MBC배 대회가 한창이다. 가을 드래프트에 나설 4학년 선수들 모두 고민도, 설렘도 있을 것이다. 부디 다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목표한 바를 이루길 바란다. 프로선수를 꿈꾸는 이들 모두가 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받으면서 코트를 누빌 날이 오길 응원한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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