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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경기조작 파동, '선수들이여, 이상훈을 본받아라'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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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3. 05.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입단 첫 해에 잘하면 주위에 사람이 많이 따라붙는다. ‘이슬’맞게 해주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러면 그 선수는 똥오줌을 못 가린다. 쉽게 말하면 ‘스폰(서)’ 노릇을 해주는 것인데, 그 사람은 선수를 이용해 제 얼굴을 과시하는 것이고, 그렇더라도 야구장에 나가면 달라져야 하는데 안 좋은 방향으로 자꾸 이어지고, 부상을 당하고…,”

1990년대 LG 트윈스의 중추 투수였던 이상훈(41)이 몇 년 전 OSEN과의 인터뷰 때 자신의 야구 삶을 돌아보면서 야구 선수들을 둘러싼 ‘유혹’에 대해 진솔하게 털어놓은 말이다.

이상훈은 “LG 분위기가 너무 자유분망하지 않았나, ‘밤이슬, 새벽이슬, 아침이슬’이라는 말도 있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이상훈이 덧붙인 얘기는 이렇다.

“나는 그런 일에 완전히 담을 쌓아버렸다. 그 사람들은 만나자마자 반말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술자리에서 전화를 걸어 ‘나야’,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꿔줄게’, 다른 데 가서는 ‘내가 이상훈을 잘 아는데’, 그런 식이다. 왜 그런 사람들한테 반말을 들어야 하나. 그런 자리를 피하니까 ‘싸가지가 없다’는 둥 그런 소리를 듣게 됐다”.

비록 술에 국한된 언급이기는 했지만, 이상훈은 ‘이상한 사람들’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아예 원천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러지 않으면 유혹의 촉수를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특히 이름이 나기 시작하면 주위에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들끓게 된다. 유혹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물론 건전한 멘토도 있지만, 뚜쟁이도 있을 수 있다. 개중에는 이번 LG의 김성현이나 박현준의 사례처럼 선수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끌고 들어가는 ‘어둠의 자식들’이 있게 마련이다. 어두운 밤하늘의 반딧불이 같은 존재라면 좋으련만,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이 유명 선수들의 주위로 날아드는 부나방들이다.      

경기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특정 선수에 대한 돌팔매질이 요란하다.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불법을 저지른 선수가 비난받고 그 죗값을 치르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자신의 과오는 외면한 채 앞장서서 도박연루 선수들에게 침을 뱉는 일부 야구인들의 행태는 볼썽사납다.   

 

▲ LG 트윈스 시절의 이상훈 / 시사저널

 

돌이켜 보자.

‘인정에 이끌려 친한 선수에게 구질이나 사인을 알려준 일은 없었는지.’

‘손쉬운 상대를 고르기 위해 일부러 경기를 져준 적은 없는지.’

‘특정 선수의 타이틀을 만들어 주기 위해 고의로 결장을 시키지는 않았는지.’

‘선수의 타이틀과 승리를 맞바꾼 일은 하지 않았는지.’

‘날씨를 핑계 삼아 대충 경기를 비기려고 애쓰지 않았는지.’

‘경기도중 선수들의 포지션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경기를 희롱한 적은 없었는지.’

‘인터넷 도박에 빠져든 적이 없었는지.’

‘바다 이야기 따위의 게임에 중독되지는 않았는지.’ 

‘바다 이야기에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눈이 붉게 충혈 된 채로 그라운드에 나와 경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심판들에게 (게임 업소의) 물 좋은 데가 어디냐고 물어본 적은 없는지.’

‘정선 카지노 같은 데 가서 정신을 팔지 않았는지.’

이 같은 행위가 우리네 프로야구 판에서 일어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금전의 대가성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적인 행위였다고 할지라도 자칫 승부를 또는 경기내용을 조작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이런 위험한 행태에서  자유로운 야구인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따지고 보면, 오늘날 그 일각이 드러난 불법 야구 도박 사건은 과거의 승부기만, 조작, 나태 행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 LG 트윈스 시절의 이상훈 / 국민일보


‘볼넷 한 개쯤 어떠랴’하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어떤 사람은 1회 볼넷 한 개를 ‘경기 흐름에 별 지장이 없다’는 해괴한 소리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해댄다. 어이없다. 볼카운트 하나에도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운동이 야구인데, 하물며 1회 선두타자 볼넷은 경기의 흐름과 동료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당연히 미칠 수밖에 없다. 누상에 주자가 나가면 실점 확률이 커지고 선제점을 내주면 그만큼 경기를 어렵게 치르게 된다.     

예를 들면, 박현준이 2011년에 선발로 등판한 홈경기 가운데 1회 선두타자에게 볼넷(또는 몸에 맞는 공)을 내준 3경기(4월14일 삼성전, 6월9일 한화전, 8월7일 한화전)에서 LG는 초반에 흐름을 빼앗겨 모조리 패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5일 이번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불법 도박 연루 선수야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되겠지만 프로야구 녹을 먹었거나 먹고 있는 야구인들도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모름지기 자숙과 겸허한 자기반성을 우선해야 마땅하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춘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선배인 이상훈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자신의 일생을 망치지 말고 주위의 유혹에 “아니오”라고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어야 한다. 독해져야 산다.

아울러 불법도박 사이트를 신속하게 단속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인 장치도 시급하다. 선수들의 의식의 개혁, 정화와는 별도로 정부기관이 전담 부서를 두어 도박꾼들이 발을 뻗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사이트를 단속하는데 행정절차가 6주간이나 걸리는 늑장 대응으로는 창궐하는 도박 사이트를 막을 수 없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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