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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난투사] (18) 김성근-김재박 감독, 빈볼시비 등에 얽힌 악연

---[韓國프로野球 亂鬪史]

by econo0706 2022. 9. 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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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5. 07.

 

3시간 52분 ‘추악한 드라마’, ‘또 빈볼 시비…스스로 무덤 파는 프로야구.’

1998년 7월 27일치 <일간스포츠> 신문기사의 제목이다. 추악, 무덤 따위의 용어를 동원, 제목을 단 그날 신문의 기사는 김성근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과 김재박 현대 유니콘스 감독, 그리고 중간자인 심판 사이에 얽혀 있는 속사정을 파헤쳤다.

상대적 약자인 쌍방울을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의 피해의식,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김성근 감독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김재박 감독, 심판의 어정쩡한 판정 태도 등이 한데 버무러져 빚어낸 사건의 앞과 뒤를 살펴보자. 

제 1막, 수원구장 마운드 높이 시비

 그해 7월 11일, 후반기 시작 첫 날인 그날 쌍방울과 현대의 시즌 9차전이 열리기에 앞서 마운드 높이를 둘러싸고 시비가 일어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해야할 경기가 39분이나 지연, 파문이 일었다.

경기시작 전 국민의례가 끝난 다음 김성근 감독이 “마운드가 규정보다 아주 높아 보인다. 경기 한 시간 전 오더 교환 때 마운드 높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아무런 조치나 해명이 없었다.”며 김병주 주심에게 항의하는 바람에 ‘플레이볼’을 선언하지 못한 것이다.

 

▲ 현재의 수원구장 / 스포츠경향


쌍방울이 13분이 지나도록 경기에 응하지 않자 심판진(조장 백대삼)은 5심 합의 끝에 김성근 감독에게 “경기 전 심판들이 마운드를 육안으로 점검했으나 경기진행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시간부터 5분 이내에 경기에 응하지 않으면 퇴장조치를 내리겠다.”고 경고하고 플레이볼을 선언한 다음 기록원에게 시간을 재도록 했다.

현대 야수들이 그라운드에 나가 제 수비 위치에서 기다리는 가운데 10분이 지나도록 첫 타자 조원우가 타석에 들어서지 않자 김병주 주심이 오후 6시 53분에 ‘규칙 4.15(몰수게임)’ 조항을 근거로 김 감독을 퇴장(시즌 1호)시키고 몰수게임 가능을 통보했다. 

쌍방울 구단은 박효수 사장이 선수단에 경기 참가를 지시하는 한편 김양경 경기감독관을 통해 KBO에 마운드 실측을 요구했다.

KBO는 밤 10시 40분께 이상일 운영부장이 토목기사 한 명을 대동, 수원구장으로 급히 가서 구장 시설계장과 양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운드 높이를 실측했다. 그 결과 41cm(16.27인치)로 규정(10인치)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KBO는 수원구장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그 사건을 계기로 전구장에 대한 마운드 높이를 실측, 조절했다. 

31분간 경기에 불응한 김성근 감독은 7월 13일에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 의해 벌금 100만 원 징계를 받았다. 8분간 항의한 김재박 감독은 경고를 받았고, 백대삼 심판조장 등 심판원 5명과 김양경 감독관에 대해서도 운영미숙 책임을 물어 경고조치를 내렸다.

제 2막, 어김없이 나타난 빈볼

7월 26일 쌍방울과 현대의 인천경기는 빈볼시비로 얼룩졌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쌍방울 4번째 투수 김원형이 8-2로 크게 앞서 있던 9회 말에 현대 선두타자 박경완에게 빈볼성 투구를 해 퇴장을 당한 것이 발단.

김원형의 3구째가 박경완의 허리를 비껴 스치듯 지나가자 현대 김재박 감독이 덕아웃에서 득달같이 달려 나와 김락기 주심에게 “빈볼”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락기 주심은 김찬익 심판조장의 주도 아래 4심 합의를 거쳐 빈볼로 판정, 김원형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김원형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버텼다. 당연하게도,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쌍방울 코치들이 우르르 달려 나가 판정의 부당성을 따졌다.

대개 그러하듯이, 빈볼의 전 단계가 있기 마련이다. 8회 말 현대 이숭용이 김원형의 공을 왼쪽 오금부위에 얻어맞고 그라운드 밖으로 엎여나가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현대 안병원이 9회 초 쌍방울 조원우의 옆구리에 공을 맞히는 일도 벌어졌다. 자연히 양쪽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게임을 지켜 본 KBO 박용진 경기감독관은 "이숭용과 조원우에게 던진 공은 빈볼로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박경완에게 던진 공은 빈볼이 거의 확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쌍방울은 그날 2-2로 팽팽하던 5회에 김기태가 결승 3점 홈런을 날리는 등 여유 있게 앞서나갔고 김현욱이 구원승으로 시즌 10승 고지에 오른 날이기도 했다. 빈볼시비가 이어지는 바람에 경기가 늘어져 밤 10시 28분에야 끝났다. 

김재박 현대 감독은 “심판한테 투수 김원형에 대해 경고든 퇴장이든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어필했다. 내가 볼 때는 분명히 고의성이 있었다. 퇴장명령에 대해선 심판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무어라 할 말이 없다”고 경기 후에 항의 내용을 설명했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왜 주심이 결정하지 않고 2루심(조장 김찬익)이 심판들을 불러 모아 판정하는지 모르겠다. 현대와 경기만 하면 심판이 헷갈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빈볼의 당사자인 김원형은 “벤치에서 빈볼에 대한 사인은 없었다. 심판의 퇴장명령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박경완은 “김원형은 전주고 동기로 16년 친구 사이다. 만약 벤치에서 빈볼 사인이 나왔다 하더라도 지난해까지 쌍방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나를 차마 맞히지는 못한 것 같다. 심판의 퇴장 명령은 조금 심했다. 경고 정도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그 경기 6회 말 현대 공격 때 ‘이명수가 타석을 벗어나 부정타격을 했다’며 잠깐 어필을 했다. 그런 움직임 역시 현대전에서의 심판 판정에 대한 피해의식의 발로였다.

김성근, 김재박 두 감독의 감정의 앙금은 1997년에 이어 1998년 5월 24일 현대 박재홍에 대한 타격자세로 인한 걸고넘어지기와 수원 마운드 사건으로 쌓여있었던 터. 빈볼 사건도 그런 시비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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