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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생각] 홍명보 감독 발목잡은 한국축구 현실은 무엇인가

--김병윤 축구

by econo0706 2022. 9. 27.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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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04.

 

홍명보호가 미국에서 가진 코스타리카, 멕시코, 미국과의 3차례 평가전에서 1승 2패 1골 6실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지도자 생활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하여 홍명보 감독은 ‘모든 결과는 내 책임’이라고 밝혀 비로소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덕목을 발휘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동안 홍명보 감독은 일천한 지도경력에도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리며 지도자로서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아직은 승부의 세계에서 배우고 겪어야할 시련이 많이 남아있는 초보 지도자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에서의 3차례 평가전은 분명 홍명보 감독에게, 참기 힘든 고통 속에 자기반성의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축구는 4,900만 국민에게 즐길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대표팀 승부 결과에 따라 ‘희로애락’도 판가름 나는 민감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미국에서의 3차례 평가전 중 멕시코와 미국전 완패는, 곧 용서할 수 없는 죄인인양 홍명보 감독에게 모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으로 한국축구는 한때 외국 언론으로부터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든 성배 자리’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비록 한국축구가 2002년 한일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 4강과,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아직은 축구선진국이 아니다. 이는 미국에서의 3차례 평가전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그 증표는 선수의 개인기량(개인전술) 부족이 말해준다. 축구에서 개인기량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고 또한 축구발전도 성취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이를 등한시한 채 특유의 정신력과 체력만 가지고, FIFA월드컵과 올림픽 및 그 밖의 국제대회에서 승리에 올인 하는데 만 급급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런 대표팀을 이끌고 단시간 내에 팀을 조련하여 2014년 브라질 FIFA월드컵에서 4,900만 국민 모두가 원하는 승리를 거두며, 16강, 8강 고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전지전능’한 지도능력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아니다. 오직 중요한 것은 4,900만 국민 모두가 원하는 승리를 위해서는 선수들의 기량이 우선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한국축구에 탁월한 개인기량을 지닌 축구 기술자(기량 보유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이유는 선수 기량 향상은 도외시하고 오직 승리만을 염두에 둔 선수지도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조잔디라는 구장시설 여건으로 인하여 선수들이 구사할 수 있는 기술축구의 한계성을 노출시키는 가운데, 발목, 무릎, 허리 등등의 관절 부상을 잉태시키며 한국축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인조잔디의 폐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훈련 및 경기 시 선수들의 유연성과 민첩성 발휘는 물론, 과감성까지 제약시켜 적극적인 훈련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천연잔디구장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차라리 맨땅구장이 선수들의 기량과 경기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실효성과 효율성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 홍명보호의 평가전 결과에 대한 ‘왈가왈부’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근본에 축구선진국 선수들과의 기량 차이가 주원인이라는 사실은 두 말할 필요성도 없다. 짧은 패스는 한두 번 하지만 크로스 패스와 롱 패스 정확성과 질이 떨어지고, 1:1 능력이 안 되며 태클은 고사하고 터닝슈팅(일반적인 슈팅 포함) 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선수가,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며 만족스런 경기를 한다는 것은 날개가 나지 않은 새가 날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점은 비단 대표팀 뿐만 아니라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U-22대표팀도 마찬가지여서,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2 챔피언십 준결승전에서, 이라크에 패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후 3-4위전에서 요르단에게 마저 덜미를 잡히고 4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현대축구의 흐름은 갈수록 선수들의 기술 발전 속에 개인, 부분, 팀 및 체력적 스피드와 압박 강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축구 현실에서 오직 승리만을 원하고, 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는 결코 아름다운 문화 창조라고 보기 어렵다.

 

대표팀이 국제경기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한국축구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번 홍명보호와 이광종호의 결과를 거울삼아 미래 대표팀의 자양분인 어린 유소년축구부터 성인 프로축구까지 승리를 위한 훈련과 경기에서 벗어날 필요성도 있다. 현재 일선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사항은 한국축구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다.

유소년, 중, 고, 대학에서 학습권 보장 명분으로 실시하고 있는 주말리그로 인하여 경기는 승리만을 위한 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아울러 시즌 종료가 과거의 9월에서 11월로 연장되면서 개인기량 향상을 위한 훈련기간도, 약 5개월여에서 2개월(과거:시즌시작 3월, 현재:2월) 정도로 줄어들어 선수들의 기술 발전을 위한 훈련 시간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 일선 지도자들이 스스로 느끼고 깨우친 것은 바로 ‘기술이 없는 축구는 안 된다.’라는 것이다. 더불어 유소년축구 만큼이라도 시즌을 전반기에 종료하여 어린 선수들이, 개인기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비등하다. 선수의 기량은 훈련을 통하여 향상될 수 있지만 경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

이 점을 간과한다면 주말 리그제 그룹 편성에 있어서도 선수기량과 팀 전력을 고려한 그룹을 편성, 선수에게 기량향상을 꾀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와 여건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지 않은 그룹 편성은 자칫 어느 특정팀 선수에게, 좌절감, 박탈감과 함께 상실감까지 안겨줄 수 있으며, 기량향상은 물론 양 팀 모두에게 경기력 측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10~15년 전까지만 해도 현장의 지도자들이 공유할 수 있었던 공통분모는 바로 ‘어느 팀 몇 번 선수가 잘한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같은 지도자들의 공통분모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실은 바로 인조잔디라는 구장 여건과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점에서 나타난 발전의 정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직시한다면 홍명보호의 패배는 당연성으로 받아들여 질 뿐 그 패배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제는 과거와 같이 감독 혼자 모든 비난과 고통을 감수해야하는 분위기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승리했을 때 지도자는 필요 없고, 패배했을 때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점을 상기할 때 지금이 바로 홍명보 감독에게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도자로서 더 큰 도전정신과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에 한국축구는 선수들의 기량 발전은 등한시하고 오직 어린 유소년 선수들부터, 현대축구만을 주입시키는 가운데 이를 실행하라고 요구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이는 무늬만 현대축구고 실제는 현대축구를 역행하는 구시대적 축구임에 틀림없다.

지금 한국축구 현실은 홍명보 감독이 선수의 기량 발전을 꾀하여 승리만을 챙기는 해결사가 될 수 없고, 또한 축구선진국 진입을 성취시킬 수 있는 구세주도 될 수 없다는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한국축구는 세계적인 지장, 덕장, 용장으로 인정받는 지도자를 갖기를 갈망하는 가운데 불행하고 더 큰 손실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그 길에 해답은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올라서는 기량을 갖춘 선수 육성을 위한 책임과 의무 수행이다.

 

김병윤 / 전 전주공고 감독

 

자료출처 : 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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