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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파크] ‘비활동기간 철저 준수’ 한겨울 봄캠프 이젠 안녕~

---Outside Park

by econo0706 2022. 9. 28.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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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09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1999년 발족했다. 이후 ‘비활동기간 준수’는 매년 선수협이 빼놓지 않고 강조해온 과제였다. 겨울이 오면 “선수협이 비활동기간을 준수하기로 결의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그러나 진짜 그 결의가 ‘엄격하게’ 지켜진 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진짜’다. 12월 2일 열린 선수협 총회에서 좀 더 확실하고 강력한 방침을 세웠다. 스프링캠프는 예외 없이 2월 1일부터 시작하고, 12월에는 아예 야구장을 출입해서도 안 된다. 1월부터는 문을 열어 두지만, 철저하게 ‘개인 훈련’을 해야 한다. 코치나 트레이너가 훈련에 개입하면 안 된다. 물론 현장에서는 “그렇게 오래 쉬면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선수협은 “선수들이 개인 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충분히 마련해놨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구단이 발각되면, 각 구단의 초상권 수입에서 벌금을 제하게 된다. 
 

▲ 2014년 11월 12일 한화 김태균이 마무리훈련에서 김성근 감독의 펑고를 받고 있다. 한화 구단은 선수협의 반대에 부딪혀 12월 오키나와 훈련을 강행하지 못하고 11월을 꽉 채운 30일 일본 마무리 캠프를 마치고 귀국했다. /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 비활동기간, 선수협의 해묵은 숙제 

비활동기간은 말 그대로 선수들이 ‘선수 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이다. 프로야구 규약에 정해진 비활동기간은 12월과 1월, 정확하게 두 달이다. 야구 규약에는 ‘선수의 참가활동 보수 대상 기간은 매년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10개월간으로 하고, 연봉은 10회로 분할 지불한다’고 명시돼 있다. 12월과 1월은 선수들이 월급을 받지 않는 달이라는 의미. 일을 하면 돈을 받아야 하고, 돈을 받지 않으면 일을 할 의무가 없다. 

이 원칙은 늘 오래전부터 팀과 선수의 ‘성적’을 앞세우는 논리에 희생돼왔다. 운동선수는 성적이 곧 몸값이고, 성적을 높이려면 훈련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이런 직업적 특성은 구단들이 스프링캠프 출국일을 앞당기고 캠프 기간을 늘리는 데 필요한 방패막이 됐다. 일부 감독은 “단체 훈련을 하지 못하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선수다” “훈련을 많이 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연봉을 올리는 게 비활동기간에 쉬는 것보다 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활동기간에 대한 규제가 유명무실한 틈을 타 슬금슬금 훈련 시작 일을 앞당기는 구단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대 후반, 김성근 현 한화 감독이 이끌던 SK였다. 2009년 스프링캠프 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SK는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를 2연패했지만, 이듬해 훈련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호준, 김재현, 박재홍, 안경현을 비롯한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재활 선수들을 1월 2일에 일찌감치 일본 고치 캠프로 보냈다. 본진은 나흘 후인 6일에 합류했다. 새해가 밝자마자 훈련을 떠난 선수들은 3월 5일에야 귀국했다. 무려 두 달 넘게 지옥훈련을 견뎌야 했다. 

‘디펜딩 챔피언’이 훈련을 가장 많이 하니, 그 아래 순위에 있던 다른 팀들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해 삼성과 KIA가 단체 훈련을 시작한 날은 1월 5일이었다. 한화는 8일, 넥센은 9일에 각각 첫 훈련을 소집했다. LG도 8일부터 잠실 훈련을 시작한 뒤 15일 사이판으로 날아갔고, 두산은 11일에 일본 미야자키로 떠났다. 투수 출신인 한 야구 관계자는 “그 즈음 몇 년 사이에 캠프 시작일이 너무 빨라졌다. 원래는 1월 말쯤 떠나다가 점점 1월 중순이 되더니, 나중에는 투수조와 포수조가 1월 5일쯤 본진보다 먼저 캠프지에 들어가는 게 관행이 됐다”며 “캠프를 55일간 치러본 기억이 난다. 두 달에서 5일 정도 빠진 수준”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만약 11월에 마무리캠프까지 다녀온 코치나 선수라면, 12월을 제외하면 1년 내내 거의 집에 있을 시간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선수들의 불만은 높아만 갔다. 한 시즌 내내 야간 경기를 치르고 전국 원정을 다니는데, 캠프 기간까지 하염없이 길어지니 ‘선수’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삶을 누리기가 어려웠다. 결국 선수협은 그해 11월 비활동기간 훈련에 대한 벌금을 ‘개인 100만 원’에서 ‘상조회 5000만 원 이상’으로 크게 상향 조정했다. KBO와 구단들 역시 비활동기간 팀 훈련 금지 규정을 어기면 해당구단이 벌금 1억 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종전 5000만 원에서 두 배로 벌금을 늘렸다. 강제성이 생기고 벌금 액수가 늘어야 위반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 전지훈련을 일제히 1월 15일에 떠났던 이유

그 후 거의 전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1월 15일에 떠나는 게 관례가 됐다. 비활동기간은 1월 말일까지지만, 팀 훈련은 1월 14일까지만 금지돼 있어서다. 당시 야구규약에는 ‘구단 또는 선수는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1월 31일까지 야구경기 또는 합동훈련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었다. 다만 ‘총재가 특별히 허가할 때, 선수가 자유의사로 훈련하는 경우, 전지훈련 관계로 선수들이 요청할 때에는 1월 중순 이후 합동훈련을 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겨울에는 날씨가 추워 야외에서 훈련할 수 없는 한국의 상황을 고려한 조항이었다. 이 때문에 매년 1월 15일이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각 구단 선수들이 대거 몰려들어 북적거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아예 그날 비행기표를 구하기가 어려워 16일로 출발을 늦추는 구단도 나왔다. 

이어 4년 뒤에는 비활동기간에 허용됐던 예외 규정도 일부 없어졌다. 이전까지는 재활선수와 군 제대선수에 한해 국내 및 해외 훈련이 가능했다. 코치와는 동행이 불가능하지만, 구단 트레이너는 함께 갈 수 있었다. 또 신인선수는 12월까지 국내에서 코치의 지도를 받는 게 허가됐고, 신생 구단도 팀 훈련 금지 조항을 적용받지 않았다. 제9구단 NC와 제10구단 kt가 창단 후 2년간 겨울에도 장기 캠프를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2013년 12월 각 구단 단장이 모인 실행위원회 합의에 따라 구단 트레이너를 동반한 해외 재활 캠프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이 예외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12월에는 훈련 안 하는데... '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최근 넥센의 12월 합동 훈련 여부에 대해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비활동 기간인 12월 해외 전훈을 계획했던 김성근 감독(오른쪽)의 한화에 더 예민해졌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김 감독이 11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훈련에서 황재규의 투구를 지켜보는 모습. / 자료사진=한화 이글스


# 한화와 선수협의 대립, 도화선 당겼다 

선수협이 비활동기간 위반 제재에 대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시기는 2014년 12월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화에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부터다. 발단은 넥센이 제공했다. 한 언론이 12월 15일 목동구장에서 넥센 선수들이 코치와 함께 훈련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도했다. 이 때문에 선수협은 “엄중하게 제재하겠다”며 발끈했다. 선수들이 목동구장에서 운동했던 사실보다 코치들이 함께 있었던 점이 문제가 됐다. 넥센은 당시 “코치가 야구장에 나왔다가 훈련 장면을 지켜봤을 뿐, 훈련을 돕거나 지도하지는 않았다. 개인 훈련할 장소가 없는 선수들이 목동구장에 나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곧 선수협 고위 관계자가 “진짜 원인은 한화 김성근 감독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감독은 한화에 부임한 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팀 체질을 개선하려고 했다. 시기를 가리지 않는 강훈련은 김성근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다. 대규모 선수단을 이끌고 11월 일본 마무리 캠프를 떠났고, 12월까지 그 캠프를 연장하려고 했다. 

12월은 선수들이 1년 중 유일하게 개인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이다. 1월에는 본격적으로 시즌 준비를 시작해야 해서다. 가족이나 연인과 연말 여행을 계획한 선수들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마무리 캠프 명단에는 2군 선수나 유망주들 외에도 한 시즌 내내 1군에서 뛴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반발은 당연했다. 한화의 일부 선수들이 선수협에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문의했다. 선수협이 들고 일어났다. 당시 선수협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님께서 ‘만약 선수협에서 벌금을 부과한다면, 벌금을 내고서라도 훈련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협은 역시 2군이나 3군, 혹은 재활군 선수가 아닌 1군 주축 선수들까지 모두 12월 훈련을 지시받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만한 작은 부상을 내세워 ‘재활’ 선수로 분류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 김 감독은 SK 시절에도 12월에 ‘재활 캠프’라는 명목으로 합동 훈련을 강행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다른 구단들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12월 해외 합동 훈련이라는 무리수를 던지기도 했다. 선수협이 팔을 걷어붙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다. 

결국 한화 구단은 선수협의 반대에 부딪혀 12월 오키나와 훈련을 강행하지 못했다. 11월을 꽉 채운 11월 30일에 일본 마무리 캠프를 마치고 귀국했다. 김 감독과 한화 구단이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물론 김 감독은 크게 아쉬워했다. “45일이라는 공백은 어마어마하게 좋지 않다. 선수가 단체 운동을 한 달 반이나 쉬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이후 비활동기간을 지켜내려는 선수협의 결의는 그 후로 더 단단해졌다. 급기야 2년 후인 올해는 ‘2월에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마저 성사시켰다. 

 

배영은 / 일간스포츠 기자 

 

자료출처 : 일요신문 [제12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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