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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기대 반, 우려 반' 김응룡 현장복귀, 김인식 "5:5 승부다"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10. 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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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 09.

 

김응룡(72)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전격적으로 한화 이글스의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한다는 소식은 야구인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현장에서도 김응룡 사장의 감독 수락 얘기가 단연 화제였다.

잠실구장에서 만나 본 야구인들의 반응은, 뭉뚱그리자면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우선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구 총재는 사견임을 전제로 “LG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한 번 팀이 무너지면 재건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한화의 전력이 그리 탄탄하지 않음을 들어 노장의 현장 복귀에 대해 물음표를 달았다.

김응룡 감독과 오랜 친구 사이인 박영길 전 롯데 감독 또한 비관 섞인 견해를 피력했다.  박 전 감독은 “아닌 말로 올해 기아도 4강에 들지 못했는데, 한화가 내년에 삼성, SK, 두산, 롯데와 기아를 넘어설만한 전력을 갖출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면서 “내년에 전력을 가다듬어 2014년에 승부를 걸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5:5 승부라고 본다.”는 전제를 달고, “잘 되면 ‘역시 김응룡’이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못되면 ‘그럼 그렇지, 그 동안 좋은 선수로 구성된 팀에서만 성적을 낸 것’이라는 말을 들을 수 도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런 점에서 ‘절반 확률의 승부’라고 본 것이고 자칫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김인식 위원장은 그에 덧붙여 “(김응룡 감독의 현장 복귀는)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했겠지만 당장 내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계약기간이 2년임을 감안해야한다는 뜻이다. 전력을 다질 시간적인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화 구단이 김응룡 신임 감독의 손에 쥐어준 시간은 공표한대로 2년이다. 2년차는 사실상 지도력의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속 편하다. 

‘풍부한 실전 경험,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시리즈 10차례 우승의 실적, 강력한 카리스마.’ 흔히 ‘김응룡’이라는 지도자를 설명할 때 으레 따라다니는 수식이다. 김응룡 감독은 지난 2004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지 8년 만에 현장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8년이라는 세월은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시간이다. 야구 자체야 다를 바가 전혀 없겠지만, 야구 환경은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그 세월의 공백을 김응룡 감독이 얼마만큼 단 시간에 극복하고 왕년의 위세를 되찾을 수 있을 지는 섣불리 장담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여태껏 한화 구단이 해왔던, 이를테면 외국인 선수를 제 때 교체하지 못한 ‘늑장 행정’, 꼭 필요한 FA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미온적 행정’ 따위로는 설사 김응룡 감독이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댄다고 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화 구단이 김응룡 감독의 호흡을 잘 따르고 맞춰주는  적극적인 뒷받침, 지원이 중요하다.

다른 한 가지는 김응룡 감독의 의중을 충분히 읽고 마음으로 따르며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코치진의 보필이 중요하다. 김응룡 감독이 앞으로 코치진을 어떻게 구성하는 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

 

♡ 자연으로 돌아간 김응룡 감독, 그의 두 번째 휴식기

 

“아이고 무슨 인터뷰야~. 무슨 욕을 또 먹으라고”.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투박한 목소리. 김응룡(74) 감독은 여전했다. 손주뻘 되는 젊은 기자가 수 차례 조르니, 마지 못한 듯 장소와 시간을 알려줬다. “그럼 이리로 와. 할 말은 없어.” 약 1년 만의 김응룡 감독과의 자리는 그렇게 마련됐다. 용인 에버랜드 인근의 한 야외 식당. 김 감독은 그늘에 앉아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여기 공기 좋지? 밥이나 먹자구.” 안부를 채 묻기도 전에 김 감독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먹는 이야기, 일상 생활…. 야구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김 감독은 즐거워 보였다. 그는 “요샌 참 즐거워. 첫 백수 생활 때(삼성 사장 퇴임 이후)는 그렇게 좀이 쑤셨는데 요즘엔 마음이 참 편해”라며 허허 웃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야구계 거장의 모습은 신선했다.

 

◇ 자연으로 돌아간 김응룡 감독, 그의 두 번째 휴식기

김응룡 감독은 개성중학교 재학 중이던 지난 1954년 이후 60년 이상을 야구장에서 웃고 울었다. 프로에서는 해태에서 18년을 있었고 삼성에서 4년, 그리고 삼성 사장으로 6년간 재직했다. 야구장을 떠나 있던 건 2010년 12월 삼성 사장에서 물러난 뒤 2년이 전부였다. 그는 2013년부터 2년 간 한화에서 지휘봉을 잡은 뒤 인생의 두 번째 공백기를 갖고 있다. 첫 번째 공백의 테마가 ‘기다림’이었다면 두 번째 공백의 주제는 ‘치유’다. 김 감독은 “처음 쉴 때는 너무 힘들었어. 집에서 숨을 쉬기도 힘들더라구. 그런데 지금은 달라”라고 말했다. 기자의 ‘심심하진 않냐’는 질문에 “심심하긴! 어휴~. 몸을 회복하느라 힘쓰고 있는데 아직도 멀었어. 한화 감독 하면서 몸이 굉장히 안 좋아졌는데, 집에서 푹 쉬고 있어. 몸이 완전히 갔어. 앞으로 컨디션을 예전처럼 회복하려면 2~3년은 더 걸릴 것 같아”라며 웃었다.


요즘 김 감독은 농사를 짓는다. 집 인근 텃밭에서 고추, 오이를 키운다. 때때로 도서관도 다니고 있다. 김 감독은 “노인네가 어디 갈 곳이 있겠어? 요즘엔 집 근처 네 군데 도서관을 다니고 있어. 한 군데만 가면 사람들이 알아봐서 창피해. 삼국지, 수호지 같이 고전 소설을 읽으면 시간이 후딱 지나가”라고 전했다. 평생을 함께 했던 야구는 정을 떼려 노력 중이다. 김 감독은 “요즘 야구는 전혀 안봐”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따금 “근데 5위는 누가 올라갈 것 같아?”라고 묻는 말엔 지울 수 없는 애정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 김응룡 전 감독이 경기도 용인 한 식당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최재원 선임기자 shine@sportsseoul.com

 

◇ 야구인 김응룡, 리틀야구에 푹 빠지다

김응룡 감독은 야구에 대한 목마름을 순수하게 풀고 있었다. 그는 요즘 리틀야구가 열리는 지역 야구장을 찾아 멀찌감치에서 관전하곤 한다. 김 감독은 “그냥 갈 곳도 없고 해서 리틀야구를 보러가. 정말 재밌더라구. 삼성 사장 할 땐 프로야구를 보더라도 5회 이상 보기가 힘들었는데, 지난주 일요일 남양주에 가서 리틀야구 3경기를 연달아 봤어. 성질 급한 내가 그 자리에 달라 붙어서 보는데, 나도 신기하더라구”라고 털어놨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그 다음날엔 장충야구장에 가서 2경기를 봤는데 좋은 선수가 많더라. 키가 185㎝는 족히 넘어보이던데, 그런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어. 참 흐뭇했어.”


김 감독은 예나 지금나 학생야구에 관심이 많다. 몇 년 전까진 모교 개성고 야구부에 수천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뒤엔 비활동기간마다 사비를 털어 우완 이태양이 제주도에서 자율 훈련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그 2년을 통해 이태양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김 감독은 “그 때 여러 선수에게 같이 제주도를 가서 훈련하자고 했었지. 근데 따라오겠다고 하는 선수는 이태양 한 명 뿐이더라구. 그 때 좀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데리고 가서 훈련 시켰으면 그 친구들이 많이 성장했을 텐데 싶어. 아쉽지 뭐”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한화 감독 시절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그 땐 경기 시간이 가까워 지면 가슴이 두근두근 했어. 자꾸 지니까 불안하고 그러더라구. 항상 이기는 야구를 하다가 그렇게 되니까, 지는 입장의 심정을 알겠더라구. 나 2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 (김)성근이도 그럴 거야. 안쓰러워”라고 전했다.

◇ 유니폼을 벗고 40여년 만에 마운드에 오르다

김응룡 감독은 최근 용기를 냈다. 지난 7월 18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찾은 것. 후배 감독들의 공로패 전달 행사에 참석하는 한편, 시구를 했다. 공은 애제자 선동열 전 감독이 받았다. 김 감독의 기억이 맞다면 그가 그라운드에서 공을 던진 건 선수 때 이후 처음이다. 그는 “선수 생활을 마친 뒤엔 마운드에서 공을 한 번도 던져보지 않았지. 40년 쯤 됐나? 연습을 한 번도 안 했는데 다행히 공이 제대로 날아가더라구. 느낌이 묘했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후배 감독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무엇에 대한 미안함인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김응룡 감독은 통산 1567승 68무 1300패를 기록해 이 부문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1년에 70승을 거두더라도 22년이 넘는 엄청난 기록이다. 더군다나 김 감독이 첫 지휘봉을 잡았던 1983년엔 프로야구 총 경기 수가 100차례 뿐이었다. 김 감독은 본인의 기록에 대해 “누구든지 깰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중일(삼성감독)이는 깰 거 같아. 중일이는 내가 삼성 사장 했을 때, 삼성 출신 코치 중 가장 열심히 하는 지도자였어. 겉으로 보기엔 순해 보여도 참 강하게 선수들을 만들었지. (류)중일이와 (장)효조, 두 친구가 그랬어. 둘이 지금의 삼성을 만든 1등 공신이야”라고 말했다.

 

◇ 실향민 김응룡, “마지막 꿈은 고향에 묻히는 것”

야구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마침 한가위를 앞둔 시점이라 김응룡 감독에게 추석 일정을 물었다. 김 감독은 “아무것도 없어. 그냥 집에서 쉬어야지 뭐”라고 전했다. 김응룡 감독은 아내와 자녀 외엔 가족이 없다. 6.25 전쟁 때 어머니와 형, 누나와 여동생 3명을 북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체육계의 유명한 실향민인 김 감독은 수 십 년간 헤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8.25 남북 합의에 따라 다음달 20일부터 26일 이산가족 상봉이 예정된 가운데, 관련 소식을 묻자 고개를 저었다. 김 감독은 “그동안 별의별 방법으로 가족을 찾으려고 노력했어. 그런데 다 실패했지. 이번에도 전화 한 통 오더라고. 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확인하는 그런 전화 말이야.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할 때면)매번 기대를 하지. 하지만 이번에도 어림 없을 거야. 북한에서 이산가족 대상자를 고르는데, 우리 가족은 해당이 안되는 것 같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날엔 일부러 약속을 잡았다. 김재하 전 삼성 단장, 선동열 전 감독과 경주 감포에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잠시 숨을 고르던 김 감독은 “빨리 통일이 돼야해. 그 때 고향에 가서 묻혀야지. 그게 마지막 소원이야”라고 말했다.

 

2015- 09- 25

 

김경윤 기자 bicycle@sportsseoul.com

 

자료출처 :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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