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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난투사] (9) 3차 호세의 난…신승현과 빈볼 시비, 그리고 안녕

---[韓國프로野球 亂鬪史]

by econo0706 2022. 10. 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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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01

 

‘돌아와요 부산항에’

 

2002년, 롯데 구단은 메이저리그 몬트리올과 이중계약 파동을 일으킨 펠릭스 호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메이저리그 재진출을 바랐던 호세는 2001년부터 롯데와 2년 계약을 한 터였다. 롯데로선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 됐다. 롯데는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에 부당성을 따졌으나 그해 2월 28일 KBO는 메이저리그로부터  ‘호세와 롯데 구단의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호세의 몬트리올 계약은 구두약속에 지나지 않았다. 그 틈새를 일본 주니치 구단이 비집고 들어 호세를 낚아채려다 ‘이중계약’ 문제가 개입돼 있는 것을 알고 포기했고, 이토 대표가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호세는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돼 2002 시즌 막판에 애리조나에서 잠시 몸담기는 했으나 그 후 멕시칸리그와 도미니칸리그를 전전하게 된다.

 

▲ 2006년 2월 1일, 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호세가 롯데의 전지훈련지로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들어선 모습

 

‘미워도 다시 한 번’

 

롯데는 2001년 이후 2004년까지 인구에 길이 회자 된 바와 같이 ‘8888’ 굴욕을 겪게 된다. 2005년에 5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는 ‘진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 2002년의 일에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 호세에게 다시 ‘애정 공세’를 펼쳤다.  

2005년 12월 18일, 롯데는 호세와 총액 30만 달러(연봉 23만 달러, 사이닝보너스 7만 달러)에 계약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호세는 이듬해인 2006년 1월 말에 재입국, 5년 만에 사직구장에 서게 됐다.

불혹을 넘어선 호세(41)의 성깔머리는 여전했다.

▲ 2006년 8월 5일 호세와 빈볼시비를 일으켰던 신승현.


2006년 5월 12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던 한화 이글스전. 그날 4번 지명타자로 출장했던 호세는 안타를 치지 못했다. 경기는 롯데가 0-1로 뒤져 있는 상황. 9회 초 1사 후 호세가 타석에 들어서 한화 마무리 투수 구대성을 상대했다. 그러나 삼진을 당하자 허운 주심을 향해 욕설(“Fuck you~~~~”)을 10여 차례나 내뱉었다. 가차 없이 돌아온 것은 “퇴장!” 

KBO는 5월 1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대회요강 벌칙내규 제 7항(심판판정 불복 폭언)’을 적용, 호세에게 제재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KBO는 ‘추후 재발할 경우 엄중 처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2006시즌 징계 1호 선수로 이름을 올린 호세로선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에 그쳤고 그즈음 부진한 경기로 연패에 빠져 있던 롯데로서는 주포인 호세가 출장정지의 징계를 받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쇼쇼쇼’…마지막 활극

 

2006년 8월 5일 인천 문학구장. 1회 초 SK 선발 신승현을 상대로 선제 3점 홈런을 뽑아냈던 호세가 3회 초 2사 후 다시 맞섰다. 볼카운트 투볼 원스트라이크에서 신승현의 4구째가 호세의 몸 쪽으로 날아들어 오른쪽 겨드랑이를 맞췄다. 

아무런 사과 표시를 하지 않고 삐두름히 서 있던 신승현을 노려보며 1루로 걸어 나가는 듯했던 호세가 몸을 홱 틀어서 마운드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원현식 주심과 SK 최경철 포수가 호세를 만류하려고 했지만 벗어났다. 신승현은 달려오는 호세를 향해 황급히 글러브를 던졌다. 호세가 신승현을 향해 왼손 뻗어치기를 시도했으나 스쳐지나갔고, 신승현은 1루 쪽 덕아웃으로 피신했다. 롯데 공필성 주루코치가 호세를 제지했다. 그 사이 양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대치했다. 

그 찰나, 덕아웃으로 도망갔던 신승현이 곧바로 배트를 집어 들고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SK 선수와 직원들이 신승현을 제지하는 순간, 마운드 부근에서 그 장면을 본 호세가 다시 격분해 신승현을 향해 짓쳐들어왔다. SK 코치와 선수들이 그 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최태원 코치가 뒤에서 호세의 허리를 감아 안고 함께 뒤로 넘어졌다. 성준 코치가 그 위를 덮쳤고 SK 선수들도 그 위를 겹겹이 찍어 눌렀다.     

원현식 주심은 신승현과 호세를 퇴장 시켰다. SK 구단은 “빈볼이 아니었다”고 신승현을 변호했지만 롯데 구단은 “신승현이 미안하다는 제스처만 했더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거꾸로 화를 내고 방망이를 들고 달려 나온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SK 측에 화살을 날렸다. 

8월 6일, ‘성난 검은 갈매기’ 호세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다. 전날 빈볼 소동을 벌였던 호세는 그날 경기 1회 초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SK 덕아웃을 향해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곧 이어 SK쪽에서도 화답, 롯데의 1회 초 공격이 끝난 다음 외야 불펜에 나가있던 신승현이 롯데 덕아웃을 찾아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호세와 신승현의 사과 인사 장면은 이날 경기를 중계한 TV를 통해 방영됐다. 야구인들은 “호세가 달라졌다”며 칭찬했다.

하지만 징벌은 피해갈 수 없는 노릇. KBO는 8월 8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호세와 신승현에게 각각 제재금 300만 원을 매기는 한편 신승현은 그와 별도로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24시간’을 부과했다. 벌금이 많았던 것은 호세는 5월 12일 심판에게 욕설을 한데 따른 가중처벌이었고, 신승현은 운동장에 방망이를 들고 나와 ‘스포츠 정신을 위배하고 운동장 질서를 문란케 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 2006년 2월 25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 돔에서 열렸던 2006 WBC 한국대표팀과 롯데 자이언츠의 연습경기에서 롯데의 호세가 1루에 출루한 뒤 1루수 이승엽과 손바닥을 대며 크기를 재보고 있다


호세, 2007년 시즌 도중 퇴출…한국이여 ‘안녕’

 

2007년 3월 5일, 호세는 왼쪽 아킬레스건 통증으로 일본 가고시마 전지 훈련지에서 이탈,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대호와 더불어 공격 쌍두마차였던 호세의 이탈로 롯데 구단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호세는 4월 13일에야 1군에 올랐지만 기량이 예전 같지 않았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호세의 회복을 애타게 기다렸던 롯데는 인내의 한계에 이르렀다.

5월 11일, 롯데는 호세가 좀처럼 제 기량을 되찾지 못하자 더 이상의 기대를 접기로 하고 KBO에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 호세를 대체할 외국인선수로 멕시칸리그 출신의 에두아르도 리오스를 맞아들였다. 롯데는 “호세가 5월 10일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날리긴 했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예전의 파워 배팅을 전혀 보여주지 못해 중심 타선의 약화를 가져왔고 팬들의 염원인 포스트시즌 진출 목표를 위해 교체하게 됐다.” 설명했다.  

호세는 롯데 구단의 퇴출 통보를 받은 뒤 “나 역시 성적에 불만스러웠다. 나의 마음보다는 구단의 (퇴출) 결정이 우선이므로 따르겠다.”고 간단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당시 조규철 롯데 1군 매니저는 “정이 많이 들었는데 떠난다니 많이 섭섭하다. 호세가 험악해 보여도 선수들과 친하게 지내고 정도 많은 좋은 친구였다”고 말했다.

호세의 통역을 담당했던 이정홍 씨는 “일부 보도와는 달리 신사적인 면이 많은 친구였다. 퇴출 소식을 접한 뒤 본인도 조금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는데 씁쓸하다”고 밝혔다.

호세의 퇴출 보도를 접한 롯데 팬들도 아쉬운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롯데 홈페이지 ‘갈매기 마당’에는 이별의 아쉬움을 전하는 팬들의 메시지가 쇄도했다.

호세는 1999년에 롯데에 입단, 한국 땅에 첫 발을 디딘 후 타율 3할2푼7리, 151안타, 36홈런, 122타점으로 맹활약,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고, 2001년에도 타율 3할3푼5리, 123안타, 36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장타율( .695)과 출루율( .503) 1위를 차지했다. 2006시즌에는 타율 2할7푼7리, 115안타, 22홈런, 78타점으로 그런대로 제 몫을 해냈으나 2007년에는  23경기에만 출장, 타율 2할5푼6리 22안타 1홈런 12타점 14볼넷에 그쳤다.

4시즌 통산 성적은 394게임에 출장, 타율 3할 9리, 411안타, 95홈런, 314타점이었다.

호세는 갔지만 롯데 팬들은 그를 쉽게 잊지 못해했다. 롯데 팬들은 5월 13일 LG와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외야 한켠에 호세의 홈런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Te Amo, Gracias!, Saludos~ Y besos(사랑해요 고마워요! 안녕, 키스)’라고 스페인어로 적어 놓은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한국무대를 떠난 호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롯데 팬들은 2007년 5월 13일 잠실구장 외야에 스페인어로 ‘사랑해요, 고마워요!, 그리고 안녕, 키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호세를 그리워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인 호세는 역대 외국인 선수들 가운데 한국 팬들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놓고 떠나갔다. 그가 올린 성적은 눈부신 바가 있었다. 하지만 ‘약물 복용’의 의혹도 받았다. 그라운드에서 그가 일으켰던 숱한 시비와 폭력 사건은 그를 부정적인 평가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됐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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