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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난투사] (11)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불상사…김응룡 감독 등 6명 집단 퇴장 사건

---[韓國프로野球 亂鬪史]

by econo0706 2022. 9. 2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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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15

 

새 천년의 문턱인 1999년에는 유난히 감독들과 심판들이 서로 얽혀 정면충돌한 그라운드 사건이 많이 터졌다. 그해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8개 구단을 쪼개어 드림리그(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현대 유니콘스, 해태 타이거즈)와 매직리그(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쌍방울 레이더스)로 나누어 페넌트레이스를 치렀고, 한화가 ‘4전 5기’ 끝에 창단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첫 정상에 오른 해였다.

사건일지를 들여다보면, 4월 30일에 해태의 김응룡 감독을 비롯해 코치 4명과 선수 한 명 등 모두 6명이 무더기 퇴장을 당하는 전대미문의 일이 벌어졌고, 5월 21일에는 한화의 이희수 감독, 5월 29일에 다시 김응룡 감독과 유남호 코치, 6월 18일에는 쌍방울의 김성근 감독이 ‘판정 불복, 심판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들은 공교롭게도 감독 또는 코치들이 판정을 내린 심판에게 직접 물리력을 행사한 공통점이 있다. 그라운드 윤리에 대한 경종과 아울러 판정 불신의 수위도 한껏 높아졌던 해였다. 

4월의 마지막 날에 벌어진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불상사’

4월 30일, 신흥 라이벌 관계를 이루고 있던 해태와 LG 트윈스전이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그 경기에서 김응룡 감독 등 6명이 무더기 퇴장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해태가 1-4로 뒤지고 있던 6회말 LG 이종렬이 스윙을 하는 순간, 해태 곽현희의 공을 왼쪽 무릎에 얻어맞은 뒤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문승훈 구심은 그냥  몸에 맞은 볼로 판단했고, 이종렬은 1루로 걸어 나갔다. 그 장면에서 사단은 벌어졌다. 

당시 구심이었던 문승훈 심판(현 KBO 심판 조장)의 말을 빌려 사건을 재현해 보자.

해태 최해식(1968년생) 포수, 강광회 3루심한테 ‘하프스윙’ 여부를 묻는다.

강광회(1968년생) 3루심, ‘노스윙’이라는 뜻으로 양팔을 수평으로 내젓는다.

최해식 포수, “스윙이잖아요.”라며 마스크를 땅바닥에 패대기친다.

문승훈(1966년생) 구심, “너 뭐하냐, 왜 그래.”

최해식 포수, “퇴장시켜봐.”

문승훈 구심, “뭐라고?”

최해식 포수, “퇴장시키려면 시켜봐.”

문승훈 구심, “퇴장!!”

해태 덕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응룡 감독이 양손을 허리춤에 끼고 ‘코끼리 걸음’으로 문승훈 구심을 향해서 나왔다. 해태 코치들도 달려왔다. 

김응룡 감독, “왜 퇴장이야.”

문승훈 구심, “하프스윙 여부를 물어 보기에 3루심에게 확인한 결과 노 스윙이었어요. 노 스윙이 맞는데 최해식이 두 번이나 ‘퇴장시켜보라’고 하기에 퇴장시켰습니다.”

문 구심은 김응룡 감독에게 그 같은 상황을 3번이나 반복해서 설명했다.

김응룡 감독, “야, 그 정도로 무슨 퇴장이냐.”

문승훈 구심이 상황을 설명한다.

김응룡 감독, “포수 없이 어떻게 게임을 하냐.”

문승훈 구심, “다른 선수 쓰면 되지요.”

김응룡 감독, 문승훈 구심을 밀치며 “야, 이 xxx아.”

문승훈 구심, “퇴장!!”

감독의 항의가 곧바로 퇴장으로 연결되자 흥분한 해태 코치들은 문승훈 구심을 밀치며 백스톱으로 몰아갔다. 장채근 해태 코치가  험한 말로 “야, 왜 감독님이 퇴장이냐.”하고 소리쳤다. 

문승훈 구심, “아, 왜 욕을 하고 그러십니까.”

장채근(1964년생) 코치, “야, xxx아, 너한테 욕을 할 수 있지.”

문승훈 구심, “퇴장!!”

순식간에 최해식 포수에 이어 김응룡 감독과 장채근 코치가 잇달아 퇴장을 당하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관중들이 오물을 집어던졌다. 심판진과 해태 코칭스태프가 뒤엉켜 서로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하는 사이, 김성한, 이상윤 코치는 문승훈 구심을 에워싸고 멱살잡이를 했고, 유남호 수석코치가 팔꿈치로 문 구심의 가슴을 몇 대(문승훈 구심은 3~4대로 기억함) 줴질렀다. 

주변의 만류로 그 장면에서 일단 상황은 가까스로 가라앉았다. 선임심판인 이규석을 비롯해 4심이 모였다.

문승훈 구심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재정리했다. 4심 합의 결과 구심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한 유남호, 김성한, 이상윤 코치에게도 “퇴장”을 선언했다. 

퇴장을 당한 해태 쪽 코칭스태프와 선수(최해식 한 명)는 모두 6명으로 불어났다. 그로 인해 당시 해태 덕아웃에는 사태에 가담하지 않은 차영화, 김종모 두 코치만 남게 됐다.

해태 쪽은 “왜 심판이 먼저 흥분하는가. 최초엔 단순한 어필이었다. 그 정도 가지고 퇴장시키는 것은 심판의 권리 남용이다."고 주장했다. 심판진은 “해태 코칭스태프가 욕설을 하는 등 태도가 불량했다. 관중 선동이다.”고 반박했다.

문승훈 심판은 당시 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처음에 물어봤을 때 최해식 포수가 노 스윙을 인정하고 돌아섰으면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났을 것이다. 강광회 3루심과 최해식 포수는 친구 사이(건국대 동기)였고, 노 스윙이 맞았다. 그런데 마스크를 홱 던지고 두 번이나 ‘퇴장시켜보라’고 하는 데는 어쩔 수 없었다. 행동이 안 좋았다. 관중을 선동하는 부분도 있었고. 김응룡 감독님이 나와서 물어보는데 상황을 3번 정도 설명 드렸는데 욕을 하니까 역시 퇴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지켜야 될 룰이 있는 건데, 내가 (감독에게)해야 될 얘기는 그 것 밖에 없었다. 차영화, 김종모 코치만 남게 됐다. 두 코치는 아무런 욕설이나 멱살잡이를 한 적도 없으니까 놔두고, 나머지 욕설이나 멱살잡이, 가격한 코치는 다 퇴장시킨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들은 4개조로 나뉘어 돌아가면서 경기를 맡는다. 현장에서는 “이 심판조와는 연이 안 맞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특정 심판조를 만나면 유난스레 판정 말썽을 자주 빚는 일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사건도 당시 그 조의 조장이었던 장진범 심판과 해태의 ‘악연’으로 인해 증폭된 점이 있다. 해태 코칭스태프는 장진범 심판조에 일종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문승훈 심판은 “발단이 됐던 게 그 전 몇 게임에서 계속 쌓인 게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조 장진범 팀장과 많이 부딪힌 것이 연결됐다. 해태 구단이 볼 때 ‘왜 자꾸 불이익을 주느냐’하는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장진범 심판과 해태 구단의 불화는 그 사건 한 달 뒤 김응룡 감독과 유남호 코치의 폭행으로 재현된다. 장진범, 문승훈 두 심판은 해태 타이거즈 김응룡 감독의 밑에서 선수생활을 한 인연이 있었던 터였다.

어찌됐건, 20분간 경기가 중단됐던 그 사태로 인해 김응룡 감독은 제재금 50만 원과 출장정지 한 게임, 유남호, 김성한, 이상윤, 장채근 코치는 제재금 각 50만 원, 최해식 포수는 제재금 50만 원과 출장정지 한 게임의 징계를 받았다.

김응룡 감독은 역대 감독 가운데 최다 퇴장 기록(6차례)을 경신했다. 한 경기 6명 무더기 퇴장은 사상 두 번째(1990년 6월 5일 삼성-OB 잠실 경기, 양팀 선수들 집단 난투극 6명 퇴장 이후)였지만 감독 코치 포함 6명 퇴장은 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참고로 역대 최다 퇴장기록은 1983년 8월 18일 롯데-해태 광주경기에서 롯데 선수들이 심판에게 야유를 하는 바람에 8명 집단 퇴장당한 사례가 있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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