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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난투사] (10) 브리또, 김응룡 감독을 습격하다

---[韓國프로野球 亂鬪史]

by econo0706 2022. 9. 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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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3. 08.

 

1998년에 외국인 선수제도를 도입한 이래 2004년까지 7년간 외국인 선수가 퇴장 당한 일은 숱하게 일어났다(모두 28번). 그들은 툭하면 볼 판정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내뱉었거나 빈볼성 투구를 한 상대투수와 몸싸움을 벌였든지, 거꾸로 빈볼을 던진 경우 등으로 인해 엄중경고와 벌금(제재금), 심지어 경기 출장정지에 이르기까지 징계를 받았다.

2004년에는 특히 외국인 선수들이 징계를 받은 사례(8번)가 많았다. 틸슨 브리또(1972년생. 당시 SK 와이번스)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브리또는 말썽도 많이 부렸고 탈도 많았던 펠릭스 호세와 같은 나라(도미니카 공화국) 태생으로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3구단을 거친, 비교적 활동 수명이 길었던 강타자였다.

브리또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 것은 2000년 봄, SK 유니폼을 입고서였다. 2001년까지 SK에서 뛰었던 그는 2002년에는 김응룡 감독이 지휘하고 있던 삼성 라이온즈로 옮겨가 구단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삼성 구단은 2001년 12월 20일 SK에서 투수 오상민, 내야수 틸슨 브리또를 받아들이고 투수 김상진, 김태한, 이용훈, 포수 김동수, 내야수 김기태와 정경배 등 모두 6명을 SK로 내보내는 6대2의 트레이드를 단행, 팀 취약점을 보강했다.

브리또는 그해 25홈런(7위), 90타점(7위)을 올렸다. ‘이마포(이승엽+마해영)’를 받쳐주며 팀 우승의 한 몫을 톡톡히 해내면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손에 끼었다. 그해 팀타율( .285)과 팀홈런(186개) 1위였던 삼성에서 이승엽(46개), 마해영(33개), 브리또(25개) 3타자의 홈런수(104개)가 LG(99개)와 롯데(84개)의 팀 홈런수보다 많았으니, 그 위력을 알만하다.

잘 나가던 브리또는 2003년 8월에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삼성에서 퇴출됐고, 2004년 1월에 다시 SK로 팀을 옮겼다. 2005년에는 한화 이글스에서 뛴 뒤 한국 무대를 떠났다.

 

▲ 여구장이야 싸움판이야 11일 대구 삼성-한회전 2회말 삼성 브리또가 지난해 빈볼시비를 벌인 한화 투수 조규수를 노려보자 양 팀 선수들이 나와서 말리고 있다 / 김대규 기자 KBS NEWS  

 

브리또가 큰일을 저지른 것은 삼성에서 SK로 다시 이적한 해, 2004년이었다. 그해 8월 5일 문학구장에서 열렸던 삼성전에서 브리또가 빈볼에 격분, 배트를 들고 삼성 덕아웃을 기습했던 것이다. 브리또가 호세처럼 난폭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니었다. 삼성 소속이었던 2002년 8월 24일에 브리또가 대구구장에서 열렸던 한화전 때 상대투수(조규수)가 던진 빈볼을 몸에 얻어맞고 마운드로 달려가 주먹을 휘둘렀던 전력도 있다. 그 때 브리또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출장정지 2게임, 제재금 1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사상 첫 배트로 덕아웃 습격사건

‘빈볼 사태로 경기가 얼룩진 것도 모자라 상대편 덕아웃에 난입, 집단 폭력의 양상으로 번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난투극.’ <일간스포츠 기사>

2004년 8월 5일 문학구장. 12-5로 삼성이 앞서 있던 8회 초 삼성 진갑용이 타석에 들어서려고 할 즈음, SK 덕아웃에서 느닷없이 김기태가 뛰쳐나와 백스톱 쪽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쏜살같이 삼성 덕아웃으로 달려갔다. SK 선수들이 그 뒤를 따라 삼성 진영으로 짓쳐 들어갔다. SK 외국인 선수 호세 카브레라가 김응룡 감독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응룡 감독이 카브레라의 목을 휘감고 제압했다. 삼성 덕아웃은 양 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뒤엉켜 난장판이 됐다.

 

▲ 5일 인천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대구 삼성-SK의 경기 중 삼성 호지스와 SK 브리또의 빈볼시비로 삼성 덕아웃으로 쳐들어간 SK 카브레라를 김응용 감독이 저지하고 있다. / 영남일보


그 와중에 SK 이호준이 어느새 방망이를 들고 와 삼성 덕아웃 의자를 내리쳤다. 덕아웃에서는 욕설이 난무했고, 팬들은 이물질을 집어던졌다.

뒤늦게 김풍기 주심을 비롯한 4심이 달려들어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역부족, 양 팀 코치들이 나서서야 간신히 소동이 진정됐다. 심판위원회 B조 허운 팀장이 애초에 문제를 일으킨 SK 브리또와 폭력사태에 가담한 카브레라와 이호준, 카브레라와 몸싸움을 심하게 벌인 삼성의 배영수, 박정환 등 모두 5명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사태의 발단은 바로 전 이닝에서 있었다. 7회 말에 삼성 외국인 투수 케빈 호지스가 브리또의 등 뒤로 날아가는 빈볼을 던지자 분을 삭이지 못한 브리또가 7회를 마친 다음 배트를 든 채 구장 복도를 돌아 삼성 덕아웃으로 달려갔다. 마침 선동렬 투수코치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호지스가 그를 보고도 모른 체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브리또가 그 뒤를 쫓아 삼성 덕아웃으로 난입, 발길질을 했다. 배트는 다행히 SK 직원이 뺏은 뒤였다. 일격을 당한 호지스가 브리또와 몸싸움을 벌이자 삼성 선수들이 달려들어 둘을 떼어 놓았다. 그 순간, 반대편 덕아웃에서 바라보고 있던 김기태가 심상치 않은 사태로 판단, 삼성 덕아웃으로 달려갔던 것이다. 이 소동은 마침 그날 중계방영을 했던 TV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전파됐다.

 

/ KBS NEWS


다음날 김응룡 감독에게 헤드록을 당한 카브레라는 구토와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고, 삼성 포수 진갑룡에게 역시 헤드록을 당했던 SK 포수 박경완 역시 목 부상을 입었다.

8월 7일,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상대방 덕아웃에 배트를 들고 난입한 브리또에게 제재금 50만 원과 출장정지 20게임, SK 이호준에게 제재금 200만 원, SK 카브레라, 삼성 배영수와 박정환에게 나란히 제재금 100만 원, SK 구단에 선수단 관리책임을 물어 제재금 500만 원의 징계 조치를 취했다.

말, 말, 말

당시 관계자들의 발언을 모아보자(직책은 사건 당시).

김응룡 삼성 감독=나 원참, 이런 일은 처음 봤다. 덕아웃 뒤에서 뭔 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니 브리또가 방망이를 들고 호지스를 겨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선수들이 안 말렸으면 호지스는 아마 죽었을 거다.

조범현 SK 감독=브리또가 잘 못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삼성 측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쪽에서도 밝힐 것은 모두 밝혀야 한다.

김재하 삼성 단장= 일단 폭력 사태를 일으킨 SK에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SK는 홈팀의 본분을 어기고 먼저 폭력사태를 일으켰고 야구사에 전례 없는 상대팀 덕아웃까지 침범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배영수와 박정환이 퇴장 당했는데, 상대가 방망이를 들고 덕아웃까지 침범한 상황에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

최종준 SK 단장=경기 중 브리또가 상대 덕아웃으로 찾아간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그렇지만 감정이 안 좋은 호지스가 빈볼성 공을 던진 것이나 삼성 벤치에서 빈볼 지시를 한 것 등이 근원적인 사건의 발단이다. 삼성 벤치는 허운 3루심이 빈볼을 던지지 말라고 주의까지 주었는데도 끝까지 빈볼을 지시했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상벌위원)=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프로 원년 이래 그와 같은 폭력사태는 처음 봤다. 전례가 없는 이런 일이 일어나 유감이다. 빈볼 문제는 지난 22년간 계속됐지만 결국 선수들이 서로 몸이 재산이라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지 않는 한 해결이 쉽지 않다.

KBO는 당시 ‘배트’를 들고 설친 행위를 심각하게 여겼다. 그래서 당사자는 물론 가담자들에게도 일괄 중징계를 내렸다. KBO는 사건 하루 전날인 8월 4일, 그해 7월 26일 부산 해운대에서 시민들과 시비 끝에 방망이를 들고 위협한 정수근 사건을 재심, 7월 28일에 내렸던 징계처분(제재금 300만 원+7경기 출장정지)에 덧붙여 무기한 출장정지의 추가 제재조치를 취했던 일과 그 사건을 떼놓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후일담

김응룡 삼성 감독은 당시 덕아웃으로 쳐들어와 자신을 껴안고(?) 몸싸움을 시도했던 SK 카브레라를 마치 씨름판의 기술 같은 ‘목 감아 돌리기’로 물리친 바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였음에도 혈기 방장한 외국인 선수를 격퇴 시킨 일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김응룡 감독은 지난 2011년 12월 20일 KBS 2TV 프로그램 ‘승승장구’에 출연, 당시 일화를 익살스럽게 설명해 주위의 배꼽을 쥐게 만들었다. 

이종범과 함께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양준혁이 카브레라의 덕 아웃 난입에 대해  “삼성의 용병 호지스와 SK의 용병 브리또가 신경전을 벌였는데 공수교대를 하는 사이 카브레라가 삼성 덕 아웃에 난입했다”면서 “그런 카브레라를 김응룡 감독님이 헤드록으로 막았다”고 하자 김응룡 감독이 “(카브레라가) 잘못했다고 그러기에 풀어줬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던 것이다. 

 

홍윤표 선임기자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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