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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아직 8일이나 남았다고? 새 시즌 기다리게 만든 컵대회 주역들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10. 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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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07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 농구화와 코트 바닥이 만들어내는 마찰음, 그리고 팬들의 함성 소리!

 

KBL 컵 대회가 열리는 10월의 통영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뜨겁다.

 

KBL 컵 대회는 2022-2023시즌의 모의 고사라 할 수 있다. 오랫동안 프로농구 개막을 기다리셨던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 달라진 팀 컬러를 보여주고 있는 팀도 있고, 예상 밖의 아쉬운 성적으로 컵 대회를 마무리한 팀도 있다.

‘FA 대박’을 터뜨린 허웅, 이승현을 영입한 KCC는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과 조직력 문제로 아직은 시간이 좀 필요한 듯 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웅을 겨룬 ‘통합 챔피언’ SK와 준우승팀 KGC가 컵 대회를 일찍 마친 것 역시 예상 밖이지만, 정규리그가 시작되면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컵 대회를 빨리 마치긴 했지만 삼성과 DB, 한국가스공사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기에 올 시즌은 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순위싸움이 굉장히 치열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번 컵 대회 4강 진출팀도 눈에 띈다. 4팀 중 3팀이 지휘봉을 바꾼 뒤 첫 대회를 치르고 있었다.

그 중 LG가 가장 눈에 띈다. 조상현 감독의 색깔이 선수단에 물든 것 같다. 선수들이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승 요인은 확실하다. 김준일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NBA 출신 단테 커닝햄의 합류로 선수 구성도 탄탄해 졌다. LG가 이번에는 어떤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될 지 개인적으로도 큰 기대가 된다.

 

새로운 외국선수들도 기대를 가지게 했는데 KT의 EJ 아노시케 선수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첫 경기부터 엄청난 득점력(36점)으로 KT의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력이 좋고 리바운드도 적극적이었다. 무엇보다 팀과의 호흡도 좋다. 허훈 선수가 군 입대로 빠진 KT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보다 좋아진 기량을 보인 선수들, 새롭게 팀에 합류해 첫 선을 보이는 선수들을 보니 이번 시즌은 정말 예측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가세한 필리핀 선수들도 인상적이었다.

아직까지 완벽히 적응하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팀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보인다.

우선 현대모비스의 론제이 아바리엔토스 선수에 눈길이 간다. 지난 여름, 한국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던 선수인데, 이번 컵 대회에서도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활약을 했다. 화려한 개인기에 볼 핸들링까지 갖추고 있어 수비하는 입장에서 막기가 까다로워 보였다. 게다가 아직 본인의 모습을 100% 보여 주지 않은 것 같아 더욱더 기대가 된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지만, 팀에서 포인트가드 롤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가져 갈 수만은 없다. 그래서인지 스스로 팀 플레이를 가져가기 위해 절제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아바리엔토스는 워낙 1대1능력과 득점력이 좋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득점을 할 수 있는 선수라 보여진다. 거기에 어시스트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올해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인상적이었던 선수가 있다. 바로 DB의 알바노 선수이다. 아바리엔토스 선수가 공격형가드에 가깝다면, 알바노는 좀 더 포인트가드에 가까운 선수이다. 어시스트 능력이 좋고 팀을 리딩하는 모습도 괜찮아 보였다. 두경민이라는 득점력 있는 가드가 있기 때문에 좀 더 경기운영에 장점이 있는 선수를 뽑지 않았나 싶다. 두 경기를 통해서 보여준 모습은 이번 시즌에 좋은 활약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필리핀 가드들의 플레이가 기대가 된다. 필리핀 가드들의 리듬은 국내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개인기가 좋고 순간 스피드나 방향전환이 좋기 때문에 수비 입장에서 까다로울 수 있다. 선수 시절 국제대회에서 만났던 필리핀 가드들도 굉장히 개인기가 좋았다. 전통적으로 필리핀 가드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국내 가드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수비를 하는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 전태풍 선수 농구가 그랬다. 드릴블이나 슛 타이밍이 국내 농구에서는 보기 힘든 유형이라 수비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국내에서는 가드들이 프론트코트에 넘어와 빨리 슛을 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배운다. 모두 들어가면 좋지만, 공격 리바운드 가담이 힘들고 들어가지 않았을 때 팀 분위기가 갈아 앉을 수 있기 때문에 자제를 시킨다. 그래서 수비 입장에서도 당연히 슛을 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잠깐 쉬는 타이밍이 생긴다.

따라서 이 선수들이 이런 수비 분위기나 전술, 한국 농구에 적응해서 플레이를 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필리핀 선수들만큼 눈에 띄는 국내 선수도 있다.

바로 캐롯 이정현 선수와 LG 이승우 선수다.

 

이정현 선수는 워낙 고등학교때부터 농구 잘 하기로 유명했던 선수이다. 이번에 김승기 감독이 고양 캐롯 지휘봉을 잡으면서 이정현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지도를 할 것이라 했는데, 실제로 이번 컵 대회에서도 직전 시즌보다 많이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는 이대성 선수와 팀에서 함께 플레이했기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이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대성 선수 없이 홀로 서기를 해야 한다.

두 선수(이대성, 이정현)는 오히려 적으로 만나야 한다. 본인에게 큰 부담감이 될 수도 있지만 예선 2경기에서 보여준 이정현 선수의 플레이는 충분히 더 강해질 것이란 믿음을 주었다.

어린 나이에 팀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를 해야 하지만, 결국 그 과정을 이겨내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시즌 홀로서기에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선수 LG 이승우 선수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닌가 싶다.

지난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이번 대회에는 한층 더 강해진 인상을 주었다. 무엇보다 에너지가 좋았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노력해야 부분이 많지만 활발하게 뛰어다니는 이승우 선수의 에너지는 LG 선수들을 전부 다같이 뛰게 하는 듯 했다.

이승우 선수가 활발하게 속공 가담을 하면서 마치 막혀있던 길을 뚫듯이 활로를 마련했고, 적극적인 리바운드 가담과 수비, 쏠쏠하게 들어가는 외곽슛은 나무랄 데가 없어 보였다.

LG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가장 큰 선수이고. 점점 발전해 가는 모습도 굉장히 보기가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금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무리하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에 올라서기를 바란다. 지금 팀에서 본인의 역할을 잘 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어시스트를 더 잘 하고 싶어서 패스를 잘 하기 위한 움직임이나 시야를 가지려고 하다 보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리듬이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다 보면 자신감과 더불어 시야도 많이 넓어지게 될 것이다. 캐롯의 전성현 선수를 보면 알 수 있다. 2대2 공격에서 빠지는 스크리너에게 패스를 주는 것이 굉장히 부드러워 졌다.

예전보다 시야가 넓어지고 여유도 생기면서 패스 길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는 스스로 슛을 만들어서 쏠 수 있는 무서운 선수가 되었다.

전성현 선수가 패스 생각부터 하고 플레이를 했다면 본인의 장점인 3점슛을 던지는 타이밍이나 리듬이 많이 깨졌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전성현 선수도 본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한 단계씩 성장했고, 덕분에 지금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활약을 하다 보면 더 많은 농구가 보일 테니, 지금처럼 부담감 가지지 않고 좋은 모습을 시즌 내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컵 대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예선을 통해 보여준 각 팀의 플레이들은 8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 올 시즌은 더 멋진 플레이와 많은 이슈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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