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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부상 선수들에게 오세근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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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8. 26

 

에어컨 없이는 못 살 것 같던 한여름과 달리, 이제는 밤공기가 제법 차가워졌다. 시즌이 다가옴을 느낀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연습경기에 한창인 프로선수들에게는 여전히 한 여름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연습경기에 집중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연습경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뛰다 보면 무리한 플레이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체력 운동부터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는데, 부상 때문에 뛰지 못하고 코트 안의 동료들을 바라 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안다.

부상을 당하면 치료와 재활을 병행 하게 되는데 그 재활 기간이 정말 고통스럽다. 재활 운동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느끼는 고통이 더 크다.

 

​나도 프로 2년차에 어깨에 큰 부상을 당했다. 정말 예측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스틸을 시도하는 순간 어깨에서 ‘두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몸이 완전히 풀려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크게 통증이 심하지 않아 작은 부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굉장한 통증이 몰려왔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다음날 병원에서 어깨 연골이 앞뒤로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보통 프로에서 큰 부상을 입게 되면 2~3군데 병원을 가는데, 가는 병원마다 수술을 권했다. 절망적이었다. 다음 시즌을 뛸 수 없다는 사실에 내 머릿속은 복잡해 졌다.

다행히 야구선수 어깨를 전문으로 하는 일본 병원에서는 ‘재활만으로 해 볼만 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줄기 빛이 나에게 비치는 듯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나의 재활이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깨 재활에 필요한 운동들을 끊임없이 했고, 집에 돌아오면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일찍 일어나 재활 센터로 향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시간들은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정신적으로도 고통스러웠다. 시즌을 꼭 뛰겠다는 생각만으로 그 힘든 시간을 하루하루 버텨냈다.

몸이 힘든 것보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다시 돌아가서 잘 할 수 있을까?’,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어쩌지?’하는 두려움이다. 다른 선수들은 나보다 더 앞서 나가는데, 나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에 농구공을 잡고 슛 연습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어깨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다 지나왔기 때문에 그때를 추억으로 떠 올릴 수 있지만 힘든 재활의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은 지금도 불안함에 쉽게 잠 못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힘든 재활 기간을 보내고도 KBL 최고가 된 선수가 있다. 바로 오세근 선수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알겠지만, 오세근 선수는 오랫동안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마음이 아플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늘 일찍 일어나 재활 운동을 했고,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도 묵묵히 고통의 시간을 잘 이겨냈다.

재활 기간이 길어지면 게으름을 피우거나, 멘탈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세근 선수는 한 번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늘 한결같았다. 오세근이라는 선수가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이유다. 친한 동생이지만 정말 대단하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이다.

지금 재활운동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선수들이 있다면, 오세근 선수가 고통의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온 모습을 보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

부상을 당하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 그 감정들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나는 부상 선수들이 지금 느끼는 그 감정들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는데 안 아픈 것이 비정상 아닌가? 지금 내가 정말 힘든데,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 정상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 당장 불안한 생각을 떨쳐버리거나, 내 몸이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들을 당연하다고 인정하면 좋겠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 기분을 애써 외면하고, 떨쳐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떨쳐내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분명히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농구를 보는 것도 공부라는 말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었다. 농구는 몸으로 하는 운동이지만, 평소 정확히 공부가 되어있는 선수의 플레이는 당연히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코트 밖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 할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선수들의 성향, 감독님이 원시는 농구에 대해서도 공부 할 기회가 된다.

결국 선수가 농구장에서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다 같다. 어떻게 내가 농구 선수로서 발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고 싶다면 지금의 시간도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후배 선수들이 지금의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좋은 모습으로 복귀해 코트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결국 다 지나간다’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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