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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술] '앨리웁 패스 못 줘서 미안!' 첫 인상이 강렬했던 외국 선수들

--김태술 농구

by econo0706 2022. 9. 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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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09

 

오늘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많은 분들이 가족과 즐거운 연휴를 보내겠지만 프로선수들은 그 연휴를 온전히 다 쉬지 못한다. 보통 이 무렵이면 시즌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기에 구단에서는 보통 하루, 혹은 하루 반나절 정도 휴식을 준다. 명절이니 쉬고 싶은 마음은 누구든 다 똑같겠지만, 하루 이상 쉬게 되면 몸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기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짧은 휴식을 보낸 뒤 다시 코트로 돌아와 시즌을 준비한다. 추석이라 해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듯 하다.

 

나는 가족들이 부산에 있기 때문에 추석날 혼자 시간을 보낸 적도 많았다. 약간 외롭기는 했지만, 버틸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언급될 이 선수들은 추석 기간이 유독 더 외로울 것 같다.

 

바로 KBL 리그에서 뛰게 될 외국선수들이다. 고향을 떠나 멀리 한국에서 6개월을 보내야 하는 외국선수들은 더 많이 외롭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본격적으로 외국선수들의 입국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이 되면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시지만, 국내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그 기대감이 커진다. 외국 선수의 합류는 곧 선수 구성의 마지막 퍼즐이 끼워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제 감독들은 더 디테일한 전술 훈련을 시작한다.

 

외국 선수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훈련은 차이가 난다. 먼저 외국 선수가 합류하면 그 선수의 스타일을 알아가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코칭스태프야 이미 많은 영상 자료를 통해 면밀하게 검토했겠지만, 사실 코트에 들어왔을 때나 생활할 때의 모습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선수 성격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파악하는데 집중한다.

 

어떤 스텝으로 점프를 하는 것이 편한지, 어느 지점에서 슛을 선호하는지, 픽앤롤 디펜스를 할 때의 스텝이나 활동 반경은 어떤지 등 여러 가지를 보게 된다.

 

그리고 직접 국내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발견하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살리는 전술을 만든다.

 

여름 내내 손발을 맞춰온 국내선수들과 잘 섞여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야하기에 코칭스태프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지고 예민해 지기도 한다.

 

나도 처음 프로팀에 입단해 만났던 래리 스미스부터 우승을 함께 했던 크리스 다니엘스, 나의 농구 인생 마지막을 함께 했던 저스틴 녹스까지 굉장히 많은 외국선수들을 만났다.

 

외국선수들은 국내 선수에 비해 개성이 강하다. 헤어스타일부터 몸에 새겨진 타투까지 첫 인상이 굉장히 강렬한 경우가 있다. 여러 선수들이 있었지만, 루키 시절 SK에서 교체 선수로 왔던 자시 클라인 허드 선수가 생각이 난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부리부리한 눈 그리고 단단한 체격을 보며 국내 선수들은 “농구를 잘 할 것 같아”라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첫 연습을 시작 하고 난 뒤, 그 기대는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 생각과는 달리 슛 던지는 자세가 불안해 보였고, 무엇보다 다리에 부상이 있었는지 절뚝거리며 뛰어 다녔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교체카드를 써서 데려온 선수였지만,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나니 6강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같이 보낸 뒤 첫 경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 선수가 정말 연습 때 본 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경기력을 보이는 게 아닌가. 엄청난 힘으로 골밑을 장학하고, 높은 BQ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무엇보다 플레이가 이타적이라 선수단 분위기도 같이 올라갔다.

결국 SK는 6강 진출을 이루어 냈고, 클라인 허드 선수는 큰 역할을 해내며 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2012-2013시즌에 온 키브웨 트림도 기억이 난다. 아마 많은 분들이 기억 못하실 도 있을 것이다. 이 선수도 교체 선수로 팀에 들어오게 된 선수다.

 

키브웨는 마치 옆집 교회 오빠 같은 선함과 부드러움이 있었다. 대다수 외국선수들은 화려한 사복 패션을 즐긴다. 시계, 신발, 금목걸이까지 하나하나에 본인의 개성이 묻어난다. 반면 키브웨는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가 전부였다. 단정한 옷차림처럼 플레이도 비슷했다.

 

처음 코트에서 봤을 때 키브웨는 상체는 굉장히 좋았지만 하체가 굉장히 부실해 보였고, 슛 폼이나 드리블이 엉성해 큰 기대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코트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수비와 리바운드에 임했고, 부지런히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불평, 불만 없이 제 역할을 해낸 것이다.

 

사실, 나는 처음 플레이를 같이 하면서 모든 플레이가 엉성했기 때문에 그 선수에게 패스를 주는 타이밍을 잘 못 잡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때 나는 패스를 잘 한다는 것은 우리 팀 선수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뛰든 그 입맛에 맞게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 뛰지 않아서 패스를 줄 수 없었다고 불평, 불만을 내놓는 것은 내가 패스 실력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나는 어느 상황에서든 패스를 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언제라도 패스를 줄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게 된 것이 큰 재산이 되었다.

 

키브웨 선수가 이 글을 읽지는 못 하겠지만, 덕분에 더 많이 노력했고, 실력도 키우게 되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같은 팀에서 뛰어 보지는 않았지만, 크리스 윌리엄스 선수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그와 함께 경기해본 선수라면 그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단점을 찾기는 어렵다. 분명히 단점도 있었겠지만 본인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엄청난 센스와 실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득점이 필요하면 득점을 했고, 리딩이 필요하면 리딩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큰 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바운드도 좋았고, 수비에서의 스틸 실력은 굉장했다. 무엇보다 모든 상황을 읽고 플레이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금 현대모비스에 있는 양동근 코치가 윌리엄스에 대해서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윌리엄스 선수가 보여준 엄청난 플레이들은 많은 사람들을 농구장으로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운명을 달리 했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오랫동안 기억 할 것이다.

 

반대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 선수도 있다. SK에서의 두 번째 시즌 함께 했었던 디앤젤로 콜린스 선수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굉장히 촉망받는 농구선수였다고 들었다.

 

처음 봤을 때 살이 쪄 있었지만, 미국에서 엄청난 유망주였다는 말에 큰 기대를 했다.

 

하지만 플레이는 좋지 못했다. 무리한 플레이가 굉장히 많았고, 너무 쉽게 흥분해서 팀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었다. 한번은 그 시즌 같이 뛰었던 테런스 섀넌 선수에게는 앨리웁 패스를 잘 주면서 왜 본인에게는 그런 패스를 주지 않냐며 화를 내기도 했었다. 멋있는 플레이가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그때는 그런 플레이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린 너무 일찍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하. 혹시라도 다음에 농구 할 기회가 있다면 꼭 앨리웁 덩크를 할 수 있게 패스를 해 주고 싶다.

 

다음 달에 시작될 시즌에는 어떤 선수가 어떤 플레이로 KBL을 휘어잡을지 궁금하다. 외국선수 역시 KBL 흥행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모두가 건강히, 멋진 플레이로 팬들을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으로 데려왔으면 좋겠다.

 

10월 컵 대회 일정도 공개되고, 지금도 각 구단들은 연습경기를 통해 손발을 맞춰가고 있다. 이 노력들의 결과물들을 곧 코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올 때까지 팬 여러분도 추석연휴 즐겁고 건강히 보내시기 바란다!

 

김태술 / 전 프로농구 선수, 현 어쩌다벤저스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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