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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포스트시즌의 전략과 승리의 냉정함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11. 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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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1. 01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야구를 했던 사람으로서 이 시기는 오로지 야구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똑같은 만원 관중이어도 가을의 함성은 날카롭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만큼 모두의 간절함이 토해져 나오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걸 알기에 선수들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LG 트윈스(이하 LG)와 키움 히어로즈(이하 키움)와의 경기는 많은 전문가의 '예측'이 빗나간 시리즈였다. 포스트시즌은 늘 비슷한 예측이 나오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략'이다. 우리 팀의 강함과 약함, 그리고 상대의 강함과 약함을 비교하고 분석해서 상대를 이겨야 한다. 늘 그렇지만, 말은 쉽다.

LG가 유리하기 위해서는 1, 2차전을 무조건 잡아야 했다. 켈리와 플럿코는 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라고 생각했을 거다. 반면 약점도 있었다. 두 선수의 유형이 비슷하다는 것. 상대에게 읽힐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2차전까지 승리로 가져갈 계획이었다면, 플럿코를 최대한 빨리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팀이 충격을 덜 받은 상황에서 바꿨어야 했다고 느낀다.

▲ 전략의 일부분이 된 안우진.(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LG가 초반 2연승의 전략을 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안우진을 피하기 위해서다.

 

감히 단언하건대,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강력한 선수는 안우진이다. LG의 전략인, 2연승에는 안우진이 나올 3차전에서 굳이 힘을 빼지 않겠다는 계획도 있었다고 보인다.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지더라도 2승 1패의 상황을 만들고 빠르면 4차전, 늦어도 5차전에 다시 에이스를 투입할 수 있다는 쉬운 전략이었다.

 

안우진을 피하기로 했다면, 2차전 초반의 대응이 더욱 아쉬워진다. 경기라는 것이 전략대로 안될 수도 있지만, 시작도 해보기 전에 팀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대량실점을 한 후에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는 것은, 플럿코의 강판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반면 키움은 상대의 에이스 대결을 피하면서 3차전을 '키'로 잡았다. 1차전을 내주고 2, 3차전을 잡으면 최대 5차전까지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두 팀 모두 전략을 짰지만, 2차전으로 인해 흐름은 키움이 움켜쥐게 됐다.

 

포스트시즌, 모험은 없다!

▲ 이정후의 홈런(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에디터분들과 이 대화를 하면서, '포스트시즌에서는 모험을 하면 안 된다'라고 얘기했다. 그러자 2007년 한국시리즈 김광현 선발 등판에 관한 질문이 바로 이어져 나왔다.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그 당시 리그 최고의 투수 리오스를 상대로 한 김광현 선발 등판은 모험이 아닌 당시 SK 와이번스(이하 SK)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고 생각한다.

1승 2패로 뒤진 시리즈. '이기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보내기엔 그 경기의 중요성이 너무 컸다. 감독님도 분석팀도 구위를 지켜본 선수들도 '구위'에 대해서는 확신했다. 없었던 것은 단 하나, 경험이었다.

간혹 모험처럼 느껴지는 선택들이 있다. 그 선택이 모험이냐 확신이냐는 구성원들이 안다. 모두가 알고 있으면 전력은 한층 강해진다.

LG에서 아쉬웠던 마지막 한 가지는 이정후를 상대한 모습이었다. 우리는 간혹 경기중에 혹은 경기에 어떤 의지나 의미를 투사시킨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승부는 냉정하다.

리그 최고의 타자. 그리고 준PO 부터 감각을 서서히 찾아올 리는 '괴물 타자'를 상대로 LG는 모두 정면승부를 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정규시즌의 한 경기였다면, 그럴 수 있다. 대기록을 눈앞에 뒀다면, 그래야 한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이었다. 모두의 염원도 모자라, 존재하지 않는 행운까지 끌어다 쓰고 싶은 포스트시즌이었다. '잘 치는 타자도 7할은 죽는다'라는 말은, 이 경우엔 요행에 불과해진다. 가을야구는 손이 부르트도록 돌다리를 두드리는 확인이 필요하다. 3차전, 이정후의 홈런, 그리고 그 세리머니 이후 4차전은 사실상 분위기가 넘어갔다. 그 홈런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 시리즈 내내 조금씩 감각을 끌어올린 결과다. 이 시리즈, 이정후를 상대로 한 LG의 정면승부는 그래서 아쉽게 느껴졌다.

선수들에게 해줘야 하는 것

대화를 나누면서 에디터분들은 그 당시의 분위기를 궁금해하셨다. '절실함', '간절함', 그런 단어들이 많이 강조됐을 것 같다고 느끼셨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빼기 위한 연습이 많았다. 많은 부서가 각자의 할 일을 했고, 문학야구장에는 상대 팀의 영상이 온종일 나왔다.

차분한 느낌이었지만, 마치 실전 같은 연습이었다.

포스트시즌은 경기의 중요성이 있기에 결정을 내릴 근거를 찾고 싶어 한다. 위에도 얘기한 것처럼, 구성원들이 확신하게 하려면, 데이터는 필수다. 거기에서부터 타구 방향 같은 세부적인 것까지 논의가 된다. 이런 작은 부분들이 선수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확신도 필요하지만, 선수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공간이 있어야 채울 수 있다.

머릿속에 온통 '절실함', '간절함'만 있다고 하면, 새로운 것을 채울 자리가 없다.

▲ 이제는 에이스가 된 김광현.(사진=SSG 랜더스 제공)

이제 한국시리즈가 시작된다. 두 팀은 에이스 맞대결을 선택했다. 키움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지금 SSG 랜더스(이하 SSG)에게 부족한 단 한 가지는 '살짝' 봉인되어있는 실전 감각이다. 한두 경기 치르면 그 감각은 다시 돌아온다. 그 감각이 돌아오기 전에 리그 최고의 구위를 상대하게 하는 것. 그게 키움의 노림수다.

서로의 전략을 세우고, 그 흐름대로 만들어가는 과정. 흐름을 이어가는 팀에게 승리는 돌아온다.

그리고

큰 사고가 있었다.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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