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정근우] 이래도 저래도 힘든 감독의 선수 교체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10. 9. 22:34

본문

2022. 10. 04.

 

지난 9월 29일 대구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이하 NC)와 삼성 라이온즈(이하 삼성)와의 경기에서 구경꾼으로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9회말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삼성의 선발 투수 뷰캐넌이 닉 마티니에게 안타를 맞았다. 완봉승에 아웃카운트 한 개 만을 남겨놓은 상황. 그때 삼성의 박진만 감독이 덕아웃을 나와 주심에게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뷰캐넌의 표정은 심각해졌다. 그리고 감독이 주심에게 공을 건네받자 뷰캐넌은 마운드 위에서 '펄쩍' 뛰었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교체'의 가능성만으로도, 뷰캐넌은 흥분했다.

▲ 교체를 통보받는 뷰캐넌./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야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선수의 교체는 언제나 민감 할 수 밖에 없다. 어느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교체를 달가워하는 선수는 없기 때문이다. 투수가 아닌 수비수가 가장 기분이 안좋을때는 공수 교대로 그라운드에 나간 직후의 교체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미리 좀 말해주지'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게 된다.

타자에게 기분이 안좋은 교체로 대표적인 예는, 대수비로 들어가서, 타석을 앞두고 교체 됐을때다. 물론 코칭스태프나 팬들의 입장에서는 '잘 치면 교체했겠냐?'라는 말이 나올 것도 안다. 그러나 선수 개인으로서는 그 타석 한 번 들어서기 위해 휘둘렀던 스윙들이 생각나는 순간인 것도 맞다.

정말 고마운 교체도 있다.

점수차이가 크게 벌어진 상황, 혹은 흐름이 끝난 상황에서의 교체는 고맙다. 야구는 누구나 알듯, 시즌이 길다. 체력적인 안배가 반드시 필요한 스포츠다. 그런 상황에서의 교체는 고맙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이 상황도 선수의 입장에 따라 다르다. 안좋던 감이 살아나는 순간의 선수는 체력 보다는 '감'을 찾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말을 하면, '일일이 다 어떻게 알고 바꾸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다. 분명 그렇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독 혼자 할 수 없기에 코치가 있는 것이고, 그 코치 말고도, 트레이너를 비롯해서 야구단을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선수를 비롯해서 야구단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야구를 잘 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대화가 필요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뷰캐넌의 강판은, 며칠전 밤의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그 순간이 흥미로웠던 것은 뷰캐넌의 감정표출보다는 그 이후 삼성 벤치의 모습 때문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마운드에서 그리고 다시 덕아웃에서 뷰캐넌에게 강판 상황에 대해서 얘기했다. 선수들이 바라는 것은 설명이다. 설명없이 행위만 있다면,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된다. 우리는 프로를 '어려운 것을 쉽게 해내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려운 일을 쉽게 하려면, 그 일을 스스로 단순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야구선수가 잘 던지고, 잘 받고, 잘 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 할 수록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교체된 선수는 앞서 말했던 잘 던지고, 잘 받고, 잘 치는 것 보다 먼저 '왜 교체 됐을까?'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런 상황이 많아질 수록, 그 일을 겪은 선수들이 늘어날수록, 그라운드를 향해야 할 시선이 자신을 향한 의문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감독이나 코칭스태프로 시선이 옮겨간다. 눈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야구선수의 눈은 언제든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작은 시작은, 대화라는 것을 말 하고 싶었다.


▲ 덕아웃에서 다시 설명하는 박진만 감독 / 사진=중계화면 캡쳐

 

그라운드의 감정표출

 

이번 일이 재미있던 것은 프로 생활 9년 차 뷰캐넌의 감정 표출도 한 부분 차지했다. 오래전 윤여정 배우님이 어느 예능에 나와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60이 되어도 몰라요, 이게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곧 있으면 프로 생활을 10년째 하게 되는 뷰캐넌, 심지어 일본리그에서도 뛰면서 아시아문화에 대해 경험이 있고, 한국에서도 3년 째다. 그런데도 교체는 '감독의 전권'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 누구나 안다. 그러나 '승부욕', '투쟁심'은 알고 있는 지식을 뛰어넘는다. 이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이 감정적인 표출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감정 표출은 베테랑이라고 해서 아무렇지도 않은게 아니다. 사람이기 때문에 순간의 평정심을 잃을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선수들이 매번 그런다면, 문제가 있는것이지만, 어쩌다 한 번 쯤은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