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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가을에 야구를 잘 하려면 그리고 두산의 새 감독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10. 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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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18.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 선임’

지난 주를 뜨겁게 달군 제목이었다. 모두가 놀랐고, 또 기뻐했다. 더불어 우려를 나타내는 분들도 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승엽이형’의 감독 취임에 대해 순수하게 기뻐했던 것 중 하나는, 감독도 팬들을 기대하게 하고, 야구장으로 오게 할 수 있는 흥행요소의 하나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스타출신만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승엽’이라는 이름이 주는 ‘울림’이 야구팬들에게는 있을 것 같다. 그런 울림을 줄 수 있는 선수가 감독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팬들의 기대치는 한 껏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국 이런 관심과 기대는 야구를 보게 하고, 야구장을 찾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야구는 선수는 하는 것 이지만,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반면 깊은 우려를 나타내는 분들도 있다. 그럴 수 있다. 지도자 경험 없이 KBO의 감독이 됐다는 것에 걱정하시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승엽’만큼의 경험을 한 지도자는 많지 않을거다. 절정의 순간을 덕아웃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느꼈다고 해서 전혀 모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운전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처음에 면허를 따고 운전을 배우고 하루에 30분씩 매일 차를 몰아보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은 어느날 하루 장거리 운전을 하면 ‘확’ 는다고 대부분 경험적으로 알고 계실거다.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할 수도 있지만, 어떤 일들은, 한 번에 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 반대의 예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시행착오도 있을 수 있다. 좋게 보려면 한 없이 좋게 보이고, 나쁘게 보면 한 없이 나쁘게 보인다. ‘이승엽’이라는 이름은 KBO의 가장 강력한 흥행카드 중 하나다. 그 카드를 사용했다면, 걱정은 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제목을 ‘가을에 야구를 잘 하려면’이라고 적었는데, ‘승엽이형’ 얘기가 너무 길어지는 것 같은데, 가을야구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잘했던 선수이기도 하니까, 비슷한 얘기라고 우기고 싶어진다.^^;

가을 야구가 한창이다. 야구팬들에게 이 시기는 즐거움이 넘치는 시즌이지만, 커트라인에 든 팀들은 한 단계 위로 올라가기 위해 매일 엄청난 스트레스와도 싸워야 하는 시기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스트레스를 받는 단 하나의 이유는 지면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에서는 ‘U-23 야구월드컵’이 한창이다. U-18때도 마찬가지였지만, ‘7이닝 야구’를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다. 뭔가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크게 느낀 것은 ‘쉽지 않겠다’였다. 아웃카운트 6개가 줄어든건데 경기가 ‘빡빡하게’ 느껴졌다.

한 번 흐름을 뺏기면 되찮아 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다. 마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가을야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가을에 야구를 잘 하려면?

첫 번째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수비를 잘 해야 한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수비로 흐름이 갈렸다.

직접 느끼는 가을야구는, 봄 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성을 쌓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성을 완성시키고 지키기를 한 이후에 공격을 해야한다. 물론 팀에 따라서는 성을 완성하지 못한 상태로 가을을 맞이할수도 있다. 그럼 그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정석은 성을 쌓고 튼튼하게 지키는 것이 먼저다.

두번째 답은 선수에게 해야 할 일을 주지시키는거다. 감독은 생각하고, 코치는 그 생각을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선수가 실행한다. 말은 쉽다.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해있는 가을 야구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코칭스태프가 선수가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주지시키는 것이다. 딱 한 가지만 실행하게 해야 한다. 야구가 늘 그렇지만, 긴장상태에서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을리 없다.

감독은 지시하고, 코치는 전달하지만, 선수의 컨디션, 지금의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 그렇기에 코치가 해야 할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는 팀이 잘 할 수 밖에 없다.

세 번째는 ‘히든카드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이의리./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히든카드는 보통 굉장히 어려운 일을 맡길때 나오는 말이다. 머리속의 생각들이 뭉쳐져서 탄생한다. 마치 그 선수가 그 역할을 해주면 승부의 무게추가 한 번에 기울 것 같은 그런 생각들은 버려야 한다.

어느 순간 선수 자신도 모르게 ‘히든카드’가 되버리면, 긴장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선수도 안다. 해내면 영웅이라는 것을. 그러나 사람이 어디 그런가. 안되면 ‘큰일날텐데’라는 부정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다.

‘영웅이 되라’는 좋은 말이다. 그런데 평소에 그런 역할을 해보지 않았던 선수들이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물론 간혹 그럴 수는 있지만, 확률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

결국 하던 선수가 하게 되어 있다. ‘야잘잘’을 말하려는게 아니라, 정규시즌때 그런 역할을 했던 선수들이 더 잘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경험이라는 것이 생겼으니까.

불펜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선수를 불펜으로 쓴다거나, 선발을 해본 적 없는 마무리를 오프너로 쓴다거나 하는 일들은, 그 일을 실행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어려운 일이된다.

가을야구는 차곡차곡 성을 쌓는 일이라고 위에 적었지만, 성을 쌓는다는 것은 경험을 쌓아올리는 일이다. 다양한 실험도, 역할 바꾸기도 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쌓아올린 경험들을 가을에 해내는 거다.

그 긴 정규시즌에 없던, 해보지 않던 것을 ‘히든카드’라는 깃발을 들고 나가라고 하면 누가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

히든카드는 없다. 해오던 것이 결과로 나오는 시기. 그게 가을이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자료출처 : 네이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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