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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예비 프로선수들이 알아야 할 몇 가지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9. 21.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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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20

 

지난 15일 '2023 KBO 신인 드래프트'가 마무리 됐다. 한 해 동안 불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과 그 선수들을 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봤을 전국에 계신 모든 부모님들께 '고생하셨다'는 말을 칼럼에서나마 전해드리고 싶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매일의 결과가 공개되고, 그 결과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그에 따라 미디어의 관심과 팬들의 평가는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선수의 어려움이다. 부모님들은 자식의 그런 평가를 지켜봐야만 한다. 마음이 편할리 없다. 그렇기에 그 '힘듬'에 대해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늘 이 코너를 통해서 냉정하게 해야 할 일만을 얘기하곤 했는데, 드래프트는 앞으로 해야 할 일 보다, 감정적으로 희비가 오가는 곳이기에, 인간적인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자식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희' 보다는 '비'에 더 눈길이 갔다. 아쉽게 지명이 안된 많은 선수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지명이 안된 한 고등학생은 '대학 안가고 싶어요'라고 연락을 해왔다. '육성선수'로 가겠다는 얘기였다. '오늘까지만 그런 생각을 하라고 했다'. 대학 갈 성적이 된다면, 대학에 가서 다시 기회를 얻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육성선수는 대학 갈 성적이 되지 않는 선수들의 실낱같은 희망이다. 그러나 '실낱'이라는 표현처럼, 제대로 된 기회가 주어지기 어렵다. 우리는 '육성선수 신화'를 얘기하지만, 그 얘기에 깔려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쩔 수 없으면 가야하지만, 군대를 먼저 해결하고 '트라이아웃'을 선택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 물론 판단은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다.

'청춘야구단'과 '최강야구'를 하면서 얻은 경험들로 본 이번 드래프트의 개인적인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대학야구의 가능성이었다. 실제로 경기를 해보니, '대학야구 선수들도 경쟁력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군대문제가 큰 걸림돌이고, 그로인해 이 선수들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가 구단들에게는 판단을 유보하게 만드는 부분일거라고 느꼈다. 더불어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이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것 또한 이 선수들의 노력을 오롯이 판단 할 수 없게 만든다.

대학야구가 벌어지는 장소들이 대부분 지방이고, 그 지방에서도 교통편이 매우 열악한 지역이기에 우리는 이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칼럼도, 기사도 거의 없고, 마치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지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위에 얘기한 두 개의 프로그램이 그나마 이러한 선수들을 야구팬들에게 소개시켜 드릴 수 있게 했고, 함께 하는 에디터분들의 노력으로 대학야구가 소개되는 것은 선수들과 학부모님들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일이지만, 여전히 대학야구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등학교야구도 그렇지만, 아마야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미디어다. 볼거리를 제공해 줘야 한다. 아마야구를 담당하는 협회와 연맹은 '찾아와 달라'고 말만하지 말고 미디어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안했으면 한다. 많은 팬들이 대학야구를 보게하는 정보를 늘리는 것이 대학야구의 가장 큰 숙제다.

지명을 받은 예비 프로선수들은 지금 이 시간쯤이면, 기쁨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신인 드래프트는 이미 과거다. 성공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가장 큰 차이는, 생각의 차이다. 프로가 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직업야구선수로서 프로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지를 생각한다면, 과거의 작은 성공에 도취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예비 프로선수들이 해야 할 일은 단 세 가지다.

첫 째 봐야 한다. 그동안 자신들의 생활이 바쁘고, 지치다보니 프로야구 경기를 본 적이 많지 않을거다. 지금 프로야구는 순위 경쟁이 한창이다. 모두가 집중하고 있다. 이 경기들을 놓치면 안된다. 프로의 경기를 보고 자신의 현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 째는 트레이닝이다. 기술적인 보완은 나중이다. 프로에 맞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후에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배운다고 해도, 몸이 완성되어 있지 않으면, 그 기술은 쓸 수 없다. 설사 한 두 번 쓰게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면, 내 것이 아니다.

셋 째는 멘탈관리다. 어른들이 자주 하시는 얘기중에, '교복입고 있을때가 최고'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다.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고 청소년이기에 보호받았던 것을 그때는 알지 못한다. 이젠 곧 성인이다.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 사회는 장난이 아니다. 수중에 생긴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망가진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그럴때가 아니다.

위의 세 가지 중에 '기술'을 뺀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에 가면 기술은 배울 수 있다. 그렇기에 가장 나중으로 미룬 것이다. 겨울이 지나고 너무 많은 것을 바꿔서, 구단에서 '우리가 뽑은 선수가 아닌데'라는 난처함을 겪기도 한다. 구단이 선수를 뽑을때는 모든 선수들에 대해서 상상을 한다. 그 상상은 사실상 계획이고, 변화의 폭이 크다면, 그 계획에는 차질이 생긴다. 달가울리 없다.

그리고 말해주고 싶은 마지막 한 마디는 '나는 신인이다'라는 이름 뒤로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에 보이는 모두가 자신의 삶을 짊어지고 있다. 그 안에서의 치열함은 이제 시작됐다. 한 팀에서 동료로 받아들여지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 드래프트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모든 분들이 너무 마음 상해하지 않으셨기를 바란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맴버

 

자료출처 :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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