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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충성! 사상 첫 시즌 중 복귀를 명 받았습니다

--민준구 농구

by econo0706 2022. 11. 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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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2. 01

 

2011년 2월 17일, 양희종(KT&G)과 신명호(KCC), 전정규(오리온스), 정병국(전자랜드)이 상무 선수로서는 사상 첫 시즌 중 복귀에 나섰다.

네 선수 모두 각자의 소속팀에서 기다려왔던 핵심자원들이었다(2009-2010시즌 당시 삼성은 4강 플레이오프 준비를 위해 제대 직전에 있던 이시준을 등록했다. 그러나 6강 플레이오프에서 KCC에 패하며 출전은 하지 못했다).

그동안 상무에 선발된 프로 선수들은 많았다. 그러나 군 복무 기간이 길었고, 제대 일자가 시즌 일정과 맞지 않아 대부분 두 시즌을 쉬고 들어와야 했다. KBL은 이미 과거부터 상무 선수들의 엔트리 등록을 허가해 왔다. 그러나 시기가 맞지 않았던 탓에 2010-2011시즌이 되어서야 시즌 중 복귀 선수를 지켜볼 수 있었다.

물론 이전에도 시즌 중 복귀를 시도했던 팀은 있었다. 2008-2009시즌 당시 모비스는 챔피언결정전 진출 가능성을 높이 봤고, 2009년 4월 19일 제대 예정이던 양동근에 대해 KBL에 문의한 적이 있었다. 4월 18일부터 챔피언결정전이 열렸던 만큼, 3차전부터는 출전이 가능했기 때문. 그러나 모비스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덜미를 잡히며 무산되고 말았다.

 

2007년 1월, 국방부는 2006년부터 입대하는 장병들의 군 복무 기간을 점진적으로 축소 시켜왔다. 상무 선수들도 해당되는 규정이었고, 이미 엔트리 등록이 된 양희종과 신명호, 전정규, 정병국은 2010-2011시즌 6라운드 출전이 가능해졌다.

네 선수 중 가장 기대를 모은 건 단연 양희종이었다. 이미 입대 전부터 국가대표에 차출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그는 이상범 감독의 리빌딩 중심에 있었다. 물론 양희종 복귀 후, KT&G는 반등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8경기에서 1승 7패를 기록하며 최종 성적 9위(16승 38패)에 머무른 것이다.

양희종은 “상무 선수로서 시즌 중에 복귀하는 첫 사례였기 때문에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준비가 덜 된 상태였기 때문에 기대만큼 잘하지 못했다. 특히 데이비드 사이먼과 함께 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이미 무릎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이후 2016-2017시즌에 통합우승을 함께 했지만, 먼저 손발을 맞춰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회상했다.

2010-2011시즌은 혼혈 귀화 선수들의 전성기가 열렸던 때였다. 지난 시즌에 합류한 전태풍(KCC), 이승준(삼성), 문태영(LG)은 물론 문태종(전자랜드)까지 가세하며 수준 높은 농구를 선사했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된 양희종은 이들과의 매치업을 이겨내야만 했다.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농구를 두 눈으로 직접 봤다(웃음). 탄력도 좋았고, 무엇보다 국내선수들과는 다른 리듬으로 농구를 하더라. 많이 당했던 기억이 있다.” 양희종의 말이다.

양희종을 비롯해 정병국, 전정규 등 상무 제대자들의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신명호마저 복귀 직후, 왼 발목 부상을 당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신명호는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복귀, 알토란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플레이오프 및 챔피언결정전 기간 동안 47.3%의 3점슛 성공률을 선보였고, 안정적인 수비력을 바탕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상무 제대 등록 선수로서는 최초의 우승자가 된 것이다.

신명호는 “복귀하자마자 발목 부상을 당해 너무 아쉬웠다.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의지가 강했던 탓이다. 시즌 전부터 복귀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한 게 많았다. 약점으로 꼽힌 3점슛은 물론 강점인 수비까지 신경 썼다”며 “다행히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기존 선수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게 기억난다(웃음)”고 말했다.

이후 군 복무 기간이 점차 줄어들면서 상무 제대 후, 복귀하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2015년 1월 28일에는 최초로 제대자 전원(유성호, 박성훈, 김현민, 김명진, 권용웅, 김동량, 이정현, 정창영, 최윤호)이 등록되기도 했다.

한편, 상무 소속이었음에도 특별 전역으로 시즌 중 복귀한 오세근(KGC인삼공사)도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2014-2015시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개정된 병역법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 나선 현주엽, 조상현, 이규섭, 신기성 등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복무 기간을 모두 채워야 했다. 당시 병역 혜택의 대상에 상무 선수들은 없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병역법이 개정됐고, 군 복무 중인 선수가 병역 혜택 조건을 충족할 경우 즉시 조기 전역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농구에선 오세근이 첫 수혜자가 된 것이다.

2018-2019시즌에도 무려 6명의 상무 제대자들이 있다. 이승현(오리온), 허웅, 김창모(이상 DB), 문성곤(KGC인삼공사), 김준일, 임동섭(이상 삼성)이 차례로 복귀전을 치르며 6강 플레이오프 경쟁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많은 기대를 받은 만큼, 어려움도 있을 터. 양희종과 신명호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안 된다. 상무와 프로의 운동양은 차이가 크다. 의욕이 앞서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기대를 받았다는 건 그만큼 좋은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천천히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으면 한다.”

▲ 역대 시즌 중 엔트리 등록된 상무 제대자들


2009-2010시즌 - 이시준
2010-2011시즌 - 전정규, 정병국, 양희종, 신명호
2011-2012시즌 - 이현민, 함지훈, 이광재, 김영환
2012-2013시즌 - 강병현, 정영삼, 기승호, 차재영, 김명훈
2013-2014시즌 - 김강선, 허일영, 박찬희, 박형철, 송창용, 안재욱, 윤호영, 함누리
2014-2015시즌 - 유성호, 박성훈, 김현민, 김명진, 권용웅, 김동량, 이정현, 정창영, 최윤호
2015-2016시즌 - 민성주, 김우람, 변기훈, 이관희, 박래훈, 노승준, 최진수, 김상규
2016-2017시즌 - 김시래, 최부경, 차바위, 최현민, 이원대, 박경상, 김승원, 성재준, 이대성, 박병우, 
2017-2018시즌 - 박지훈, 장민국, 박재현, 한호빈, 정희재, 김윤태, 김현수, 배수용
2018-2019시즌 - 이승현, 허웅, 김창모, 문성곤, 김준일, 임동섭, 이대헌(3월 20일 제대)

 

민준구 기자 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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