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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체육 100장면] 54. 거함 이탈리아 잡은 한국축구. 월드컵 첫 8강

---[스포츠100場面]

by econo0706 2022. 12. 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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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1. 31

 

4분30초, 안정환이 왼쪽으로 쏜 공이 이탈리아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불안한 징조였다. 페널티킥을 못 넣다니...

2002년 6월 18일 대전구장 대한민국-이탈리아의 16강전. 들끓어 오르던 분위기가 순간 가라앉았다. 대한민국 축구가 선제골 기회인 페널티킥을 못 넣고도 역대급 이탈리아를 이길 수 있는 힘이 과연 있을까.

대한민국 축구의 사상 첫 16강전이었다. 상대는 이탈리아.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동양의 진주’ 박두익을 앞세운 북한에게 1-0으로 져 예선탈락했던 그 이탈리아였다.

붉은 악마는 ‘어게인(again) 1966’ 플래카드를 내걸고 그때 상황의 재현되기를 꿈 꾸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브라질과 맞먹는 강팀이었다. 세계의 모든 언론이 이탈리아의 승리를 예측했다.

BBC스포츠는 홈팀 대한민국이 만만찮지만 이탈리아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명보가 비에리를 막기 힘들 듯 이탈리아 수비진도 설기현과 안정환을 쉽게 잡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BBC스포츠는 ‘설기현은 스피드, 개인기, 그리고 투지를 가지고 있다. 아직 자신의 최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설기현의 능력이 이탈리아전에서 터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안정환은 황선홍과 교체되어 들어간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후 선발 주전이 되었다며 안정환의 엄청난 움직임과 투지가 이탈리아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강하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북한이 그랬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안정환이 쉽게 얻은 페널티킥을 못 넣는 바람에 기대와 열망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변했다.

나쁜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것인지. 18분 이탈리아의 비에리가 토티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선취점을 올렸다.

0-1, 시간은 흐르고 골은 없고 조바심만 커졌다. 후반도 쏜살같이 흘러 어느 새 88분. 16강으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포기하려던 그 순간, 설기현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황선홍이 페널티에이리어 바로 앞에서 돌려 준 공을 이탈리아 수비가 몸으로 트래핑하다가 떨어뜨린 공을 설기현이 뛰어들어 벼락같이 슛을 날렸다. 골인이었다. 온나라가 뒤집혔다.

연장승부, 분위기는 다시 반전되었다. 똑같이 힘들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지가 이탈리아를 앞섰다. 그리고 연장 후반 11분여인 117분 경 안정환의 결승골이 터졌다.

 

이천수가 페널티에이리어 왼쪽 밖에서 이영표에게 공을 내주자 이영표가 골문 앞에 있던 안정환을 겨냥해 길게 공을 띄웠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보며 펄쩍 뛰어오른 안정환이 ‘약간의 역동작이 들어간 옆머리’로 오는 공을 그대로 골문 오른쪽 깊이 박아 넣었다. 골키퍼가 함께 움직였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다.

역전 2-1, 대한민국 축구의 사상 첫 8강이었다.

대한민국 축구의 여정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지만 전국을 들어 올린 첫 토너먼트 골이었다, 이탈리아는 심판을 문제 삼았지만 그 옛날처럼 팬들이 무서워 조용히 돌아갔다.

영국의 한 언론은 ‘진 책임은 이탈리아에게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정신력과 실력의 승리다. 월드컵의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라고 썼다. ​

 

이신재 기자 20manc@maniareport.com

 

마니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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