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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체육 100장면] 55. 유도 조재기의 '턱도 없는' 무제한급 동메달

---[스포츠100場面]

by econo0706 2022. 11. 2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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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2. 08.

 

유도 조재기의 원래 체급은 라이트헤비급이다. 동양선수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국가대표로 뽑혔지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가기는 힘들었다. 예산이 넉넉지 않은 터에 입상 가능성이 없었기에 굳이 데려 갈 필요가 없었다.

▲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무제한급 동메달리스트 조재기는 투혼의 상징이 되어 전국체전에서 선수대표선수를 하기도 했다.

 

올림픽에 목숨을 걸고 있던 조재기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단 가보긴 해야 할 것 아닌가.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하소연하고 이리저리 떼를 써서 겨우 선수단에 합류했다.

그러나 유도인들이 예상했듯 준결승전에서 탈락했고 패자전에서도 패했다. 노메달이었다.

조재기는 아쉬웠다. 경기 운영을 제대로 했더라면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었다. 무제한급에 나서기로 했다(1984년까지 올림픽 유도는 체중과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는 무제한급 경기가 있었다). 코칭스태프는 적극 말렸다.

사실 무제한급은 최중량급의 강자가 다 나오므로 라이트헤비급이 나설 자리는 아니었다. ‘괜히 다치면 안 된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조재기는 그 길로 이발소로 달려가 머리카락을 다 밀었다.

“제 인상을 한 번 보십시오. 험악하지 않습니까. 이 무서운 얼굴로 우선 기선을 제압하면 누구든 밀어 붙일 수 있습니다.”

삭발까지 하며 고집 부리는 조재기를 막기는 힘들었다. 승패는 둘째치고 그런 마음이라면 경기를 해야하는 게 맞았다. 결국 코칭스태프도 그의 무제한급 출전을 허락했다. 그리고 삭발투혼의 조재기는 그 ‘턱도 없다’는 무제한급에서 기어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신재 기자 20manc@maniareport.com

 

마니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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