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대한민국 체육 100장면] 56. 16세 북 계순희, 일본 자존심 다무라 깨다

---[스포츠100場面]

by econo0706 2022. 11. 23. 22:00

본문

2021. 02. 09

 

‘쿠테타’였다. 그의 금메달은 세계유도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대 사건이었다.


계순희. 16세의 풋내기였다. 북의 유도 지도자들은 그를 지켜보라고 누누이 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눈 여겨 보지 않았다. 그가 노린다는 상대가 여자유도 -48kg급의 세계1인자 일본의 다무로 료코였기 때문이었다.

다무라 료코. 84연승을 이어 온 절대 강자였다.

만 15세 때인 1991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 유도 선수권 대회 여자 -48kg급 동메달로 두각을 나타낸 후 1년 뒤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서 3년간 84게임 전승행진을 하고 있었다.

다무라 료코는 ‘그 때 딱 한번’ 진 후 다시 연승가도를 달렸다.

1997년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다시 금메달을 획득한 후부터 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 2001년과 2003년 세계 선수권 금메달, 그리고 2007년 통산 7번째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수확했다.

1993년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까지 15년여간 그가 진 경기는 두서너게임. 1996년을 전후해 7년 동안 딱 한 번 진 것이 무명의 계순희였으니 그야말로 세계여자유도계의 대이변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유도. 계순희는 힘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로 테크닉의 다무라 료코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처음 당하는 거센 공격에 다무라는 당황했다. 이제껏 그 어떤 선수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싸우기 전부터 다무라의 명성에 눌려 꽁무니를 뺐다.

다무라가 몸을 빼자 계순희는 더욱 다가가며 고삐를 죄었다. 어, 어 하는 순간 경기가 끝나고 불과 수분전엔 감히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천하무적 다무라의 완벽한 패배, 그리고 그의 앞에 당당하게 선 계순희.

계순희는 환호했다. 처음엔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인지도 잘 몰랐다.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계순희는 북에서도 신세대였다. 비교적 자유롭게 행동했고 남쪽 신문과 인터뷰를 할 정도로 스스럼이 없었다.

“조국에 기쁨을 드리게 되어 영광”이고 “일본 선수를 꺾어 기쁘다”고 했던 계순희는 인민체육인으로 선정되면서 일본의 닛산자동차까지 선물로 받았다.

 

북한은 계순희를 다룬 우표를 발행했다. 세계 최강의 일본선수를 무찌른 점과 여자선수 중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점이 부각되었다.

계순희는 이후 두 차례 더 올림픽무대에 올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었다. 시드니에선 동메달에 그쳤지만 아테네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테네 여자유도 금메달인 일본의 다무라는 여전히 -48kg이었지만 계순희는 2000년의 52kg을 거쳐 2004년에는 -57kg이었다. 계순희는 3차례 올림픽에서 서로 다른 3체급에 출전하여 금, 은, 동메달을 수확한 흔치않은 3체급 올림픽 메달리스트이다.

올림픽 금을 더 이상 따지 못했지만 계순희는 2007년 세계유도선수권대회 -57kg급을 제패하며 총 세계선수권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이신재 기자 20manc@maniareport.com

 

마니아타임즈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