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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뒤집기] 한국 스포츠 종목별 발전사 - 핸드볼 (3·끝)

---[스포츠 種目別 發展史]

by econo0706 2022. 12. 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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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08. 09.

 

단체 구기 종목의 올림픽 2연속 우승은 2016년 현재 한국 스포츠 사상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또 여자 핸드볼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올림픽 9회 연속 출전으로 이 부문 단체 구기 종목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 여기에 본선행 티켓은 땄으나 미국과 동조해 보이콧 대열에 합류했던 1980년 모스크바 대회까지 더하면 10회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울 수도 있었다. 남자 축구는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8회 연속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한국은 1992년 8월 8일 벌어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경기 내내 한번의 역전도 내주지 않은 채 노르웨이를 28-21로 물리치고 올림픽 2연속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올림픽 2연속 우승이라는 한국 체육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선수들은 차재경 한현숙 한선희 홍정호 장리라 김화숙 이호연 이미영 임오경 민혜숙 문향자 남은영 오성옥 박정림 박갑숙이다.

 

이제 한국 여자 핸드볼이 도전할 목표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여자 핸드볼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옛 소련도 이루지 못한 올림픽 3연속 우승이었다. 소련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여자 핸드볼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우승한데 이어 ‘반쪽 대회’로 열린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도 가볍게 정상에 올랐다.

 

문제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였다. 소련은 미국이 모스크바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데 대한 보복으로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불참했다. 이 대회 여자 핸드볼 우승국은 한국을 29-23으로 이긴 유고슬라비아였다. 그런데 소련은 4년 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 유고슬라비아를 18-9로 가볍게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소련의 여자 핸드볼 올림픽 3연속 우승은 사실상 예약돼 있었지만 국제 정치 문제로 물거품이 됐다.

 

여자 핸드볼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조별 리그 B조에 편성돼 4년 전 바르셀나 올림픽 결승에서 만났던 노르웨이와 다시 맞붙어 이번에도 25-21로 완승했다. 독일과 앙골라는 겨룰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33-20, 25-19로 가볍게 제쳤다. 준결승에서 만난 헝가리로 그리 강한 상대가 아니었다. 전반전 스코어가 19-10이었으니 핸드볼에서는 사실상 승패가 갈린 점수 차였다. 최종 스코어는 39-25.

 

그런데 A조 1위인 덴마크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준결승에서 전 대회 준우승국인 노르웨이를 23-19로 어렵지 않게 따돌렸다. 덴마크는 이 대회 전까지 올림픽에서 단 한번도 4강에 든 적이 없었다. 다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962년 대회 준우승 이후 오랜 기간 입상권에 들지 못하다가 1993년 대회 준우승, 1995년 3위를 차지했다. 유럽의 신흥 강호였다. 결과적으로 덴마크는 애틀랜타 대회 이후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올림픽 여자 핸드볼 첫 3연속 우승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 사이 한국은 덴마크와 1996년과 2004년 대회 두 차례 결승에서 만나고,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한 차례 준결승에서 만나 모두 진다.

 

애틀랜타 올림픽 결승에서 한국과 덴마크는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다. 한국은 전반전에서 17-13으로 앞섰다. 그러나 핸드볼에서 3점 차는, 특히 전력이 엇비슷한 팀 경기에서는 큰 점수 차가 아니다. 후반 들어 조금씩 밀리기 시작한 한국은 결국 29-29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 종료와 함께 덴마크가 얻은 7m 스로를 골키퍼 오영란이 막아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기에 승리 분위기를 탈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33-37 패배. 한국의 핸드볼 여왕 자리를 덴마크가 이어받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은메달의 아쉬움을 임오경의 득점 1위(41골), 오성옥의 득점 8위(24골) 그리고 임오경과 홍정호, 김은미의 베스트 7 선정으로 어느 정도 달랬다.

 

이후 여자 핸드볼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조별 리그를 4전 전승으로 가볍게 통과한 뒤 8강전에서 브라질을 35-24로 물리쳤으나 준결승에서 새로운 라이벌 덴마크에 29-31로 져 3위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동메달을 놓고 겨룬 상대는 공교롭게도 한국이 1988년과 1992년 금메달을 딸 때 아쉬운 은메달을 손에 쥔 노르웨이였다. 한국은 노르웨이에 21-22로 져 1984년 이후 이어 온 메달 행진을 일단 마감했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설 한국 여자 핸드볼이 아니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모티브가 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은 금메달보다 훨씬 값진 은메달로 한국 체육사를 다시 한번 장식한다.

 

▲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대한체육회

 

여자 핸드볼은 조별 리그 B조에서 어느덧 앙숙이 된 덴마크와 29-29로 비기고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 8강전에 오른 뒤 브라질을 26-24로 제치고 4강에 합류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프랑스를 32-31로 따돌린 한국은 조별 리그에 이어 결승에서 다시 한번 덴마크와 맞붙었다. 전반전 14-14, 정규 경기 25-25, 1차전 연장전 29-29, 2차 연장전 34-34. 대회와 종목을 막론하고 이런 치열한 경기는 인류가 스포츠를 즐기게 된 이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결국 승부던지기에서 한국이 2-4로 지면서 메달 색깔이 갈렸다.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들은 영웅이었다. 19차례의 동점을 거듭한, 올림픽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기에.

 

여자 핸드볼은 2008년 베이징 대회 4강,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8차례 올림픽에서 모두 4강 안에 드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한국만이 갖고 있다.

 

신명철 편집국장 sm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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