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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이대호의 은퇴와 추신수의 우승을 보면서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12. 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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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13

 

2022년은 여러모로 극적인 시즌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이 있었고, 우리나라 야구도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친구들의 변화는 다양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대호의 은퇴 시즌을 보면서 감정의 기복도 있었지만, '이대호'라는 선수가 우리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참 크다고 생각했다. 야구적으로는 '원클럽맨'이라는, 현대야구에서는 쉽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에 대한 애착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이)대호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체구가 '큰' 선수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는 것이다.

 

야구를 하다 보면, 많은 선입견을 보게 된다. 키가 너무 작다, 체구가 너무 크다, 발이 느리다, 공이 느리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들은 언제나, '그런데도' 좋은 활약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선수들에 의해 깨지게 된다. 문제는 깨진 선입견도, 결국 또다시, '000 네가 되는 거야', '네가 000'인 줄 알아?'와 같이 다른 형태의 선입견으로 파생된다.

 

▲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제공

 

노력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이)대호가 야구선수로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단순한 재능만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였다면, 지금의 나이까지 야구를 할 수는 없었을 거다. 더군다나 올 시즌에는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은퇴 시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는 최초의 선수다. 물론 결과를 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운동선수가 되려면, 살을 빼야 한다'라며 산을 뛰었고, 오리걸음을 걸어야 했다. 그런 순간들을 부상 없이 지나온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 정도였다. 

 

이제는 누구도 (이)대호의 체구를 가지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위에 얘기했던 것처럼, 또 다른 편견으로 자라는 선수들의 가능성을 막고 있다. 우리는 공이 느린 선수도, 키가 작은 선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들에게 열광했었다. 

 

그렇다면,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조금은 더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줘야 한다. '빠질 살'이라면 빠질 거고, '클 키'라면 클 거다. 그러나 선수들이 변할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쓰게 돼서, '야구'라는 본질을 잊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 추신수 / SSG 랜더스 제공

 

2022시즌, (추)신수는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야구 인생 최초의 정규시즌 우승과 최종 시리즈 우승이었다. (추)신수는 많은 것을 얘기했다. 자칫 잘못하면, 오해받을 수 있는 일들도, 개의치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오해에 대한 걱정보다, 야구를 하는 후배들, 그리고 야구팬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함이 먼저였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러나 우승 후 은퇴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우승도 했으니까, 은퇴해서 후배들의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왔다. 팀을 위해서,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들 말했다. 본인은 얼마나 고심했을까. 입장은 다르지만, 겪어본 일이기에 남의 일 같지 않게 느끼기도 했다.

 

우리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름으로, 그 팀의 상징적인 선수에 대해 예우를 해준다. 그러나 그 '프랜차이즈 스타'가 말뿐인, '립 서비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지막도 기다려 줘야 한다. 무작정 기다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찬란한 별이 '별똥별'이 되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별로 자리바꿈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겨야 한다는 얘기다.

 

누구나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부진에 빠지게 된다. 그런 상황은 언제나 자리바꿈이 일어나는 변화의 시기다. 노장은 쉽게 빼앗기지 않으려 해야 하고, 신인급들은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판가름은 모두가 할 거다. 선수가 그저 자리를 내어준다는 생각, 자리를 내어줘야만 한다, 는 생각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처절하게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자리 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부딪치고, 자리바꿈이 일어나야 한다. 패자는 야구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승자는 역사에 들어가기 위해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 우린 그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추신수'라는 스타가 '그림'을 만들기 위해서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그의 치열한 승부가, '그림'이 되었으면 한다.

 

(이)대호야, (추)신수야, 고생 많았고, 더 고생하자.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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