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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마지막 나의 이야기

--정근우 야구

by econo0706 2022. 12. 2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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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7

 

1월 11일 시작된 저의 얘기는 오늘의 글로 마감을 합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놀라기도 했고, 과연 1년이라는 시간을 잘 끌고 나갈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는데, 주변 많은 분의 도움으로 큰 사고 없이 잘 지나온 것 같습니다. '키 작은 1루수와 검둥이'라는 얘기로 출발했고, 전편에서는 친구인 (추)신수와 (이)대호의 얘기로 마무리를 지었으니, 충분히 저의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대학 시절, 그리고 베이징올림픽의 기억 등 '선수 정근우'가 경험한 많은 얘기들과 그런 경험을 한 저의 시선으로 본 야구계의 일들도 많이 다뤘던 것 같습니다.

/ 한화이글스

 

1년 동안 저는 야구에 저의 생각을 가감 없이 썼습니다. 특히 어린 선수들에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들의 어려움, 그들이 알았으면 하는 일들에 대한 것이었는데, 정답은 아닐 겁니다. 그저 야구를 오래 한, 그리고 먼저 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을 말하다 보니, 마치 '이게 정답이야' 같이 들렸을 수도 있을 그거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답은 언제나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죠. 다만,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려서는 세상 그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없습니다. 어린 나이의 선수들, 드래프트의 처절함, 다 압니다. 간혹 '어린 선수들의 인생이 너무 일찍 결정된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평범한 학생들도 마찬가지 상황입 니다. 이건 전 세계가 그럴 겁니다. 어린 나이에 대입 수능시험을 치러야 하는 일, 그 일에 인생이 걸려 있어서 모두가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야구는 제게 특별하지만, 모두에게 특별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야구가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면, 특별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갖는 보편적인 도덕성에 야구계가 맞춰가야 합니다. 그게 가장 기본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많은 것을 알지 못하고, 익숙지 못한 어린 선수들에게 대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 선수들이 우리 야구의 미래니까요.

/ LG트윈스 제공

 

'야구'라는 종목은 참 할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해왔고, 은퇴했지만, 야구 얘기를 끊이지 않고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오늘은 1년을 해온 제 칼럼의 마지막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야구 프로그램 얘기도 안 할 수 없죠(웃음).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서, 조금은 느슨해졌던 몸 관리도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젠 신경을 쓰는 정 도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 정근우 인스타그램

 

네 맞습니다. 그분이 오셨으니까요(웃음).

 

현역을 끝내고, 갈 길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다시 현역들과 야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기회는 흔치 않을 겁니다. 이 프로그램을 하는 것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욕심 많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야구를 조금 더 하고 싶었습니다. 팀 스 포츠의 특성상, 활용 가치가 떨어진 노장의 자리는 쉽게 비워질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만 하는 압박을 받게 됩니다. 단체 스포츠의 구성원이,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의외로 힘들거든요. 그래서 큰 고민 없이 결정했습니다. 이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성적'이라는 숫자로 운명이 결정되듯, 방송은 '시청률'이 라는 숫자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죠. 그래서 선택한 방송이었습니다.

 

거기에서 감독님을 다시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웃음). 다양한 분들이 그 글을 보시고 나서 저의 소셜 계정으로 많은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절이 떠났는데, 절이 찾아온 사연'은 그래서 제게는 큰 의미가 있는 글이기도 했고, 실제로도 감독님과의 인연이 '참 깊구나' 라는 생각을 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저는 힘들었지만, 감독님과 함께 있을 때, 늘 잘 됐습니다. 이번에도 오신다는 그 한마디로, 제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을 정도니까요. 앞으로 더 기대됩니다. 몸은 힘들겠지만, 조금 더 야구를 해보고 싶었던 소망처럼, 그저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야구를 조금 더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감독님의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실 분이죠.

 

앞으로는 글을 쓰는 정근우가 아니라, 글을 써 본 정근우가 될 것 같습니다.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에게 식상하지 않게 다가서겠습니다. 많은 이해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1년 동안 저와 함께 얘기하고, 웃고, 함께 분노하기도 한 두 분의 에디터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야구인 정근우는 앞으로 계속 야구를 할 겁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정근우 / 전 프로야구 선수, 현 최강야구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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