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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와 박지성의 '학교폭력' 생각 차이

---Sports Now

by econo0706 2023. 1. 2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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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1. 26. 

 

야구 레전드 추신수, 축구 레전드 박지성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21일(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프로그램인 'DKNET'에 출연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구성에 대해 제 생각을 털어놨다.

그는 안우진 미발탁에 대해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잘못을 저지른 것을 출장정지 징계 등으로 뉘우쳤지만, 여전히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여론은 싸늘하다. 안우진은 고교 시절 학교 폭력 문제로 인해 징계받았고, 올림픽을 포함한 국제 대회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안우진은 지난 시즌 30경기 등판,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의 화려한 성적을 올리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KBO 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하고 있다.

다만 실력이 월등하다고 해서 그를 감싸 줄 수는 없다. 대표팀의 WBC 선전을 위해 피해자의 용서를 배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문제는 야구계를 떠나 모든 스포츠계에서 화두에 올라가 있는 큰 문제다. 특히 아마추어 야구에서  바로 잡아야 할 사회적 숙제이기도 하다.

 

/ 사진=연합뉴스

 

'해버지' 박지성은 축구계에서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한국 최초 프리미어리그(EPL) 진출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자, 대표팀 주장, 그리고 축구장 안팎으로 보여준 인품 등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사람이다.

박지성은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그저 후배라는 이유만으로 선배의 폭행 세례를 견뎌야 한다는 것. 축구를 하기 위해서부당한 폭력을 묵묵히 참아야 하는 상황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나는 결코, 무슨 일이 있어도 후배들을 때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최고참 선배가 됐을 때도 난 후배들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고 짚었다.

권위에 대한 박지성의 생각 역시 달랐다. 그는 "실력만 갖추고는 권위를 갖출 수 없다. 여기에 인성까지 겸비되어야 진짜 권위를 품을 수 있다."고 소신 발언했다.

결국 학교폭력 문제를 두고 스포츠계 두 레전드 박지성과 추신수의 생각 차이가 있었다. 또 소신 발언의 방향 역시 달랐다.

추신수 역시 박지성만큼이나 어린 야구 꿈나무들에게 존경받는 선수다. 

박찬호만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고, 그를 보며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선수들이 대다수 자리하고 있다.

특히 KBO리그에 입성한 뒤에도 한국 야구의 실질적인 문제 개선과 꾸준한 기부 활동 등 존경받아 마땅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이기에 더욱 아쉬운 이번 발언이다.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추신수(SSG 랜더스)가 한국 야구를 향해 날린 고언(苦言)이 의도와 다르게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추신수는 최근 미국의 한인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서 오는 3월 개막하는 WBC(월드베이스볼 클래식) 대표팀 구성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추신수가 진단한 대표팀의 문제점은 바로 세대교체였다. 추신수는 “일본 대표팀의 경우 국제 대회를 치르면 새로운 얼굴이 많이 등장한다. 나였다면 미래를 봤을 것”이라며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봤더라면 많은 선수들이 안 가는 게 맞다. 언제까지 김광현, 양현종인가”라고 일침을 놨다.

이어 “내가 경험을 해보니 문동주나 안우진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은 왜 안 되는가”라며 “어릴 때 국제 대회에 참가하면 느끼는 감정이나 마인드가 달라진다. 이런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얼굴을 비쳐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한국야구가 할 일이다. 그게 아쉽더라”라고 지적했다.

추신수의 이 말은 ‘안우진의 학교폭력건 용서’와 함께 야구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추신수는 WBC라는 대회의 성격과 한국 야구가 처한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국가대표 대항전으로 최고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야구 최강국을 가리는 대회다. 즉, 축구로 비유하면 FIFA 월드컵이며 경험을 쌓는 자리가 아닌, 결과를 증명하는 무대다.

▲ 이강철 감독(왼쪽)과 조범현 기술위원장. / ⓒ 뉴시스

 

여기에 추신수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이강철 감독 및 기술위원회의 결정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한국 야구는 추신수가 참가하지 않은 지난 3~4회 WBC서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수년째 야구의 인기가 하락세를 겪고 있어 KBO는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삼겠다는 각오다. 아직까지 국내 투수들 최고의 기량을 지닌 김광현, 양현종을 다시 대표팀으로 불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추신수의 고언(苦言)은 분명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내뱉은 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표현 방식이 조금 더 세련되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 야구는 김광현, 양현종이 10년 넘게 대표팀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으며 논란의 중심인 안우진을 제외하면 대를 이을 투수가 등장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어째서 김광현, 양현종을 또 뽑았는가를 탓하기 보다는 이들의 헌신에 박수를 보내고 발탁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논했다면 논란이 들불처럼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연준 기자 enginepark10@mhnew.com

+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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