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축구환상곡] 체코의 손흥민 꿈꾼다... 파르두비체 10번 이상혁의 도전

--한준 축구

by econo0706 2023. 2. 13. 00:14

본문

2022. 08. 03.

 

"어후, 여기서도 손흥민 선수 인기는 장난 아니에요."

한국 팬들에게 낯선 체코 프로 1부리그 포르투나 리가에 도전하고 있는 이상혁(22, FK 파르두비체)은 다소 딱딱한 분위기로 이어지던 인터뷰 중에 '손흥민'의 이름을 꺼내자 긴장을 풀었다.

 

▲ 체코 파르두비체에서 활약 중인 이상혁. / 이상혁 제공


대구FC 유스 출신, 대한민국 15세 이하 대표 선수로 기대를 받으며 성장하던 미드필더 이상혁은 현풍고 졸업 후 프로팀 계약에 실패한 뒤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체코 리그 도전을 택했다.

손흥민이 2021-20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것이 체코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 면이 있는지 묻자 "이 자리를 빌어 손흥민 선수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 함부르크 연수 당시 손흥민을 만났던 이상혁. / 이상혁 제공

 

"사실 손흥민 선수가 득점왕을 수상하기 전부터 손흥민 선수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팬분들이 반가워 해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한국인 최초 체코 1부리거 이상혁은 '손흥민 키즈'다. 신정초등학교의 7번을 달고 뛰던 에이스 이상혁은 2012년 인천공학배 유소년 대회 우승을 통해 함부르크 연수 기회를 얻어 독일로 날아갔다. 당시 함부르크 유소년 팀의 훈련도 받고, 손흥민의 경기도 '직관'했다. 손흥민이 직접 신정초 선수들과 만나는 시간도 있었다.

"많은 얘기를 나눠보진못했지만 함부르크 유니폼을 구입해서 손흥민 선수 사인도 받았어요!"

독일 하부리그 생활을 하며 유럽에 도전하다 체코 2부리그 파르두비체로 이적한 뒤 빛을 본 김대원과 인연을 통해 파르두비체를 알게 된 이상혁은 2019년 1월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도 팀을 지휘하고 있는 이리 크레이치 감독이 유소년 선수 육성의 전문가로 잘 알려진 지도자인데다, 입단 당시에 2부리그 소속이 출전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는 팀이었다. 실제로 이상혁은 19세 이하 팀, 2군 팀, 1군 팀을 오가며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었다.

▲ 파르두비체에서 활약 중인 이상혁. / 이상혁 제공

 

이상혁 입단 이후 파르두비체는 구단 최전성기를 맞이한다. 2008년 창단한 신생팀 파르두비체는  2010년 체코 3부리그를 시작으로 2012년 2부리그 승격에 이어 이상혁이 입단한 뒤 2019/2020시즌 2부리그 우승을 이룬 뒤 지난 두 시즌 연속 리그 7위, 11위의 성적으로 안정적으로 잔류했다. 최근 호성적을 통해 구단은 인구 8만 9천의 소도시 파르두비체를 연고로 홈 경기장 수용인원이 3000명에 불과한 현 포드 비니치 경기장을 떠나 신축 경기장에 터를 잡을 예정이다. 

파르두비체에서 좌우 측면 공격수로 뛰고 있는 이상혁의 경쟁자는 체코 대표로 9경기에 나섰고, 이탈리아 키에보, 이스라엘 마카비 하이파 등에서 전성기를 보낸 카밀 바체크다. 세 명의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도 뛰고 있다. 지난 2021-2022시즌 피로 골절 부상으로 후반기를 날렸지만, 아직 어린 나이에 구단이 등번호 10번을 부여할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 받고 있다.

파르두비치가 최근 치른 리그 개막전에는 출전하지 못했으나 1군 선수들과 프리시즌 경기를 치렀고, 독일 클럽 그로이터 퓌르츠와 경기에서는 여러 차례 결정적 기회를 창출하며 호평 받았다. 유럽에서도 생소한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무기로 풍부한 움직임을 보이는 창의성 있는 2선 공격 자원으로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제 장점중 하나가 킥이라고 생각합니다 . 크로스 훈련할 때 동료들이 장난식으로 너만 믿는다고 얘기도 해요."

좌우 측면 윙포워드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이상혁은 페널티 박스 부근, 공격 지역에서 일대일에 강하고, 동료들과 2대1 패스 혹은 3자 움직임으로 공간을 창출해 득점 상황을 만드는 해결사다. 다만 마침표를 찍는 과정에 있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팀 훈련 후 골키퍼에게 부탁해 꾸준히 슈팅 훈련을 하고, 개인 훈련으로 끌어올리고자 매일 땀 흘리고 있다.

/ 이상혁 제공

 

체코 리그 도전으로 이상혁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압박의 속도와 강도다. "체코리그의 특징이라고 말하자면 일단 엄청 터프해요. 조금만 볼터치를 잘 못해 놓놔도 바로 압박이 들어와요. 뒤로 무르는 수비보다는 앞을 강하게 압박하는게 특징인거같습니다. 제가 1,2부를 다 뛰면서 경험했던것은 두 리그 다 터프하고 몸싸움이 거친 것은 같은데, 1부리그가 아무래도 볼 을 차는 세밀함이 있고, 기술적으로 더 완성 돼있는 것 같아요."

파벨 네드베드와 토마스 로시츠키의 시대에 황금기를 보낸 체코 축구는 지금또 꾸준히 유럽 빅리그에 좋은 선수를 배출하고 있는 무대다. 힘과 기술, 조직력을 겸비한 체코 리그는 유럽 무대의 주류는 아니지만 이상혁이 자신의 꿈을 만들고 성장하는 데 만족하고 있는 약속의 땅이다. 체코에서 보낸 시간이 어느새 3년, 유럽 축구에 적합한 몸을 만들고 템포를 익힌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첫 시즌에는 피지컬도 많이 부족했어요. 점시즌이 지나면서 벌크업도하고 피지컬적으로 성장한거같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피지컬 트레이너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하는데, 그.외 시간에도 트레이너에게 물어서 개인적으로도 몸을 만들었어요. 시즌이 끝나고는 한국에 와서 바디퍼포먼스센터에서 몸을 만들어서 체코로 돌아갑니다." 

이상혁은 지금 영어는 물론 현지 적응을 위해 체코어까지 익혀 파르두비체에 녹아들었다. "축구 외적, 내적으로 많은걸 배웠다고 생각해요. 내적으로는 몸싸움,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를 배웠고 외적으로는 영어랑 체코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웠다는 점, 의사표현에 있어서 확실히 해야된다는걸 느꼈습니다."

/ 이상혁 제공

 

지난 두 시즌 동안 체코 1부리그 12경기를 교체 출전으로 소화한 이상혁은 아직 공격 포인트가 없다. 지난 시즌 2군 팀 소속으로 뛴 하부리그 경기에선 10경기 3득점 2도움으로 팀 내 최고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 1군 팀에 올라왔으나 피로 골절로 흐름이 끊겼다. 2022/2023시즌을 본격적인 1군 자리잡기의 해로 삼고 있다.

"체코에 도전한 것에 대해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힘이 닿을 때까지 유럽에서 뛰고 싶은 생각입니다."

올해 만 22세인 이상혁은 체코 리그에서 두각을 보여 2023년 9월로 연기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도 꿈꾸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체코리그를 넘어 유럽 5대리그 도전이 목표다.

"감독님께서 제게 10번을 달라고 하셨을때 내심 좋으면서도 조금은 부담이 됐어요. 개인적인 목표는 많은 경기에 출전해 공격포인트도 많이 올리고 싶고, 내년에 있는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삼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멀리 봤을 때는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나서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