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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V리그, 이제는 체력전이다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3. 2. 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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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2. 21

 

승리? 체력이 답이다.

V리그가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매 경기 혼전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덕분에 중위권 싸움이 치열해졌다. 남자부는 봄 배구에 대한 경쟁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상위권 팀의 연패와 하위권 팀의 연승으로 순위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남자부 선두를 달리던 대한항공이 시즌 처음으로 4연패에 빠졌다. 다행히 연패는 끊었지만 범실이 많았기 때문에 경기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팀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감독들은 기록과 점수에 더 초점을 맞춰 경기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수 생활을 마치고 배구 해설을 하는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금이야말로 각 팀이 체력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운동선수에게 체력은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한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체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그를 하는 중에도 계속해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팀, 선수가 체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최근 남자부 순위의 지각변동을 보면서 상위권 팀 선수들은 5라운드까지 달려오느라 체력이 많이 소진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자부는 각 팀의 에이스가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며 교체가 되거나 경기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승과 패를 번갈아 가져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 위험도 높아

 

경기를 보다 보면 유독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물론 선수 본인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평소 공격을 할 때 충분히 타이밍을 잡아 때리거나, 커버 플레이를 손쉽게 했던 것들이 어처구니없게 범실로 이어지면 부상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근육 부상은 우리 몸에 피로도가 쌓여 생기는 경우가 많다.

 

배구 선수들이 가장 많이 근육 부상을 입는 부위가 허벅지와 종아리 부위다. 잠시 내 얘기를 하자면, 나도 선수 시절 이 근육 부상으로 크게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2017년 한국전력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낼 때였다. 시즌 초반에 페이스가 너무나 좋아 컨디션 관리를 더욱 철저하게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당시 내 나이 36세였다. 반복되는 경기와 훈련으로 허벅지 쪽 근육에 피로도가 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운동량을 더 늘려갔다.

 

결국 부상이 찾아왔다.

 

훈련 시작과 동시에 웜 업 이후 훈련 첫 공격 도움닫기를 하는 순간 골반 쪽에서 무언가 뜯겨지는 소리가 났다.

골반뼈와 인대가 맞물리는 지점이 찢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긴 허벅지 근육을 결에 따라 칼로 베인 것 마냥 근육이 찢어지는 손상을 입었다.

큰 부상이었다. 처음에는 부상 부위가 생소한 위치라 정확한 병명을 알아내는 것만 해도 3개월이 걸렸다. 담당 주치의 설명에 따르면 이 부위는 역도 선수들이 많이 다치는 부위인데, 배구 선수가 다친 것은 처음 본다고 하셨다.

당시 주치의는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피로도를 떨어뜨려야 경기력이 나온다고 했다. 은퇴를 하려면 수술을 하라고 했다. 아니면 한 시즌을 포기하고 인대가 붙을 때까지 무조건 휴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나는 현장 복귀를 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현재 V리그는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다.

 

전술과 전략은 5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그래서 지금부터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부상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주전 선수가 많아지고 있다.

그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하면서 팀의 패배와 함께 순위까지 바뀌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자부는 시즌 후반부까지 대한항공의 독주가 예상됐다. 하지만 곽승석 선수의 종아리 부상을 비롯해 주전의 체력이 문제를 드러내면서 리그 후반 4연패 늪에 빠지는 등 고전했다.

여자부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현대건설의 독주 속에 흥국생명이 추격하는 형국이었는데 현대건설의 외국인 선수 교체와 주전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지난 15일엔 흥국생명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흥국생명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김대경 감독대행도 “앞으로 체력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라고 이야기할 만큼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하고 있다. 중위권 팀 역시 에이스 선수의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으면서 경기 당일 코트에 나서는 선수의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들쑥날쑥하고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력도 떨어져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 위험도 높아지는 것은 물론, 경기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순발력과 스피드가 줄어들면 공격력과 두 번째 동작이 둔해진다. 도움닫기와 반응 속도도 늦어진다. 자연스레 점수가 나지 않는 랠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경기 전체적으로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루한 경기로 이어진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남자부는 공격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회복을 못한 채 경기를 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주전 선수의 범실이 많아지면 코트에서 함께 뛰는 선수에게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 나이 많은 선수는 회복이 더디기 마련인데 이러한 요소 역시 경기력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 올 시즌 V리그 후반부의 특징이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여자부는 이런 점이 더욱 뚜렷하다. 이번 시즌 랠리가 많아졌다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만약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랠리가 많아졌다면 팬들의 입장에선 경기를 보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준비 동작이 되어 있지 않거나 호흡이 맞지 않는 등 경기력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랠리가 많아지고 있어 체력적으로 더욱 힘든 경기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급할 때일수록 돌아가야

 

이제 시즌의 끝이 이제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선수들도 봄 배구 문턱까지 쉼 없이 달려오느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

 

하지만 급할 때일수록 길을 돌아가라는 말처럼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끼고 가장 힘든 시기인 지금이야말로 초심으로 돌아가 체력관리에 더욱 힘쓰면서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

 

선수 개인을 위해서라도, 배구를 응원해 주는 팬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부디 체력관리를 잘해 부상 없이 선수와 팬 모두가 만족하는 경기를 해주길 바란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이제 6라운드 마지막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하지만 불안해하거나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떻게 체력 관리를 잘 하고 피로 회복을 잘 하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들은 밸런스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심해야 한다. 수면의 질을 높이고, 회복에 좋은 음식을 먹고, 회복 운동법 등을 익히다 보면 후회 없는 시즌을 보내는 길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볼 대표

 

네이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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