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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변화의 시작, 아시아쿼터제 도입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3. 4. 2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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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4. 19

 

2022-2023 V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끝나고 벌써 보름이 지났다.

프로팀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겠지만, 각 팀의 사무국과 배구연맹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4월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쿼터제를 비롯해 FA, 트라이아웃 등 선수단 운영에 있어 중요한 업무들이 많기 때문이다.

 

/ 한국배구연맹

 

모든 안건이 구단에게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겠지만, 이번 시즌부터 처음으로 도입되는 아시아쿼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던 외국인 선수 제도에 있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외국인 선수를 2명을 쓰자는 의견! 한 명에게 주는 금액을 올려 더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오자라는 의견! 또 국내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하지 말자!라는 의견 등 일부 다양한 우려도 있었지만, 아시아쿼터제야말로 V리그에 또 다른 변화의 첫걸음 될 수 있다는 생각한다. ​

 

▲ 태국 국가대표 주전세터 폰푼 게드파르드 / 한국배구연맹

 

한국 배구가 처음 시도하는 아시아쿼터제는 각 팀에서 한 명씩 활동하는 외국인 선수와는 별도로, 대만 홍콩 일본 몽골 태국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10개국 선수를 각 팀에서 한 명씩 뽑는 제도다.

남자부는 감독과 구단 관계자가 직접 경기를 보고 선발하는 트라이아웃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정은 4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국군체육부대와 연습 경기를 치르면서 구단 측이 직접 선수들의 경기력을 보고 채택한다. 선수들의 기량을 영상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선수를 뽑을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의 포지션은 제한이 없다. 선발된 선수의 연봉은 10만 달러, 우리 돈 약 1억 3천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여자부는 신청 선수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대회 일정과 겹쳐 불가피하게 비대면 드래프트 방식으로 열린다. 여자부는 오는 21일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일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 오타케,이가,이마무라,바야르사이한 / 선수들의 sns 계정 캡처

 

남자부는 눈에 띄는 선수들이 5명 정도 있어 보인다. 그동안 대학배구 무대에서 본인의 실력을 검증했던 몽골 출신의 바야르사이한(인하대 졸업*미들 블로커), 에디(성균관대 재학 중*아웃사이드히터)가 주목된다. 이들은 이미 한국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에 프로 무대에서 활동하더라도 다른 외국인 선수들보다 프로 무대에 적응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 파나소닉 팬더스 팀에 소속되어 있는 이세이 오타케, 료헤이 이가, 이마무라 타카히코선수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파나소닉의 선수들은 팀에서 선수들의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한국 트라이 아웃에 지원하게 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고 있다.

 

 

▲ 레이나토코쿠(일본),마나밧,모라도(필리핀) / 한국배구연맹 

 

여자부는 태국 대표팀 주전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가 최대어다. 이 밖에 일본의 레이나 토코쿠,필리핀의 알레오나 마나밧, 줄리아 모라도 선수 정도가 V리그 구단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각 팀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 새로운 신선을 함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쿼터로 일본 진출]

 

나도 아시아쿼터라는 제도가 없었다면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난 2020년 7월, 한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 팀에서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선수 생활을 연장할 계획이 있느냐는 것이었다.배구를 하면서 해외 진출에 대한 열망이 있던 나는 주저 없이 승낙을 했다. 일본에서 적응을 하고 못하고는 다음 문제였다. 일단 도전해서 부딪히며 성장하고 싶었다.

 

나의 일본 진출은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시기라 일본 입국도 늦어졌다. 리그 시작 2주 전에 도착을 했고, 자가 격리 후 팀에 합류한 나는 모든 게 생소했다. 한국의 V리그와 일본의 V리그는 리그 기간이 거의 비슷하다. 외국인 선수를 1명씩 두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이 아시아 쿼터라는 제도가 정착이 되어있던 일본은 한국보다 더 다양성이 있는 배구를 하고 있었다.

 

 

각 팀들은 각자의 색을 분명히 가져갔다. 이른바 '몰빵배구', '클래식 배구', '스피드 배구', '만화 배구‘라고 불리는 다양한 색깔의 배구를 각 팀의 방식대로 다른 경기를 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어떤 팀은 한국보다 더 높게 플레이를 하는가 하면, 한국보다 더 빠르게 플레이를 하는 팀, 장난치는 듯하게 변칙 공격을 정말 많이 하는 팀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팀들과 경기를 하고 보면서 정말 많이 느꼈다. 틀에 박히지 않는다라는 것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가 아는 일본팀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키는 작지만 더 빠르고, 기본기도 더 좋다는 인식이 있다. 그냥 우리보다 배구를 잘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내가 일본에 있을 때 일본 선수들은 반대로 생각했다. 그들은 한국 선수들이 키도 크고 배구를 더 잘한다는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 고 많이들 궁금해했다.

 

나는 한국 배구와 일본 배구의 차이점은 다양성의 차이에서 시작됐다고 생각된다.

아시아쿼터를 비롯해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곳이 일본이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훈련 방법, 선수들의 인식, 배구를 왜 잘해야 하는지, 세계화에 발맞춰 더 나은 배구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사실 일본에 있는 동안 가장 부러웠던 것이 선수들의 인식이었다. 실업배구와 프로배구의 차이로 볼 수도 있지만, 일본 선수들이 배구를 더 잘 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열정은 우리나라의 프로선수 이상이었다.

 

일본은 협회 차원에서 많은 것들을 시도하면서 리그를 발전시키고 있다. 리그 시스템은 일본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정말 좋다. 중계방송, 경기장 컨디션, 운영 시스템 등등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도 이제는 경기력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리그 수준의 향상을 위해서는 그동안 미뤄뒀던 것들을 이제부터라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쿼터에 나오는 선수들의 기량이 낮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기량만으로 설명이 안되는, 각 팀에 꼭 맞는 선수들이 분명 존재를 한다. 또 그 선수들이 각 팀에 작든 크든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아시아쿼터가 한국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와서 팀 내에서 또 다른 경쟁을 시작되고, 경쟁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면, 팀의 경기력은 향상,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가지 않은 길이라고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고, 내가 가진 기득권이 빼앗길 것을 우려한 탓에 오늘날의 한국 배구는 세계적인 수준과 멀어져야만 했다. 더 나아지고 싶다면 무엇이든 시도를 해봐야 한다. 부딪히고 난 뒤 취할 것은 취하고 개선할 것을 개선해 나간다면 분명 한국배구는 좋아질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사랑하는 배구의 자생력을 키워 갈 수 있을 것이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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