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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우] '미친' 레오

--윤봉우 배구

by econo0706 2022. 12. 2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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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2. 20

 

불광 불급(不狂不及) :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고 했던가.

 

V리그 3라운드가 한창인 요즘, OK 금융그룹 아웃 사이드 히터 레오 선수를 보면 정말 미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난 16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 손해보험과 OK 금융그룹 경기에서 레오는 V리그 사상 처음으로 4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 한국 배구 연맹 사진 제공

 

트리플 크라운이란 경기당 {서브에이스 3점, 블로킹 3점, 후위공격 3점}을 달성하면 부여되는 한국배구연맹의 로컬룰인데, 한 시즌에 한 번도 달성하기 힘든 기록을 레오 선수가 한 시즌에 4번도 아닌 4경기 연속으로 기록해, V리그의 새역사를 쓴 것이다.

 

나는 운 좋게 이날 현장에서 해설을 하며 배구 역사상 신기록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이건 뭐 미쳤다는 말 외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트리플 크라운은 보통 각 팀에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포지션에 선수들이 많이 달성을 하는데, 레오의 기록을 보면 더 놀랍다. 지난 시즌에는 단 한차례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레오의 전성기였던 삼성화재 선수 시절 3년 동안 5차례만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아직 3라운드 중반인 시점에 총 5차례 기록 달성! 정말 ‘괴물’이란 별명답게, 괴물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삼성화재 시절의 레오

 

삼성화재의 외국인 선수하면 안젤코, 가빈, 레오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현대캐피탈 선수였던 시절, 현대와 삼성의 라이벌 경쟁이 한창이던 그 시절에는 정말이지 레오가 참 싫었다. 공격 타점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 한국 배구 연맹 사진 제공

 

그때 당시 나도 20대 후반의 전성기였다.

 

점프 테스트를 하면 공격 타점이 343cm에 블로킹 타점은 330cm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낮지 않은 기록이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고 경기 때 공격을 하면 레오가 너무나도 가볍게 내 블로킹 위에서 공격을 때렸다. 그 당시 배구공의 지름까지 포함한다면, 레오의 공격 타점은 최소 350~370은 되었다.

 

레오를 막지 못해 참 많이 졌고,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갖은 방법을 써봤지만, 신장 205cm에서 나오는 용수철 같은 탄력을 가진 레오를 2m인 내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에겐 아픈 기억이었던 레오가, 이번 시즌에는 마치 지금이 최고의 전성기라는 듯 괴물 같은 힘을 자랑하며 매 경기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비결이 궁금했다. 레오는 무슨 생각으로 올 시즌을 보내고 있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레오의 속마음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레오 선수와의 일문일답.

 

Q. 레오의 배구 철학은 무엇인가요?

 

A. 가능성을 믿어요! 제 배구 철학은 항상 나 자신과 나의 가능성을 믿는 것입니다. 재능은 노력과 함께 온다고 믿는 동시에 재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기기 위해 경기하는 것이 항상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Q. 오랜 선수 생활 동안 마인트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A. 평정심 유지!

 

저는 KOVO의 경기 시스템이 좋습니다. 저는 항상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우리 팀을 최대로 돕기 위해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로는 결과가 기대한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항상 말하지만 장거리 레이스에서는 지구력이 더 가치가 있으므로 웨이트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웨이트의 중요성을 30살 이후에 알게 됐어요.ㅋㅋ

 

Q. 가족들이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면 경기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비결이라고 꼽을 만한 것이 있나?

 

A. 힘의 근원은 가족!

 

저는 항상 경기를 잘하기를 원하는데 특히 저희 가족이 경기를 보러 왔을 때 저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줍니다. 제 가족이 저를 보고 기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경기를 봐주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구를 열심히 해서 가족들이 승리하는 모습을 볼 때 그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 한국 배구연맹 사진 제공

 

Q. 본인을 팬들이 ‘괴물’, ‘킹레오’ 라고 부르는데 별명이 마음에 드는가?

 

A. ‘몬스터’ 좋아요! 저는 팬들이 제 경기를 즐기시는 방식에 따라 제게 별명을 붙여 주시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그것은 경기를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자 애정과 응원을 해주시는 것이기에 킹레오나 몬스터 별명 붙여주신 거 감사하고 좋아합니다.

 

Q. 이번 시즌 가장 인상적인 것이 세트당 1.00개의 강력한 서브 인 것 같다. 서브에 대한 노하우가 있나?

 

A. 범실 줄이며 강서브 유지! 저도 서브를 할 때 매번 리듬을 잡는 게 매우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면 서브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서브로 팀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에이스가 아니더라도 상대편의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서브의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올 시즌 앞두고 제 자신에게 다짐했던 게 서브의 90%로는 토스에 있기에 토스를 중점적으로 연습했고 라인을 밟지 않는 등 가능한 한 적은 실수를 범하면서 강서브를 유지하려고 했던 게 지금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Q. 20대의 삼성화재 레오와 30대의 OK 금융그룹의 레오,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A. 전술 수행능력이 좋아졌어요! 20대의 레오와 30대의 레오의 차이점이라고 하면 20대의 레오는 재능이 많고 힘으로 경기를 했다면 지금 30대의 레오는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재능과 경험이 쌓여 체력적으로나 전술적으로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전술 수행능력이 좋아졌습니다. 20대의 레오는 경험이 많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법을 잘 몰랐다면 30대의 레오는 우승의 의미를 알고 20대 혼자 뛰던 레오에게 조언, 응원 및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 30대는 팀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을지 더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대의 레오나 30대의 레오 둘 다 모두 최고라고 말하고 싶네요.ㅎㅎㅎ

 

Q. 레오를 롤 모델로 하는 선수들이 있다. 어떻게 하면 레오를 따라갈 수 있나? 비법을 전수해 준다면.

 

A. 배구를 즐겨야 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 롤 모델이란 걸 알게 되어 기쁘고 더 나아가 항상 어린 선수들에게 모범 선수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몇 가지 조언을 하자면 배구의 세세한 부분까지 연습을 하고, 웨이트를 통해 좋은 신체 조건을 유지하는 것,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배구를 하는 모든 순간을 즐기는 것! 정말 중요하고요. 팀 내 규율을 따르고 코치를 비롯한 모든 지도자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머나먼 미래에 언젠가는 이 아름다운 나라에서 감독(헤드코치)로서 더 많은 한국의 어린 선수들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진화하는 레오

 

20대의 레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이었다면, 30대의 레오는 묵직함, 그 자체였다.

 

지도자를 꿈꾸며 미래를 고민하는 자세와 가족을 향한 마음이 어쩌면 오늘의 ‘괴물’ 레오를 만든 원동력인 것 같다. 그 고민을 앞으로 어떻게 실행으로 옮기느냐가 중요할 텐데, 아직 레오에겐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 한국배구연맹 사진 제공

 

이는 레오가 한국에서 더 많을 걸 보여주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짧게는 5연속 트리플 크라운부터 길게 이제는 실력과 인성까지 인정받는 한국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되어 가길 말이다. 한때는 네트 너머의 적으로 만나야 했던 레오지만 이제는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V리그의 역사를 쓰고 있는 레오를 응원한다.

 

윤봉우 / 전 프로배구 선수, 현 이츠발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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