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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KBO는 왜 조용한가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4. 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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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5. 18

 

지난 12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보도자료를 냈다. 2006년 3월부터 격년제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라는 이름의 야구대회가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이 자료에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셀릭은 "세계 야구의 빛나는 스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이 대회는 야구의 국제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메이저리그 선수노조대표 도널드 피어는 "대회를 성사시켜 준 국제기구와 리그, 선수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한다"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양대산맥이 공식적으로 대회 성사를 '인증'한 것이다. 자료는 또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 메이저리그와 메이저리그 선수노조, 일본 프로야구기구(NPB), 한국야구위원회(KBO), 아마추어 야구기구인 국제야구연맹(IBF)의 협조적인 노력이 빚어낸 결정체라고 언급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입으로만 떠돌던 야구의 스타워스, 최고의 선수들이 자신의 나라를 대표해서 기량을 겨루는 그 대회가 공식적으로 성사됐음을 알리는 자료였다. 보도자료는 북미.남미.유럽.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호주에서 16개국이 참가할 것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7월에 발표될 것이라고 끝을 맺고 있다.

 

한국의 일부 언론에서는 이 보도자료와 미국의 언론 보도를 근거로 "야구 월드컵이 열린다"는 내용의 뉴스를 전했다. 그리고 또 일부에서는 한국 대표팀 예상명단까지 만들었다. 선발투수 박찬호.서재응.배영수 등, 구원투수 김병현.구대성 등, 주축타자로는 최희섭.이승엽.심정수 … 뭐 이렇게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국내프로야구는 아직 공식발표가 없다. 처음 발표될 때, "우리는 어떻게 하겠다"라고 밝혔으면 100점. 며칠 뒤라도 입장을 발표하고 준비를 시작하는 게 90점의 자세다. 지난해 이맘때 한국프로야구 선수협은 '해외파 초청경기'를 추진했다. 아니, 대회가 열린다고 했다. 날짜까지 정했었다. 그러나 정작 해외파 선수들은 자신이 초청을 받았는지, 언제 가야 되는지 모르고 있었다. 갑작스레 터진 '병풍'으로 대회가 무산된 게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 준비가 소홀했다. 아테네 올림픽 예선도 그랬다. 해외파 선발 여부 결정에 늑장을 부리고, 전담기구 하나 만들지 않고 출전했다가 얻은 결과는 창피하게도 예선탈락이었다.

 

KBO는 참가하는 나라들 사이에 세부 계약이 모두 끝나는 5월 말 이후에 공식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식 승인을 받은 다음 대한야구협회와 선수선발 등을 협의하고 한국 선수들이 속해 있는 외국 구단의 협조를 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참가한다'는 원칙은 정해진 셈이다. 입장을 공론화하고 당장 준비를 시작하는 게 좋다. 박찬호의 컨디션과 이승엽의 타격감을 지금부터 체크하고, 일본과 대만의 주요 선수 기량 파악에도 나서야 한다. 전임감독 여부 논의, 전담기구 설치도 이를수록 좋다. 법석을 떨자는 게 아니다. 이왕 할 거면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팔을 걷어붙이자는 거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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