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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케니 로저스의 멘탈 게임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3. 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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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6. 08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는 왼손잡이 케니 로저스다. 로저스는 박찬호와 텍사스 레인저스 동료다. 4월 28일부터 8연승을 올리는 동안 그는 단 6점만을 내줬다.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의 주요 스포츠 언론은 로저스의 8연승 소식을 톱 뉴스로 다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로저스와 닮은 투수는 베테랑 송진우(38.한화)다. 같은 왼손잡이에, 탁월한 경기운영, 뛰어난 견제와 수비능력을 갖췄다. 로저스는 송진우보다 두 살이 많다. 그런데도 지난해 자신의 시즌 최다승(18승)을 거두면서 올스타에 뽑혔고,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로저스가 적지 않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비결은 마구를 개발한 것도 아니고, 불같은 강속구를 신에게서 선물 받은 것도 아니다. 그는 140㎞ 정도의 직구와 몇 가지 변화구를 던지지만 위기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그는 주자 없을 때보다 주자가 있을 때 더 기록이 좋은 보기 드문 투수다), 게임의 흐름을 이해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줄 안다.

 

투수에게 경기 운영은 그만큼 중요하다. 좀 더 설명하자면 기아 김진우는 150㎞가 넘는 강속구를 지니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저 공을 던질 줄만 아는 '드로어(thrower)'다. 투구로서 타자를 상대하고 게임을 풀어나가는 진정한 '피처(pitcher)'는 그 한 계단 위에 있다. 로저스는 그 대목에서 메이저리그 최고다.

 

로저스가 투수로서 게임에 눈을 뜨는 데 도움을 준 것은 골프라고 한다. 그는 선발 등판 다음날에는 꼭 필드에 나간다. 박찬호는 "야간경기 끝나고 새벽 두시까지 웨이트하고, 일곱시에 골프 치러 가는 그를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반면에 레인저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골프를 쳐보면 사람의 성격을 알고 그 깊이를 안다. 케니(로저스)는 내가 함께 친 선수 가운데 가장 훌륭한 골퍼"라고 평가한다. 쇼월터 감독도 마스터스 대회장으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79타를 친 '골프광'이다.

 

투수는 27홀(9회까지 27아웃)을 치는 '그라운드의 골퍼'다. 한 타자(한 홀)를 상대하는데 3~5개의 투구가 필요하고, 보편적이다. 이때 각각 다른 구질, 다른 샷으로 타자(홀)를 공략해야 한다. 위기 때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하고 그 상황에서 최선의 샷과 최고의 구질을 던져야 한다. 그래서 투수와 골퍼는 닮았고, 타자보다는 투수 가운데서 뛰어난 골퍼가 많다.

 

골프장이 딸린 집에 사는 랜디 존슨(뉴욕 양키스), 자선경기에서 아니카 소렌스탐에게 이긴 적이 있는 존 스몰츠(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한국에서는 선동열(삼성 감독).양상문(롯데 감독) 등이 좋은 골퍼다.

 

뛰어난 투수이자 좋은 골퍼인 로저스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멘탈게임의 중요성이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게임을 알고 생각하고 구상하는 것'이 '던지고 치고 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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