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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피치] 여전한 이만수의 미소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4. 1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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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03. 15

 

'헐크' 이만수 코치를 지난주에 만났다. 한국프로야구 홈런의 대명사로 1998년 은퇴한 그는 6년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불펜 보조코치로 일하고 있다.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게임을 마친 박찬호와 함께 그를 찾아갔다. 같은 주에 있는 투산의 한국 식당이었다. 먼저 도착한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안녕하셨어요. 선배님." 둘은 한양대 동문 사이. 박찬호는 그를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그래, 여기서 너를 다시 보니 참 좋다." 웃는 모양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가. 하얀 이를 커다랗게 드러내고 웃는 특유의 웃음은 82년 한국프로야구 첫 홈런을 때리고 운동장에서 보여준 그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박찬호의 몸 상태를 물었고, 그날 시카고 컵스를 상대했던 내용에 대해 물었다.

 

메뉴를 고르고 있을 때 옆 테이블에서 "이만수 코치께 드리는 선물"이라며 맥주를 보내왔다. 올해 화이트삭스에 입단한 일본 출신 2루수 이구치가 보낸 것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두 사람이 난처한 표정을 지을 때 '인사이드피치'가 씩 웃으며 우선 따라 놓자고 했다. 곧 음식을 주문하고 이만수 코치는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그는 화이트삭스가 한국 출신 선수에게 갖는 관심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까지 구단에서 김병현 트레이드에 관심을 보였는데 이젠 포기했나 봐. 우리 팀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구대성도 그래. 구단에서 몇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에 스카우트를 보내기도 했었지. 결국 메츠와 인연이 맺어졌지만…."

 

그는 최근 한국 출신 투수 문상호가 입단 테스트를 받았는데 유니폼을 입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스피드는 좋았어.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 그런데 중간에 협상하는 사람이 매끄럽지 못했고 돈을 너무 앞세워 결과가 안타깝게 된 거야. 우선 선수에게 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먼저라고 보는데 말이야."

 

이 대목에서 박찬호도 거들고 나섰다. "제가 미국에 도전하는 후배들을 위해 가장 돕고 싶은 부분이 그런 겁니다. 먼저 와서 걸어봤던 길이니까요. 올바른 협상, 정확한 경로를 통해 팀과 인연을 맺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이만수 코치와 박찬호는 일본에 건너가 부진한 이승엽에 대해, 미국 타자들에 대해, 그리고 한국 야구의 내일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그러고 서로의 행운과 성공을 기원하며 굳은 악수를 하고 헤어졌다. 그들의 만남에서 한국 메이저리거의 맏형 박찬호, 그리고 그의 '형님'으로 자리 잡은 이만수를 발견했다. 천진한 미소가 그대로인 것처럼 야구밖에 모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뜨거웠던 이만수의 야구 열정 또한 그대로였다. 선인장만 남기고 모두 태워버린 애리조나 사막의 태양처럼.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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