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사이드 피치] 프로야구 '최악의 보직' 5걸

---Inside Pitch

by econo0706 2023. 4. 30. 16:16

본문

2005. 03. 01

 

미국 최대 일간지 USA투데이가 지난 10주간 '스포츠분야 최악의 직업 톱 10(10 worst jobs in sports)' 시리즈를 연재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묵묵히 궂은 일을 하는 다양한 직업들이 소개됐다.

 

10위는 마스코트였다. 팀 마스코트 복장을 하고 때로는 섭씨 40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 때로는 짓궂은 팬들의 놀림 속에 땀흘리는 직업이다. 연봉 115만달러(약 11억5천만원)의 고소득자면서도 매년 우승의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뉴욕 양키스 단장(7위)은 의외였다. 이색적이게도 개썰매 경주에 나가는 개(5위)도 그중 한 주인공에 꼽혔다.

 

그러나 대부분은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 보조(6위), 약물검사반의 소변채취사(4위), 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로데오 경기 보조원(3위) 등 궂은 일이면서 보수가 적고,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직업이 꼽혔다.

2위는 복싱 스파링파트너. 심하게 때려서는 안 되고, 맞기만 하되 줄곧 맞고 있기만 해도 안 되는 일이다. 1위는 경주마를 관리하는 마부였다. 말발굽에 채이기도 하면서 말 발바닥 상처까지 신경써야 하는 그들이 스포츠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 기사를 보면서 '국내 프로야구 최악의 직업은?'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 프로야구에도 화려한 선수들의 플레이와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구단의 영광 뒤에서 때론 싼값에, 조용히 임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들에게도 갈채를 보내주길 기대하며 다섯개를 꼽아봤다.

 

5. 패전처리 투수=관중이 집에 돌아가기 시작할 때, 그때 마운드에 오른다. 승부는 이미 결정됐다. 빨리 끝내주길 바라는 수비진을 뒤에 두고, 만만한 투수가 나왔다면서 조금이라도 타율을 올리려고 대드는 타자와 싸워야 한다. 쉽지 않다.

 

4. 볼 맨(동대문구장)=흔히 '볼 보이'라고 말하는 직업. 파울볼을 챙긴다. 고교대회 하루에 네 게임씩 맡다 보면 타구 소리만 듣고도 어디쯤 갔는지 안다. 베테랑인데 후임자가 없다 보니 '보이'에서 어느새 '맨'이 됐다.

 

3. 트레이너=숙소에서 마지막에 불이 꺼지는 곳이 트레이너 방이다. 부상선수들 치료.예방에서부터 어느 별난 감독.단장님에겐 안마까지 해야 하니 참….

 

2. 정찰기록원=팀이 다음에 만날 상대의 컨디션과 성향을 파악한다. 혼자 다녀 외롭고 경기를 보고 나서 분석하려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애칭이라도 괜찮으면 좋으련만 야구장 언어로 '간첩'으로 불린다.

 

1. 매니저=미국에서는 매니저가 감독인데, 우린 궂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위치다. 한마디로 선수단 살림꾼. 그들의 손이요 발이자 입이다(대부분 안 좋을 때만). 자기 시간이 없어 더 힘들다. 한밤중이라도 팀 관계자가 부르면 이유가 없다. 그저 "옛 써!"해야 한다. 

 

이태일 / 야구전문기자

 

중앙일보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