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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사냥, 그 끝없는 유혹! 中

엽기 朝鮮王朝實錄

by econo0706 2007. 2. 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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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간원 사헌부 관리들과의 대화'에 나선 왕, 여기서 물러나면 왕의 체면은 회복 불가능 상태로 구겨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왕의 두어깨를 짓누르는데…

 

“야야, 네들 말야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냐? 내가 그냥 놀러 가는 거로 보이냐?”

 

“(일동) 네!”

 

“이 시키들이 말야. 하라는 일은 안하고 왕 딴지나 걸고 말야….”

 

“전하,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겁니까? 우리 임무가 원래 전하 딴지거는 일 아님까?”

 

“딴지를 걸 만한 일에 딴지를 걸어야지! 사냥 좀 가겠다는데 그게 어떻게 딴지 걸 일이냐? 왕은 인마 취미 생활도 못하냐?”

 

“취미도 취미 나름 아님까! 사냥이 그게 보통 취미임까? 당장 한번 사냥 할때 마다 동원되는 인원이 만명 수준에다가, 그걸 먹이고, 입히는 데 드는 비용하며…또 몰이꾼으로 동원되는 백성들 하며, 여기까지는 뭐 애교수준으로 봐 주겠슴다. 당장 추수철인데, 사냥터로 확정된 곳은 곡식이 다 익지도 않았는데 그걸 서둘러 추수해야죠. 백성들 다 데려다가 사냥터 정비해야죠. 전하께서 한번 사냥 행차할 때 마다 드는 비용이 얼만지 아십니까?”

 

“야야, 내가 그렇다고 사냥을 하고 싶어서 하냐?”

 

“아니, 그럼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잖슴까?”

 

“네들이 꼭 사냥을 나 혼자 즐길려고 하는 건줄 아나본데, 옛말에도 있어 인마! 제왕은 사냥을 나가는 게 아니라, 무예를 닦고,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강무(講武)차원으로다가 사냥을 나가줘야 한다고 인마.”

 

“훈련이 꼭 사냥만 있음까? 을지포커스도 있고, 독수리 훈련도 있고, 팀스피리트도 있고 훈련 많잖슴까? 그걸 꼭 전하가 참관하고 주재할 필요가 있음까?”

 

“그게 또 왕이 심약하면 안되는 거라서…내가 이래뵈두 군 통수권자인데….”

 

“요즘 군대에서는 매도 훈련시키나 보죠?”

 

“이것들이 정말…막 하자는 건 네들이잖아! 그래 쉬파, 나 사냥하고 싶어! 왜 떫어? 떫으면 네들이나 떫어! 나는 사냥 갈 테니까! 이것들이 말야. 좋게 좋게 말로 하려고 하니까 끝까지 개겨요. 그래 쉬파 나 성질 더러워서 사냥 나가니까! 지랄을 하던, 뒷담화를 까던 네들끼리 알아서 하세요.”

 

“전하! 성군이 되시려면 사냥을 멀리 하시고, 수신(修身)을 먼저 하셔야….”

 

“내가 핸드폰이냐? 수신을 하게? 너나 잘 하세요~.”

 

드디어 삐져버린 왕! 드디어 사냥행을 결정하는데,

 

“어이 도승지! 이번달 말일에 나 사냥 갈 테니까, 부킹 해 놔! 저번처럼 필드 개판이면, 알아서들 하고….”

 

“전하! 아니되옵니다. 성군이 되십시오!”

 

“야, 네들 아직도 안 갔냐? 어이 도승지! 얘네들 퇴직금 정산해서 후딱 나가라고 그래!”

 

완벽하게 삐져버린 소심한 왕! 그 작은 마음(小心)은 대전 안에 작은 촛불이 되어 신하들의 마음을 황당하게 만드는데…

 

“어이, 네들 너무 나섰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걍 모른 척 하고 넘어가면 안 되냐?”

 

“도승지 영감!”

 

“아 됐구…. 네들은 전하 말대로 너나 잘 하세요고, 나는 지금부터 사냥 준비해야 하거덩? 그러니까 알아서들 하세요.”

 

사간원과 사헌부 관리들을 홀로 남겨둔 도승지는 그길로 승지들을 총집합 시키는데,

 

“야, 결국 가게 됐다.”

 

“휴….”

 

도승지의 말 한마디에 모여있던 승지들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는데…

 

“뭐 어쩌겠냐? 어른께서 가시겠다는데…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도 있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빡세게 사냥 하고, 어른 비위 좀 맞춰 주다가 빠지자고…. 일단 말야. 동부승지!”

 

“예!”

 

“너는 관계기관장들 리스트 뽑아서 관계기관 대책회의 준비해!”

 

“예!”

 

“좌부승지!”

 

“예!”

 

“너는 사냥에 동원될 인원이랑 예산 뽑아봐.”

 

“예!”

 

“우부승지! 너는 당장 소요될 병사 수랑, 병력현황, 동원 부대 확인하고”

 

“예!”

 

“나는 사냥터 후보 골라 볼 테니까. 내일 오전까지 업무보고 해!”

 

“예, 알겠습니다!”

 

드디어 떨치고 일어선 도승지! 임금의 사냥 한번을 위해, 관계기관 대책회의까지 주재한 도승지의 모습은 오바일까? 초특급 대하 울트라 역사사극 ‘사냥, 그 끝없는 유혹!’은 다음회로 이어지는데…커밍 쑨!

 

자료출처 : 스포츠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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