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이규태 코너] 국제(國際) 선주민년(先住民年)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3:47

본문

[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컬럼비아 지역에서 수렵을 하며 살아온 선주민(先住民)인 스모호라 추장(酋長)은 백인 지방장관으로부터 생업을 농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추방하겠다는 통고를 받았다.

 

이때 이 추장은 이렇게 거절했다. "우리더러 쟁기로 대지를 갈라고 한다. 어머니의 가슴에 칼을 들고 난도질하는 것을 우리더러 하란 말인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죽었을 때 어머니는 그의 가슴에 우리를 안아줄 것인가. 우리더러 땅속의 돌을 캐내 버리라 한다. 어머니 살 속의 뼈를 도려내는 일을 우리더러 하란 말인가. 우리더러 풀을 베 건초를 만들어 팖으로써 백인처럼 부자로 살라고 한다. 우리더러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베어 팔아 돈을 버는 불효자가 되란 말인가."

 

유엔이 선주민문제를 제기하게 된 동기 가운데 하나가 이 애절한 추장의 절규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호주의 선주민으로 아보리지족이 있다. 백호주의(白豪主義)에 밀려 포장마차에 세간을 싣고 유랑생활을 하는데 일단 정착을 하면 인근 마을이나 도시에 나아가 청소나 빨래 장례같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산다. 그러다가 좀도둑이 성하느니 거리에서 악취가 나느니하여 지방의회를 소집, 추방을 의결하면 추방당하는데 아무런 저항없이 포장마차 끌고 떠나간다. 언젠가 아보리지족의 한 여인이 진통 중이니 아이를 낳은 다음 떠나도록 해달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쫓겨가는 보도사진을 본적이 있다.

 

작년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의 리고벨다 멘추 여인도 마야족 출신의 선주민으로 백인으로부터의 혹독한 박해로 양친을 잃고 멕시코에 쫓겨가 선주민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해 싸워온 투사다. 지금은 이 세상의 70% 이상의 나라들에는 많고 적은 선주민이나 약소민족이 문명도의 높낮이나 종교의 차이,인구의 다과로 차별받거나 울타리속의 원숭이처럼 보호구역에 갇혀 관광자원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집시 민족을 영국에 살려 둔 이유가, 그 때문에 영국 민족들이 결속을 하고, 유태인이 있기에 게르만 민족의 분파가 드러나지 않듯이 민족 결속을 위해서는 필요악으로서 선주민이나 이민족이 있어야 한다는 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지역감정이 유별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차별할 만한 선주민이나 이민족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굳이 더불어 살았던 이민족을 들라면 세종대왕의 육진(六陣)수복 이전에 그곳에 살아왔던 여진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진족이 성적노예나 천업으로 굴욕을 당한 사례는 없지않으나 손쉽게 동화되곤 했던 한국은 민족의 용광로였다.
 
오는 10일 유엔에서 국제선주민년의 선포가 있으면 이 지구촌의 은폐되고 망각되었던 약육강식의 부조리가 인도주의와 인본주의 앞에 해부되고 심판받게 될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