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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쌀밥에 고기국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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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이탈리아의 명우(名優) 소피아 로렌이 무명의 한 가난한 소녀였을 때 다섯가지 바스타를 먹을 수 있는 집에 시집가고 싶다는 말을 했다 한다.

 

바스타란 이탈리아 요리 가운데서 국수의 총칭이다. 우리도 흔히 먹을 수 있는 바스타로 스파게티와 마카로니를 비롯, '소녀의 앞머리'니 '아기새의 혓바닥'이니 하는 예쁜 이름의 바스타가 2백여가지나 된다지만 농민이나 도시 영세민들의 소망은 바로 다섯가지 바스타를 먹을 수 있는 처지로 대변된다고 한다.

 

프랑코가 내세웠던 스페인의 살림지표는 하루 다섯끼 식사와 낮잠 이었다. 두끼 밥과 오전 오후 야반의 세끼 참, 도합 다섯끼 먹는 것이 상식이다.  8시간 노동에 4시간을 먹는데 소비하는 것을 선망하고 사는 것이 된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에서 작가 듀마는 "샤토브리앙(쇠갈비살)이 식탁에 오르는 처지"란 말을 쓰고 있는데 바로 살림이 펴진 처지를 그런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2차 대전의 영웅 처칠이 국민의 내핍을 호소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1년 안에 등심고기, 곧 서로인을 식탁에 놓아 드린다고 약속을 했고 또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프랑스의 그것이 샤토브리앙이고, 영국의 그것이 서로인이었다면 워낙 못살았던 우리나라가 선망해온 그 기준은 어떤 무엇이었을까. 고금을 통해 우리 한국에서 흥부처럼 가난한 사람은 없었다.


비교문학을 하는 한 외국학자의 말을 들으면 우리 한국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것이 흥부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이집트문학, 로마-희랍문학, 유럽-힌두-중국-일본문학을 통틀어 흥부전 이상으로 빈곤묘사가 잘된 문학이 없다는 것을 든다.

 

스물넷이나 된 흥부 자식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보자. 멍석 하나 구해 구멍을 스물네개 뚫어 콩나물대강이처럼 목만 꿰놓으니 한 놈이 측간을 가면 스물세놈이 더불어 이동하며 들러리를 선다. 수숫대 뺑대 반짐으로 지은 흥부네 집에 들어가 기지개를 불끈 켜면 두 발은 마당 밖으로 나가고 엉덩이는 울 밖으로 나아가 지나다니는 사람들 걸음에 거치적거린다고 성화다.

 

흥부 자식들 그 와중에도 맛있는 음식만을 찾는다. "애고머니 우리 연고지탕에 국수 좀 말아 먹었으면-", "애고 나는 번거지골에 고기 지지고 계란 하나 톡 풀어 먹었으면-", "애고머니 나는 개장국에 흰 쌀밥 좀 말아먹었으면-"한다. 우리나라에서 의-식-주의 이상적 경지는 흥부와 그의 일당들이 웅변해 주듯 고기국에 쌀밥 먹고, 비단옷에 기와집에 사는 것이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연두사에는 올해도 작년과 다름없이 쌀밥에 고기국 먹고 기와집에 살게 한다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식량 수급에 차질폭이 커 통계상으로 3~4명에 한 사람꼴이 굶어야 한다는 연초 보고도 있었다. 흥부전 속에서나 엿볼 수 있는 그 염원이 우리민족의 과반수에게 현실이 돼 있다는 것이 가슴에 맺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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