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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백악관(白堊館)의 고양이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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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일제 하의 저항영화 나운규의 '아리랑'은 '고양이와 개'라는 자막으로부터 시작된다.

 

압박자인 일제 앞잡이와 피압박자인 주인공을 상징하는 것으로 서로 적대하는 사이를 나타낸 것이다.
 
개와 고양이 사이가 나빠진 연유를 담은 전래 민담이 있다. 가난한 어부가 잉어를 낚았다가 방생했는데 그 대가로 용왕으로부터 여의주를 얻는다. 착한 어부가 그 때문에 부자가 됐는데 심술쟁이 노파가 훔쳐가는 바람에 다시 가난하게 됐다. 그 어부가 기르는 개와 고양이가 여의주를 찾아나섰는데 고양이가 노파집 쥐를 공갈해서 탈환한다. 이 여의주를 물고 다리를 건너다가 물에 빠뜨렸는데 개는 체념하고 집에 돌아와버렸고 고양이는 끈질기게 찾아다녀 마침내 발견해서 물어다 주인에게 바쳤다. 이에 고양이는 방에 들어와 살게했고, 개는 방 밖에서 찌꺼기만 먹게 해 앙숙이 됐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마녀의 화신이라 하여 고양이 학대가 심했는데, 마녀 고양이인지 아닌지 확인하는데 사나운 개를 대치시켰다는 것으로 미루어 서양에서도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찰스 다윈의 <인간의 유래>에 고양이가 기른 강아지 사례가 나오는데, 이 강아지는 고양이처럼 발을 핥아 얼굴을 씻곤 했다는 것이다.
 
백악관을 떠나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하지않으면 안 되었던 마지막 일이 이 고양이와 개를 화해시키는 일이었다. 백악관에는 클린턴 입성 이래 8년간을 '퍼스트 캐트'로 불려온 고양이 속스와 애견 버디가 동거해왔다. 속스란 놈은 버디만 보면 털을 세우고 응얼대곤 하는 앙숙이지만 워낙 넓은 백악관인지라 서로 피하며 살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사가 살 뉴욕의 집은 그러하지 못하기에 백악관 떠나기 전에 화해 시키는 것이 대통령의 마지막 업무가 돼 있었던 것이다. 별의별 수단을 다 써보았지만 클린턴에게는 성추문 해결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결국 이 페트전쟁에서 클린턴이 패배, 속스는 비서 베테 캘리가 맡아기르기로 하고 버디만을 앞세워 새집들이를 했던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고양이 새끼 한 마리에게 최후의 패배를 당할 수 없다는 오기로 화해에 정력을 쏟았지만 허사가 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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