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어 중국 당국을 괴롭히고 있는 파룬궁(법륜공)을 19세기 중엽에 중국을 휩쓸었던 태평천국의 난과 견주어보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후자가 개항에서 오는 사회적 경제적 격차에서 탄생했다면 전자는 개방정책으로 도농(都農)의 격차에 기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부 탄압에 가장 과격한 저항이랄 수 있는 천안문전에서의 일곱신도의 집단 분신 사진이 보도되어 충격을 주었다. 이어 일전에는 대만 국회 앞에서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항의하는 분신이 있어 과격 항의수단으로 분신이 명맥을 잇고 있음을 본다.
분신 문화의 종주국은 인도로 지금도 독실한 힌두교도들은 남편이 죽으면 부인은 화장하는 불길에 뛰어들어 분신 순사하는 관행이 남아있다. 법으로 금지돼 있으나 관리에게 뇌물을 주어가면서까지 분신을 기도하기도 한다. 달 속의 토끼 본생담(本生談)도 분신문화에서 탄생되었다. 보살의 화신인 토끼가 숲에 살고 있는데 탁발승에게 베풀 것이 없자 나무를 쌓아 불을 지르더니 몸을 태워 탁발승에게 보시를 하고 달 속에서 영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인도의 분신문화가 불교에 받아들여져 인류를 병고(病苦)에서 구제하는 약왕보살(藥王菩薩)이 분신한 것을 비롯, 고행의 극치로 미화되었다. 불교따라 중국과 동남아로 번져가 역대 고승전에 보면 분신으로 도의 깊이를 구현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불교국가 월남에서 고딘디엠 정권에 항의하는 스님들의 분신이 정권을 하야시켜 강력한 항의수단으로 세상에 알려졌었다.
우리나라에도 분신문화가 들어와 탈속의 의식에서 팔뚝을 태우는 연비(煙匪)며 부모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기도할 때 손가락에 기름을 묻혀 불을 붙이는 소지(燒指)기도며 기방에서 사랑의 맹세를 할 때 촛불로 허벅지를 태워 상처를 내는 것도 그것이다. 함경도 갑산 관기인 소춘풍은 사랑을 약속하고 배신한 연인의 집 앞에 나뭇가리로 단을 쌓고 올라앉아 분신 자살을 하고 있다. 6·25전쟁 때 작전상 오대산 상원사를 불태우려고 했을 때 고승 방한암 스님이 분신으로 저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항의 수단이 가학적(加虐的)인 서양에 비겨 피학적(被虐的)인 동양의 항의 수단인 분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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