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잘 안되면 파리 날린다 하고 파리 손 비비듯한다 하면 애걸하는 가련함을 빗댄다. 파리 다리통 만하다 하면 미미하고 힘없음을 빗대고 사람이 쌀쌀 맞고 이기적으로 굴면 날파리 같다고 한다. 파리 목숨 같다면 인생이 덧없어지고ㅡ. 하지만 오늘 인류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유전자정보를 담은 게놈지도에 보면 유전자수가 그 하찮다는 파리 유전자의 겨우 두 배밖에 안 되는 3만여개에 불과하다하여 충격을 주고 있다. 파리가 우러러보이고 사람이 하찮아 보이게 하는 유전자 지도다.
문명과 반문명과 싸워 후자가 이기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파리 대왕>이라는 게 있다. 대왕보다는 못하지만 우리 한국에도 파리 정승이 있었다. 정승을 고를 때 3명의 후보자 이름을 적은 단자를 임금에게 올린다. 그럼 의중의 후보자 이름 아래 붓으로 묵점을 찍어 내려 보낸다. 한데 날아다니다가 먹물 묻은 파리가 낙점 찍을 여백에 앉아 정승이 된 고사가 있어 이를 '파리 정승'이라 했다. 정승까지 임명시켰던 대단한 파리가 아닐 수 없다.
하찮은 것이 과중한 대접을 받았을 때 '베르길리우스의 파리'라고 한다. 돈많기로 유명한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취미도 별나 애완 파리 한 마리를 애지중지 길렀다. 그 파리가 죽자 장례식을 베풀었는데 오케스트라가 장송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명사들이 조문을 했고 장시간에 걸쳐 추도시를 읊은 이도 있었다. 은으로 만든 호화 관에 담아 방대한 공원묘지를 만들어 묻었다. 그 묘역이 얼마나 넓던지 지금도 '파리의 묘역'이란 지명으로 남아있다 한다.
이 파리의 유전자구조가 사람의 그것과 흡사하여 인류 불변의 소망에 희망을 주어왔다. 그 유전자의 일부를 조작했더니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났다는 미 코네티컷대학 의학부 연구 결과가 근착 학술잡지에 발표되었다. 이 조작으로 파리의 생체나 생식능력 등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며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은 똑같은 기능의 유사 유전자가 사람에게도 있다는 점이다. 인간수명이 140세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신의 숨겨진 수명을 파리가 내탐해서 알려준 것이 되니 '파리 정승'이나 '파리 묘지'로 칙사대접해도 모자랄 위대한 파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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