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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저고령당(貯古齡糖)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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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고대 로마 달력으로 2월 15일은 루페르카리아라하여 젊은이들의 사랑의 명절이었다.

 

이날 아가씨들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은 상자에서 같은 수의 사나이로 하여금 뽑게 하여 짝짓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는 날이다.
 
또 이날은 로마의 경칩(驚蟄)으로 동면(冬眠)에서 깨어난 암수 새들이 짝짓는 날로 구전돼 내렸다. 오늘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는 로마의 성인(聖人) 밸런타인이 순교(殉敎)한 날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으로 미루어, 로마의 사랑의 날이 순교자의 이름만 애꿎게 차용해 내린 셈이다.
 
이 사대주의(事大主義) 풍속에 오염되어 이날 주고받는 수십만원짜리 초콜릿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원래 이 날 먹었던 사랑의 음식은 비너스신이 즐겨 먹었다는 서양배와 씨앗이 많은 석류, 그리고 금실[琴瑟]이 좋은 거위고기나 암컷을 위하여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는 공작고기였는데 희대의 색남 카사노바가 보신(補身)식품으로 즐겨 먹었다는 풍문과 복합되어 초콜릿이 자리바꿈을 했다.
 
멕시코 원주민이 먹었던 사랑의 묘약인 카카오가 그 원료로 스페인의 탐험가 코르테스가 아즈테카에 갔을 때 색군(色君)으로 소문난 황제 몬테수마는 하루에 50잔의 카카오로 보신을 하고 있었다 한다. 하지만 흥분제인 데오블로민이 좀 들어있긴 하나 자극은 커피만도 못하다 한다.
 
개화기에 이 초콜릿을 저고령당(貯古齡糖)이라는 이름으로 궁중에서 먹었는데 규방외교(閨房外交)를 했던 웨베르 러시아공사 부인이 양[西洋]화장품과 더불어 저고령당을 왕비에게 바쳤을 것이라는 설과 역시 상궁들에게 선물을 자주하여 인기가 높았다는 이토 히로부미가 궁중에 퍼뜨렸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짚고 넘어갈 일은 우리나라에도 남녀가 전탑을 돌며 눈이 맞으면 짝짓는 탑돌이며 반달떡 차려놓고 사랑을 비는 칠석빌이 그리고 두모난 암 은행(銀杏)과 세모난 수 은행(銀杏)을 맞바라보며 깨뜨림으로써 사랑을 확인하는 사랑의 날이 없지 않았다. 칠석빌이에 먹는 달떡은 반달형으로 베터하프를 상징했으니 그얼마나 낭만적인가. 초콜릿이 동물적(動物的)이라면 한국의 사랑의 음식인 은행이나 달떡은 식물적(植物的)이었다 할 수 있다. 보다 아름다운 우리 것을 제쳐두고 극성인 것이 서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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