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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즉석 문명병(卽席 文明病)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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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성질 급한 사람이 출세가 빠르다고 생각하고 사위를 찾고 있는 한 영감이 성급한 놈 하나를 발견했다.

 

측간에 들면서 허리끈이 잘 풀리지 않으니까 주머니칼을 꺼내어 자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너 이놈 살겠으니 사위삼겠다 하고 날을 잡자고 하니까 날 잡을 것 뭐 있습니까 오늘 밤 해치웁시다 했다. 아따 그놈 되게 출세 빠르겠다 하고 신방을 차려주었더니 이른 새벽에 신부 비명소리가 들려나온지라 영감이 달려가 보았더니 신랑놈 빗자루 거꾸로 들고 신부를 패대고 있는 것이었다. 하룻밤 잤으면 애를 낳아야 할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외국사람들이 매사(每事)를 성급하게 구는 한국병으로 '빨리빨리병'이라는 말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듯이 우리 옛 야사(野史)에도 이 성급에 관한 이야기가 별나게 많고 조폭(早爆)으로 연결되는 데 예외가 없다. 이를 테면 젓가락으로 마늘을 집으려는데 미끄러져 집히지 않자 마늘그릇을 발로 짓밟아버렸다든지, 국을 떠 마시다 너무 뜨겁자 국그릇을 마누라 면상에 던졌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세상만사 응분의 과정(過程)을 거치고 결과(結果)를 얻는 것이 순리인데 과정일랑 거치지 않고 결과로 직결(直結)될수록 선(善)이라는 이상한 논리(論理)가 지배(支配)하고 있는 현대는 인스턴트 시대다. 물만 부으면 피어나는 통조림꽃이 백화점(百貨店)에 등장하고 있다. 그 즉석꽃이 복판에 놓인 식탁에, 더운 물만 부우면 익는 즉석밥, 역시 더운 물만 부으면 되는 즉석 매운탕이며 인스턴트 된장국, 통조림, 김치가 차려진다. 밥 먹으면서 원격조정으로 텔레비전을 돌린다. 세상은 우리 한국사람 성미에 맞고 빨리빨리병에 부합되어 발전해가고 있다.
 
과정을 챙겨 거침으로써 신중(愼重)해지고 남을 배려(配慮)하며 나의 잘잘못을 알게 되어 졸속(拙速)이나 자아중심의 병폐(病弊)에서 멀어질 수 있는 법인데 즉석 만연은 과정 증발을 재촉하여 조폭을 유발한다. 지금 이지메로 나타나는 학교폭력이며 요즈음 자살 사이트며 폭발물 사이트 등 반사회 사이트도 바로 성급 조폭의 나타남이다. 때마침 한국 청소년연구소의 오랜 관찰 조사로 인스턴트 식품과 비행(非行)이 밀접한 상관이 있음을 지수로 발표했다.
 
과정 증발의 문명병임을 입증하는 것이 되며 매사에 성급한 우리 한국인에게는 옐로카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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