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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바카야로’

溫故而之新

by econo0706 2007. 2. 2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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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도청 한국사기독교문화권에서는 ‘갓 댐!’처럼 신에게 저주(咀呪)를 의뢰하는 형식으로 신성(神聖) 호칭이 욕말이 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신을 부르고, 미국에서는 예수를 부르며, 이탈리아에서는 마돈나를 부른다. 흐루시초프가 국제무대에서 자주 썼던 "스라바 보구(신에게 영광을!)"도 같은 유형의 험담(險談)이다.
 
형벌(刑罰) 용어가 욕말로써 가장 발달한 것은 우리나라일 것이다. 포승으로 묶일놈이라는 '오라칠놈'이나 전과(前科)표시로 문신을 베푸는 '경칠놈' 정도는 약과다. 무찔러 죽이는 '오살'을 하고 여섯 토막내어 죽이는 '육시'까지 욕말에 동원되었다.
 
문화권과 아랑곳없이 보편화된 것은 짐승을 빗댄 욕말일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소, 스페인에서는 산양, 중국에서는 거북이가 욕말이다. 유선형 자동차가 중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거북이처럼 생겼다해서 불매운동(不買運動)까지 벌였을 정도다. 게르만계 국가들에서 개 욕이 많고 마호메트가 동굴에 숨어있을 때 개가 짖는 바람에 발각되었다 해서 이슬람세계에서 욕바가지는 개가 다 쓰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보편적인 욕이 '바카야로'로 희귀하게 말과 사슴이 들어가 있다. 욕말이 된 연유는 이렇다. 진시황의 2세 호해는 모자란 사람으로 간신인 환관 조고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었다. 임금자리를 노리고 있던 조고는 신하 중에 자신의 야심에 따를 사람, 따르지 않을 사람을 가려보고져 꾀를 냈다. 어느 날 임금 앞에 사슴 한 마리를 몰고와 "이 말(馬)을 바칩니다"했다. 이에 임금은 신하들을 둘러보며 "말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때 조고에게 동조하지 않고 사슴이라 한 신하는 모조리 암살당했다 한다. 이 고사를 두고 사람을 위압하여 조롱하는 것을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指鹿爲馬]'는 말이 생기고, 또 말인지 사슴인지 분간을 못하는 바보를 마록(馬鹿)이라 일컫게 됐다는 것이다. 다른 한설로는 산스크리트말에 암우나 무지를 뜻하는 모하란 말이 있는데 한문으로 막가로 음역해 쓴 것이 일본말 발음으로 바카가 됐다기도 한다. 야로는 들일하는 사람[野勞]을 천대하는 말이고ㅡ.
 
김종필 명예총재가 일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회창 총재를 일컬어 '바카야로'라 했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욕말 농도는 묽다 해도 공석에서 외국사람을 상대로 한 최고정치인간의 일이고 보면 주고받는 사람 이전에 나라 품위를 긁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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