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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하청년과 연애문제(1)(2)(3) - 『동아일보』1926.2.25~27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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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문제는 어느 시대나 어느 곳을 물론하고 있는 문제이니 그것이 인간의 본능의 발사인 고로 어느 시대에는 사회의 이면에서 많이 유동하고 어느 시대에는 사회의 표면에 출현하여 공연히 논의되는 차이는 있지마는 인간이 있는 곳에는 없기를 바라지 못할 문제이다.


따라서 금일의 이 연애문제가 노골화하여 사회의 표면에 격동되는 것은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능에 기본된 당연한 요소도 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노골적으로 표면에 대두하여 논쟁되느니 만큼 시대상의 특색이 있는 것이다.


2.


현대의 시대적 특징은 여러가지로 구별할 수가 있지마는 일관된 원리는 개인의 자각이요 따라서 개성을 존중하는 풍조가 그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조가 정치상으로는 민주주의의 승리와 경제상으로는 사회주의의 발전이요 성별로는 남녀의 실질적 평등의 요소로 나타난다. 따라서 남자나 여자의 성적 생활에서도 본능의 요구로 구체화되는 연애에 대하여 가리움이 없는 정당한 행동으로 그 자유를 요구하게 된다.


더욱이 재래에 있던 모든 것이 금일에 와서는 하등의 권위를 유지하지 못하여 생활의 전부가 급격한 변동을 일으키어 일약 고비(一躍高飛)하는 조선의 현실에 있어서 더욱이 이 개성의 자각과 개인의 자유사상에 기인된 연애문제가 혈기방장한 청년간에 패연히 격발되는 현상을 이룬 것이다.


3.


연애의 본질은 생물의 번식적 본능인 성적 욕구에 중요부분이 있지마는 사람은 다른 동물과 같이 단순하지 못하여 성욕에 그치지 아니하고 인정이라는 인간에게 특유한 정이 그에 가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생물적 성적 본능과 인간에게 특유한 정이 혼합되어서 발현되는 연애는 그것이 그 작용상 복잡한 것을 요하지 아니하느니 만큼 연애문제는 주관의 문제요 따라서 개인의 열정문제다.


그러므로 그것이 극도에 이르면 모든 것을 희생하고라도 그 열정의 목적을 그대로 달성하려고 한다.


사회 도덕 법률 등 모든 것을 유린하고 그 열정에 끌리어서 맹진하는 데에 이르는 일이 적지 아니하고 그 정열이 지속되는 때에는 반사회적 경향이 나타나니 법률을 무시하고 도덕을 안중에 두지 아니하며 사회의 질서를 돌아보지 않는 만큼 반사회적이니 모두가 이러한 생활을 답습한다하면 그 결과는 사회질서의 교란과 파멸을 불러오는 까닭이다.


4.


이와 같이 인간의 본능에서 피하지 못할 인생 생활의 기동(起動)이 반사회적으로 실현되는 것은 사회적 생활을 파하지 못하는 인간생활의 권내에서는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이에서 인간의 본능적 요구와 사회공동생활인 후천적 필요와 조화를 요(要)하나니 그러한 사회생활이 영위되면서 발생된 것이 혼인이라는 제도다.


이 제도의 힘으로써 그 본능의 요구와 사회의 필요가 모순되는 사실을 조화하여 가는 것이니 연애는 내용이요 혼인은 형식이라고 할 것이다.


5.


그와 같이 원래 혼인제도라고 하는 것은 연애를 내용으로 하는 형식으로 개인적 입장과 사회적 입장의 조화와 원활을 목적하고 발생된 것이지마는 현금 각국의 현상을 보면 그 제도가 그 원래 목적한 법도를 그대로 지키어 오는 곳은 하나도 있지 아니하니 즉일부일처제라는 혼인제도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도 어느 나라를 물론하고 하나도 완전히 그 목적대로 실질에 있어서 일부일처제가 준수되는 나라가 없을 뿐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보면 제도는 훌륭한 일부일처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에 있어서는 일부다처주의나 일처다부주의가 많이 유행되는 중이다.


이것은 분명히 제도 자체의 타락이며 결함을 표시하는 것일뿐 아니라 그 폐해를 격증시킨 한 가지 부차 원인은 더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적 경제조직의 작용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들이 지금 논평하려고 하는 당면의 목적에 직접 인연되는 바가 아닌 고로 여기서는 논급하지 아니하고 혼인제도에 향하여 논지를 돌진시키고자 한다.


6.


혼인제도에만 국한하여 그러한 타락과 폐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제도를 물론하고 제도라는 것은 발생 최초에 있어서는 그에 상당한 필요에 인하여 적당한 내용과 형식으로 수립되는 것이지만은 법이 오래 되면 폐가 생긴다는 말과 같이 어느 시기를 지나면 반드시 최초의 필요를 그대로 내용으로 하고 그 목적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최초의 내용은 몰각하여 그 처음 목적에 위반되는 폐해물로 굳어진 형식만 있게 되는 것이니 시간이 오래 지나면 굳어진 폐해물로 처지는 것은 제도 자체의 공통성이라고 할 것이다.


즉 사유재산제도라고 하는 것이 최초에는 생산의 촉진과 소비의 원활을 도모하려고 함에 목적이 있었으며 그것을 내용으로 하고 발생된 것이지마는 장래에는 생산을 저해하며 소비를 구속하는 데에 이르러서 최초목적은 몰각하여 버리고 완전히 그 형식만 잔존하여 가지고 도리어 경제생활의 원만을 파괴하는 데에까지 타락하는 것과 같이 혼인제도도 역시 이러하다.


7.


연애를 내용으로 하는 개인의 정열과 사회적 필요를 조화하기 위하여 발생된 혼인제도가 언제부터 그렇게 되는 줄을 알지 못하게 혼인하는 당사자 간의 연애는 더 다시 말할 것도 없고 심한 경우에 이르면 당사자는 한 번의 대면도 없고 면회를 금할 뿐 아니라, 성적(性的)으로 보아서 무능자의 지위에 있는 유소(幼少)를 그 부모의 의사로 이것을 행하나니 이는 한 호기심의 작위(作爲)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사실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이러한 혼인제도는 분명히 제도로서 최종에 이른 현저한 실례라고 할지니 이와 같이 내용과 목적을 무시하고 형식에만 구애하여 최근 족출(簇出)되는 이혼문제와 그로 인한 각양각색의 사회적 분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갑자기 대두되는 자유연애문제는 분명히 재래의 혼인제도의 최후운명을 암시하는 현상이라고 할 것이다. 부모의 명령과 타락된 형식으로 된 강제하던 혼인제도와 연애의 사회진화상 의의와 가치를 다시 드는 동시에 현하(現下) 조선 청년이 이에 대응하는 태도를 힌 번 거론할 필요가 있다.


8.


혼인제도가 극도로 타락하여 사회생활을 교란케 할 뿐만 아니라 각종 해독을 산출하게 되매 자유연애가 그 반동으로 발흥되는 것도 면치 못할 이치라고 할 것이요 새삼스럽게 괴이히 여길 바가 아니다. 그러나 요즘에 문제되는 자유연애 전부를 함께 고정화되고 굳어진 구혼인 제도에 대한 반동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물론 그 불합리한 구혼인에 반항하는 태도로 자유연애가 주장되는 것도 그 중에 일부분의 논거이지만 구제도를 비판하고 구제도를 파괴하는 수단으로도 자유연애가 주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금일 조선사회에서 자유연애가 주장되는 원천은 굳어져서 형식만 있는 혼인제도에 대한 비판과 반항과 파괴적 행동으로 그 사회적 의의를 발견하는 동시에 그로 인하여 진전되는 창조적 기능을 인식하지 아니할 수 없다. 적어도 사상상으로는 개성에 자각되고 개성의 자유를 존중하게 되어가는 조선에 있어서는 구식혼인제가 파괴되고 새로이 시대에 적응한 혼인제도가 발생되기까지는 자유연애관이 있을 것도 면하지 못할 일이다.


9.


그러므로 이러한 극단의 자유연애관이 절제를 수(受)하여 반사회적 경향에서 사회적 합법상태에 회복함에는 하루 바삐 이 시대에 적당한 혼인제도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요 그러한 제도가 성립되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이 구식 혼인제도를 사회적으로 버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자유연애의 반사회적 결점을 논의하기 전에 반인생적(反人生的) 폐해를 가지고 있는 구식결혼제도를 먼저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자유연애의 사회진화상 공헌되는 가치를 인식하게 된다. 하물며 그 생활사정에 상당한 연애를 의식하고 이로 인한 정식의 결혼을 요구하는 청년의 행동을 거부하는 것은 그 원천이 비록 인습에 있다 할지라도 잘못은 분명히 비난하고 거부하는 편에 있는 것이다.


10.


그러나 다시 금일 우리 사회에 사실로 나타나는 청년남녀의 연애생활 그것이 전부가 긍정할 만한 정도에 있느냐 하면 이것은 절대로 수긍할 수 없는 실례가 허다하다.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은 연애라고 하는 그 자체의 성질에서 오는 단점이라고 할 터이지마는 다른 생활을 전연 무시하고 순전히 반동적 경향으로 자아본위 그것을 이 시대에 적당한 것이라고 하는 자가 있다.


그리하여 성적(性的) 생활을 생활의 전부로 오해하는 자가 있다. 이것은 재래의 혼인제도가 번식사업과 같이 개인의 연애를 무시하고 부모의 의사나 가족의 사업으로 고정된 것 이상으로 해독을 사회에 끼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남녀의 불평등한 지위가 그대로 있을 뿐 아니라, 현하의 조선청년에게는 특수한 중임(重任)을 가지고 최대 노력을 어느 방면에 집중하며 맹렬하게 나아가야 할 역사적 위치에 있는 것도 돌아보지 않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공평한 제도와 조직이 실시되는 사회에서 영위될 성적(性的) 생활을 그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조선 현하에서 실연하려고 하니 그 욕망과 실제가 너무나 부합하지 아니할 것은 물론이요 천태만상의 희비극을 연출하여 일신을 망하며 일가를 멸할 뿐 아니라 생사의 분기점에 이른 민족적 부흥세력을 멸살시키는 죄까지 짓고 나니 시대와 처지를 고려에 넣지 아니하는 성적 생활은 결국 모든 생활의 파멸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청년 남녀에게 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일을 짓지 아니 하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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