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論天下時局 - 『한성주보』1886.3.8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22:18

본문

천하의 대세는 잘 다스려지면 혼란하게 되고 위태하면 편안하게 되게 마련인 것으로 치란은 세운에 달린 것이고 안위는 인심에 달린 것이다. 그러나 또한 대소․빈부․강약․중과의 형세에 달린 점이 없지 않다. 지금 지구의 육대주에 많은 나라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널려 있다. 이 가운데 유럽의 열국만이 독보적으로 부강을 독점하고 있는바, 나머지 오주의 여러 나라들이 그들의 능이를 면치 못할 형세에 놓여있다. 이것이 혹 세운의 흥잠 때문인가. 아니면 인심의 존망 때문인가. 참으로 천하의 치란안위에 대한 일대변국이 아닐 수 없다. 생각건대, 아비리가(아프리카)와 아서아니아(오세아니아) 이 두 주는 거의 다 유럽 각국에 병탄되어 이른바 독립국이라는 것이 없다. 남북 아미리카(아메리카) 두 주에는 현재 20여개국이 있지만 유독 미리견(미국)만이 일대 강국으로서 유럽의 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유럽 사람들이 침노해 들어가서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나서 세운 나라이다. 그곳의 원주민들은 산골짝 암벽 사이에서 근근히 종족을 보전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직 우리 아시아 일 주만이 대륙이 처음 열리면서 제일 먼저 성인이 탄생하여 예악 법도와 의관 문물의 질서가 정연하였으며, 나라를 태평하게 다스리는 방법을 갖추었으므로 만국의 흠모의 대상이 되어 왔었다. 지금에 와서는 운기가 비색하여 북쪽의 반은 러시아에 잃었고 서쪽 국경지방은 도이고(투르크 현재 커키)에 잃었다. 남쪽 국경지방도 영국․프랑스 사람들에게 점거 당하였다. 간혹 羅(태국)․파사(페르시아) 등등의 나라가 지금까지 독립을 보전하고 있지만 그 위급한 형세는 거의 멸망당하기 가까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오주의 대륙과 만국의 인민들이 거개가 유럽의 각국에 신복당하고 있는 셈이다. 유독 스스로를 지키고 있는 나라는 우리 나라와 중국․일본 뿐인 것이다. 이 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독립 자강하여 영원히 걱정 없을 것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


현재 동서양 각국이 서로 강화하여 조약을 맺어 통상을 하고 있는데 그때마다 공법에 의거하여 논의를 결정․비준하고 있다. 아, 그러나 저들 각국은 일단 자신들에게 이익이 있을 것을 보기만 하면 공법을 저버리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조약을 파기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음은 물론, 끝내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억제하고 강한 것이 약한 것을 무시하는 형세를 이루게 되어 다시는 강화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게 되고 만다. 이는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에 서반아(스페인)가 여송(루손)에 사신을 보내어 소가죽 일장만큼 크기의 땅을 요청하면서 집 한 채를 지으려 한다고 했다. 그래서 왕은 이를 허락했다. 그랬더니, 서양인들이 소가죽을 찢어 실처럼 가늘게 만든 다음 이를 잇대서 이으니 수만척의 길이가 되었다. 이거으로 빙 둘러 재어 일방을 점거하고 나서는 약속대로 하였다고 했다. 왕은 매우 놀랐으나 역시 강변하기를 어렵게 여겨 묵과하였다. 이리하여 서양인들이 그 한 지방에다 집을 짓고 군사를 집결시켰고, 끝내는 왕성을 습격하여 왕을 포로로 사로잡고 그 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영원히 그들의 속현으로 만들고 말았다. 근래 들리는 바에 의하면, 프랑스인이 마도(마다스카르)에 밀사를 보내어 그곳의 반도들과 조약을 체결하기를 [그대들이 뜻을 얻어 성공하면 땅을 분할하여 프랑스에 주기로 한다]고 하였으나, 그 반도들은 끝내 성공을 하지 못한 채 伏誅되고 말았다 한다. 프랑스인이 이 조약을 들고 나와서 마다가스카르 정부에 그 약속을 지키도록 촉구하였으나 따르지 않자, 이를 빙자해 전쟁을 도발, 마다가스카르를 공격하여 함락시킨 다음 드디어 프랑스의 보호국으로 만들고 말았다 한다. 스페인과 프랑스가 詐謀를 마음대로 부려 불의를 행한 짓이 참으로 너무도 심했다. 저 유럽의 모든 나라들은 오로지 사력만을 숭상하여 서로 침벌을 일삼고 있는바, 갑이 일어나면 을이 넘어지는 상황이어서 거의 편안한 날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그 주도권이 끝내는 어느 나라에 귀착될는지 모르는 판이니, 이는 인심이 사력을 숭상하고 이익을 좋아해서일 뿐만이 아니라 진실로 천하 일란의 운에 연유한 것이 아니겠는가.


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각국의 신문에서 천하의 시국을 규찰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지난해 1월에는 중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벌여 피를 흘렸는데, 프랑스는 대만과 안남을 점거하고서 승부를 다투었다. 영국 사람들은 애급(이집트)의 병사를 빌어 내란을 진정시켰으나 진압하지 못하였고, 이국(이태리)도 말색화(마사와)를 침략하여 자기들의 속현을 만들었다. 2월에는 러시아와 영국이 서로 아비간(아프가니스탄)의 국경을 놓고 다투어 군사행동을 벌일 단계에까지 이르렀었다. 3월에는 영국 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거문도를 점거하기를 요구하였고, 러시아 사람들도 일본에 대마도를 요구하였다. 이는 생각건대 함대가 경유함에 따라 형세가 반드시 싸우게 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라고 여겨진다. 아, 화단은 유럽의 두 나라에서 시작되었는데 장차 우리 동양에까지 파급되게 생겼으니 뜻이 있는 이는 특별한 강구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5월에는 중국과 프랑스가 강화를 맺어 프랑스의 군대가 철수하였으나 안남은 끝내 프랑스에 예속되고 말았다. 따라서 우리 아시아주에서는 하나의 대국을 잃은 셈이다. 9월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다행히 구맹을 보존하여 전쟁에까지는 이르지 않았고, 독일과 스페인 두 나라가 또 가라랍인(캐롤라인) 한 섬을 놓고 다투었으나 아직 정돈되지 않고 있다. 이달에 영국과 면전(버마)이 전쟁을 벌였다. 10월에는 영국 군대가 미얀마의 경내로 들어갔다. 또 새이유(세르비아)가 백포리(불가리아)와 전쟁을 벌였다. 이에 따라 동구의 각국들이 군대를 동원하여 자기 나라의 국경을 지키게 되었다. 유럽은 모두 토국(터키)의 서울에 사신을 파견하여 화평할 것은 모의했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11월에는 영국 군대가 버마왕을 사로잡고 그 종사를 끊어버렸다. 이리하여 우리 아시아주는 또 하나의 대국을 잃은 것이다. 이때에 마다가스카르섬도 또한 프랑스 사람들의 보호하에 들어갔다. 12월에는 독일과 스페인이 비로소 화친하였는데, 독일 사람이 다시 대양 일도를 점거하였다. 영국과 러시아가 다시 아비리가(아프리카)에서 형세를 다투었고, 이집트의 반도들이 그 세력을 잃자마자 다시 창궐했기 때문에 영국이 또 군대를 파견하여 주둔시켰다.


아, 1년 사이에 천하사의 변천이 이와 같았는데, 더구나 우리 아시아주에서는 실제로 두 개의 대국을 잃었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동양 각국의 위정자들은 의당 신중히 살펴서 사전에 방지하는 대책을 세워햐 한다. 사변이 닥쳐오는 것에 대해서는 지인이나 달사라도 미리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세의 강약은 병졸의 다과에 있는 것은 아니고, 국계의 빈부는 판도의 대소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임금과 백성이 한 마음으로 힘을 다하여 부강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 밀고 나가는 한편 위태하기 전에 안전을 도모하고, 혼란해지기 전에 다스림을 도모해야 된다. 그리하여 안으로는 승리 분열되는 걱정이 없고, 밖으로는 양국이 결탁하는 후원을 얻게 되면 비록 백만의 유럽인이 있더라도 그 틈을 엿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천하의 시국에 대응하는 방법인 것이다.


간절히 바라노니, 시무에 관심이 있는 군자들은 이를 유념하여 치안을 유지할 방법을 잘 세우기 바란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