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地球論 - 『한성순보』1883.10.31

社說로 보는 근대사

by econo0706 2007. 2. 23. 22:20

본문

세상에서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졌다’고 하는데, 이는 다만 천지의 道를 말한 것이지, 천지의 모양을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동방 선유들은 아무도 이를 천명하지 못했다. 明나라 중엽에 이르러 서양인 利氏利瑪竇[마테오 리치]가 처음으로 [지구는 둥글다]는 말을 증명하자, 온 세상이 모두들 그 새로운 이론에 놀랐다. 또 학사대부들은 중외의 편견에 젖어 있었으므로 때때로 들고 일어나 이를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치가 있는 것은 다만 분명히 따져 밝히는 것이 옳지, 중국과 외국을 따져서 구별할 게 아니다. 대개 사람이 대지상에 살면서 대지의 전체를 밝히 알고자 하면, 대지의 면적은 매우 광대한데 비해서 사람의 시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력이 미치는 범위를 가지고 말한다면, 지척의 구간과 수리의 이외는 모두 우리가 알 수 없으니, 더구나 그 밖의 일이겠는가. 그러나 사람의 시력은 한계가 있지만 사람의 지각은 한계가 없다. 그러니 진실로 학문을 깊이 연구하여 정신을 하나에 집중시키면, 비록 금석처럼 견고한 물건이라도 투시할 수있고, 귀신처럼 그윽히 알 수 없는 것도 밝힐 수 있으니, 장부의 일이 이에서 극도에 이른다 하겠다. 영국인 包爾騰[폴텐pollten]이 말하기를, 옛날 서양 지학에 고명한 선비가 있었는데, 그는 지학에 온 정신을 쏟아서 깊은 경지에 이르자 자기가 지구에 대하여 생각한 바를 글로 지어서 뒷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였다. 그의 말에 [지구는 둥글고 평평하지 않음이 마치 공과 같다] 하였다. 그러고는 많은 증거를 열거하였다.
 
이제 우선 그가 증명한 다섯 조목을 기록하니, 이 방면에 뜻이 있는 사람은 깊이 생각해서 터득하기 바란다.


첫째, 사람이 해안의 높은 곳에 올라서서 천리경으로 먼 곳에 있는 배를 바라보면, 이곳으 로 오는 배는 반드시 돛대가 먼저 보이고, 그 다음에 범봉이 보이고, 마지막에 선신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떠나는 배는 반드시 먼저 선신이 보이지 않고, 그 다음에 범봉이 보이지 않고, 마지막에 돛대가 보이지 않는다. 만일, 지구가 평평하고 둥글지 않다면 보이는 것은 같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도 또한 같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오는 배는 높은 곳이 먼저 보이고 다음에 낮은 곳이 보이며, 가는 배는 먼저 그 낮은 곳이 보이지 않고 다음에 그 높은 곳이 보이 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지면이 둥글고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의심하겠는가.


둘째, 서쪽에서 출발하든 동쪽에서 출발하 든 직행하여 앞으로 나가면서 다시 중간에서 되돌아 오지만 않으면 앞서의 원저에 도달한다. 예를 들면, 상해에서 배를 타고 동쪽으로 가면 일본에 이르고, 또 동쪽으로 가면 태평양을 지나 미국의 서해안 항구인 三佛蘭喜西柯(샌프란시스코)에 이른다. 그곳에서 상륙하여 윤차[자동차]를 타고서 동쪽으로 가면 미국의 동해안 항구인 牛要爾客[뉴욕]에 이른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거쳐 10일이면 영국의 항구인 力非爾布魯(리버플)에 이르며, 이곳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가면 지중해에 이르고, 다시 동쪽으로 가면 홍해에 이른다. 다시 동남쪽으로 가면 인도양에 이르고, 또 동쪽으로 가면 인도국을 지나고, 다시 동북쪽으로 가면 상해에 이르게 된다. 가령 지면이 평평하고 둥글지 않다면, 영국에 이른 뒤에 반드시 꺾어 돌아서 서쪽으로 가야 비로소 앞서의 곳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곧장 동쪽으로만 가도 그대로 상해에 도착하니 어찌 지구가 둥글다는 한가지 증거가 아니겠는가.


셋째, 햇빛이 지구의 동서를 비침에 절로 遲速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중국은 동쪽에 있고 영국은 서쪽에 있어서 中京[중국의 수도]은 卵正[오전6시]에 해가 뜨고, 英京은 반드시 未正[오후2시]에 해가 뜬다. 이로 보아 지구는 동에서 서로 가면서 점차 낮아짐을 알 수 있다. 가령 지구가 평평하고 둥글치 않다면 중국과 영국의 해뜨는 시각이 반드시 동시일 것이요 선후의 구별이 없을 것이다.


넷째, 한 사람이 북쪽에서 남으로 갈 때, 한 별이 머리 위에서 비치는 것을 보고서 곧바로 남쪽으로 가면 이 별은 다시 몸 뒤에 떨어져 있고, 또 다른 별이 머리 위에서 비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북두성은 북극선에서 보면 마치 옮겨 내려 온 것 같이 보이 고, 또 다시 남쪽으로 적도에 이르면 지평선상에 보이다가 적도를 지나 남으로 더 내려오면 보이지 않는다. 이는 모두 하늘이 움직인 것이 아니고, 실은 지구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오면서 둥글고 평평하지 않은 때문이다.


다섯째, 월식에서 증명된다. 월식은 바로 지구가 운행하여 해와 달 사이에 놓이면서 햇빛이 지구에 비쳐 그 그림자가 달에 나타난 것이다. 이를 보면 全食․半食을 따질 것 없이 그 그림자가 모두 둥글다. 그러니 지구가 평평하고 둥글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지상에 높은 것으로는 높은 산과 큰 등성이가 있고, 깊은 것으로는 심연과 대해가 있는데 어떻게 둥글수 있겟는가]고 반문한다. 그러나 땅의 두께는 2만 7천리가 넘는 데 비해 지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해발 15리에 불과 하니, 15리의 높이를 가지고 2만 7천리의 두깨와 비교한다면 높다 할 게 못됨이 분명하다. 비유컨대, 두께 16촌 되는 나무 공을 하나 만들고, 다시 1촌 두께의 종이를 가져다 나누어 1백장으로 만들어서는, 그 중의 1장을 가져다 16촌되는 두께의 나무공에다 붙이는 격이다. 그리고 공을 둥글다 한들 무슨 해가 되겠는가. 지구에 있어서의 산 또한 이와 같다. 바다의 가장 깊은 데라도 15리에 불과해서, 이 또한 지구가 둥글다 한들 방해가 되지 않는다 하였다. 이상의 말은 비록 서양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이치에 맞아 허황되지 않으니, 서양 사람이 한 말이라 하여 배척할 것이 아니다. 나는 동주의 제군자들이 쓸 데 없이 서로 시비하지 말고, 오직 실사구시만을 기약하여 만국의 지리에 대해서 조용히 배우고 정신을 가다듬에 밝히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면 [지구는 평평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단지 본국만 알고 타국은 모르며, 일면만을 보고 전체에 어두워서 수천년간 고루한 견해를 도습한 것이니, 5주에서 오는 사람들에게서 譏弄을 받는 것은 진실로 이 때문이다. 이를 안 후에는 經緯에 대한 설이 입에서 끊이지 않고 주양에 대한 이론이 마음에 蘊蓄되어 낮에는 부강의 방책을 강구하고, 밤이면 이용후생의 방도를 되뇌며 발분망 식하면서도 마치 이루지 못한 듯 계속 노력하는데, 이는 인정이 본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고, 사리가 또한 쉽게 그만 둘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지구상에 있는 해륙과 산천의 면적과 각국 폭원의 광협과 인구의 다소, 종류의 구별, 병액의 다과, 정령의 득실, 문학의 성쇠, 풍속의 선악, 국세의 강약, 시세의 치란, 상무의 기영, 공업의 교졸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말하고 신중히 선책해서 매월 3회씩 동지들에게 전하려 한다. 행여 경륜과 재지를 지닌 선비들이 함께 일어나 이를 토론하고 날로 분계한다면, 어찌 다만 견문을 넓히고 지식을 밝히는 데 그치겠는가. 소위 하늘에 빌어 영명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히 하여 국가를 오래 보존한다는 것이 장차 가능해서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