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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뚜루 마뚜루] 이승엽이 겪은 추한 일본야구, 황당 사건

--홍윤표 야구

by econo0706 2022. 9. 2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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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9. 10. 

 

야구는 기만행위에 대한 규제가 많다. 기본적으로 종목의 생김새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크, 빈볼, 은닉구, 사인 훔치기 등 비신사적인 플레이는 일정한 선을 넘지못하도록 금지해놓고 있다.

이같은 단면을 보고‘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는 축도 있다. 축구나 농구 등 다른 종목도 심판의 눈을 속여가며 경기중 꼬집거나 팔꿈치로 상대 얼굴을 가격하고, 침을 뱉는 따위의 반칙이 횡행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애초부터 승부를 가려야하는 스포츠의 속성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31)이 9월9일 밤 도쿄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전에서 한신의 용병 앤디 시츠에게 수비도중 1루 베이스에서 스파이크로 발뒤꿈치를 밟힌 것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승엽은 경기 후 시츠의 명백한 의도를 가진 폭거에 대해 점잖게 “어린이들 때문에 참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경기 내내 시츠가 타석에 들어서면 째려보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 항의하는 이승엽을 코치가 말리고 있다 / OSEN

 
이승엽이 7, 8일 한신전에서 홈런 4발을 쏘아올리는 등 호타를 보이며 9일 4번 타순에 복귀한 것 때문에 요미우리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한신으로선 ‘눈에 가시같은 껄끄러운 존재’로 여겨 보복적인 행동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 게다가 비열하게 용병을 내세운 것도 추잡하다.

타자 주자가 1루로 베이스로 들어가면서 상대 수비수의 발을 밟는다거나, 2루 베이스에 들어가면서 스파이크 바닥을 보이면서 위협적인 베이스 러닝을 하는 것 따위는 당연히 옳지못한 행동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빈볼보다도 더 위험하다.

이승엽의 경우가 그랬다. 이승엽이 1루 베이스 안쪽에 왼발을 걸치고 3루수 오가사와라가 던진 공을 잡는 순간, 시츠가 오른발로 이승엽의 왼발을 밟은 것은 분명히 고의적인 행동이었다. 전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됐다면, 발목이 스파이크에 찍혀 큰 일 날 뻔했다.

2004년 일본으로 무대를 옮긴 이승엽은 특히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한 2006년 이후 그라운드에서 황당한 일을 많이 겪었다. 일찌기 한국에서는 별로 보지 못한 일들이었다.

‘누 공과로 인해 홈런을 도둑맞은 사건’이나 ‘은닉구에 당한 것’ 따위가 그것이다.

2006년 4월 2일, 이승엽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은닉구’에 당한 적이 있다. 요코하마 1루수 사에키가 평소 이승엽이 1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지는 버릇을 관찰해 뒀다가 은닉구(隱し球=가쿠시타마)로 태그아웃시킨 것이다.

은닉구(hidden-ball trick)의 발상지는 물론 야구 종주국인 미국이다. 1908년에 그런 사례가 있었을 정도로 유례가 오래됐고 1958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2루수 닐 폭스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빌리 가드너를 상대로 성공한 일이 있다. 가까이는 19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베테랑 3루수 맷 윌리엄스가 1997년 9월 19일 새내기 선수를 상대로 ‘히든볼 트릭’을 행한 바 있다.

은닉구는 속임수로 상대에 대한 기만행위다. 야구규정은 은닉구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을 감안, 투수의 위치에 따라 부정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즉 내야수가 공을 감추는 순간 투수가 마운드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면 부정 행위가 돼 즉각 투수 보크를 선언해야 한다<야구규칙 8.05 부기2 원주 (a)항>.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이같은 은닉구 속임수는 자취를 감추었고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도 그 사례를 보기 어렵다. 다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가끔 시도되는 꼼수다.

 

▲ 이승엽의 홈런 무효에  대한 만평 / 스포츠경향


이승엽은 또 2006년 6월11일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서 투런홈런을 터트렸으나 ‘홈런이 순식간에 우월 안타로 둔갑’하는 기막힌 일을 당했다. 앞선 주자 오제키가 3루를 밟지 않고 지나쳐 이른바 ‘누 공과’로 인해 홈런이 무효가 되고 단순한 안타로 처리된 것이다. 하필이면 투아웃 후에 홈런이 터지는 바람에 이승엽은 앞선 주자의 한심한 주루플레이로 홈런 기록은 물론 2타점을 날려버린 셈이 됐다.

 

당시 후지 TV가 찍은 동영상에는 오제키가 3루를 밟은 것으로 드러나 요미우리가 동영상을 증거물로 항의서를 제출한 바 있다. <스포츠호치>는 그러나 센트럴리그 사무국이 ‘일반적으로 영상기술이 발달하면서 심판의 판정과 다른 상황이 생기는 일은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인간의 눈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혀 사실상 오심을 시인했다고 전했다.

야구규칙 10.07조 [주2] (2)항에 따르면 ‘3아웃에 해당될 경우에는 1루주자가 3루를 밟지 않았을 때는 단타로 기록한다’고 돼 있다. ‘누의 공과’는 타자가 분명히 안타(또는 그 이상 홈런 포함)를 쳤으나 진루 의무를 지닌 주자(타자주자 포함)가 다음 루를 밟지않고 그냥 지나쳐 일어나는 사태. 주자가 흥분하거나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저지르는, 야구판에서 대표적인 멍청한 플레이다.

 

▲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지난 11일 심판의 명백한 오심으로 이승엽(30)의 홈런이 취소된 사태에 대해 센트럴리그측에 재항의할 뜻을 밝혔다. / KBS News


일본야구판에서는 아직도 ‘위장타순’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올해 5월15일, 요코하마 구장에서 열린 요미우리와 요코하마전에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요코하마의 선발 출장 선수 오더의 7번타순 우익수 위치에 ‘요시미 유지’라는 투수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위장오더’였다. 요코하마측이 요미우리 선발투수가 우완인지, 좌완인지 확신이 서지않아 등판할 계획이 전혀 없는 엉뚱한 투수를 버젓이 오더지에 올린 것이다. 요코하마는 물론 경기 시작하자마자 우익수를 곧바로 교체, 우타자인 후루키 가쓰아키를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요미우리 선발투수가 좌완인 후쿠다였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유물, 위장오더가 일본프로야구판에서는 아직도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선발투수예고제를 채택하고 있는 퍼시픽리그와는 달리 예고를 하지않는 센트럴리그에서는 이같은 위장오더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위장오더는 플래툰시스템(좌-우투수에 따라 우-좌타자를 기용하는)을 중시하는 일본의 독특한 타순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위장오더는 일본인 감독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물을 먹은 미국 출신 감독들도 가끔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니혼햄 파이터스의 트레이 힐만(44) 감독이 5월31일 요미우리와의 교류전(삿포로돔구장)에서 위장오더를 낸 적이 있다. 7번 3루수 자리에 전날 등판했던 에이스 다르빗슈를 오더에 넣었다가 요미우리가 좌완 다카하시 히사노리를 선발로 내보내자 우타자 다나카로 바꾼 것이다.

위장오더가 하도 일상화 되다보니 일본프로야구 기록원들은 아예 위장타순의 수비위치 숫자(투수 1부터~우익수 9까지) 앞에 ‘A’자를 붙여 구분해서 적어놓는다. 이를테면, 15일 요코하마의 경우처럼 7번 타순에 ‘A9’로 표기하는 것이다. 즉 위장 우익수라는 뜻이다. 물론 그네들끼리 약속한 식별법이다.

여기서 ‘A’는 일본어 아테우마(あてうま=들러리, 또는 들러리 후보의 뜻으로 원래는 씨말이 올 때까지 발정을 촉진시키기 위해 암말에게 임시로 짝지어주는 숫말을 일컬음)의 맨앞글자를 알파벳으로 표기한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수위타자 출신인 백인천 전 LG 감독 같은 이는 늘 투수의 위협구에 노출돼 있는 타자들이지만, 투수를 보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자신의 일본에서의 경험담을 털어놓은 적도 있다.

투수들에 대한 분풀이는 타격시 교묘하게 방망이를 투수 마운드로 던진다거나 일부러 1루 선상으로 번트를 대 투수가 공를 잡으려고 달려오면 1루로 뛰면서 투수를 밟아버리는 것 등이다. 일본에서는 과거 이같은 일이 자주 벌어졌다고 한다.

 

홍윤표 기자 chuam@osen.co.kr

 

자료출처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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